[칼럼]IT조직, 여전히 부족한 서비스 마인드

일반입력 :2011/03/21 13:49

최영석

IT는 ‘서비스’ 산업으로 그 외양이 점점 발전하고 있다. ‘IT조직’이 IT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는 IT서비스를 ‘제공받는’ 고객이 되는 것이다.

서비스의 제공자와 사용자가 이처럼 분명하게 구분되어 가고 있지만, IT조직들을 방문할 때마다 느끼는 점은, 다른 서비스 분야와는 달리, IT분야는 여전히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IT조직은 사용자들에게 IT의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지 않다. 사용자들은 IT조직으로부터 ‘일방’적인 서비스를 제공 받으며, 끌려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반적인 서비스 산업 관점에서 ‘선택권’이란 서비스 제공자가 서비스 목록을 제공하고, 고객은 다양한 서비스 목록을 조회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선택권이 없는 IT의 사용자들은 IT조직으로부터 IT서비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나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 따라서 사용자 스스로 IT를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호텔의 서비스 목록

서비스가 가장 잘 발달된 분야 중 하나가 호텔이다. 호텔을 처음 방문하는 투숙객은 친절한 체크인과정을 거쳐 객실에 도착한다. 처음 방문한 투숙객이 객실에서 짐을 풀고 맨 처음 살펴보는 것이 바로 호텔 서비스 목록이다.

호텔서비스 목록에는 인터넷사용과 같은 IT서비스, 세탁서비스, 헬스 서비스 및 식사 서비스 등이 포함되어 있다. 호텔 서비스 목록을 통해, 투숙객은 인터넷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아침은 어디에서 먹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또, 세탁을 하려면, 얼마를 지불해야 하고, 어떤 방법으로 몇 시까지 세탁물을 두게 되면 언제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서비스가 좋은 호텔일수록, 투숙객들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다양한 서비스들의 목록과 정보를 투숙객이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공하고 있다. 요금이 비싸지 않더라도 호텔이 투숙객에게 궁금해하는 서비스 정보를 콕콕 집어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경험할 때면, 고객 입장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과 노하우의 깊이를 느끼게 하며, 투숙객 본인이 서비스의 주체임을 ‘자각’하게 된다.

■똑똑한 사용자들, 그러나 답답한 IT조직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IT조직들은, IT서비스들에 대한 목록을 제공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런 IT조직내의 사용자들이 IT서비스의 사용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전산실과의 통화’가 유일하다.

그나마 사용자가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회사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내려받은, 지루하기 짝이 없고, 기술적인 용어가 섞여 있으면서, 두껍기까지 한 ‘애플리케이션 매뉴얼’정도다.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IT에 친숙하다. 과거 IT에 익숙하지 않은 기성세대와는 달리, 학창시절부터 다양한 IT기기들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 활용하는 데 익숙한 스마트 세대들이다. 비즈니스 조직 내의 IT사용자들 중에 점차 이런 스마트 세대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사용자들은, 본인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적인 IT서비스들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서, 활용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IT조직은 이런 사용자들이 원하는 IT서비스들의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한다. 괜히 기술적으로 어려운 시스템 매뉴얼을 가지고, 똑똑한 사용자들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을 뿐이다.

■서비스 카탈로그의 활용

사용자에게 IT의 선택권을 충분하게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글로벌 IT조직들이 활용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서비스 카탈로그(service catalogue)다. 여기서 사용자들은 애플리케이션 제공, PC구매, OA지원, 비즈니스 정보 요청 등 IT조직이 제공할 수 있는 모든 IT서비스 목록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로벌 IT조직들은 ‘사용자’ 입장에서 서비스에 대한 설명, 사용 방법, 서비스 가능시간 등의 정보를 설명하고 있다.

스마트한 사용자들은 서비스 카탈로그를 통해서, 본인의 업무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IT서비스를 마음껏 ‘쇼핑’할 수 있다. 친절한 서비스 카탈로그는 사용자를 신입 직원, 기존 직원, 임시 직원 또는 파트너사 직원 등으로 분류하여, 사용자 분류 별로 사용 가능한 IT서비스 종류와 방법 등을 제공하기도 한다.

좋은 서비스 카탈로그가 제공된다면, 사용자들은 IT서비스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전산실로 문의할 필요가 없다. 사용자들은 본인 업무 목적에 따라, IT서비스를 사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기만 하면 된다.

■사용자 마인드가 부족한 이유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한 IT조직들도 ‘사용자 중시’를 수시로 천명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사용자들보다 IT조직을 통제하거나 비용 지불의 ‘목줄’을 죄고 있는 비즈니스 측의 관리부서에 관심이 더 많다.

이러한 구도를 즐기는(?) 비즈니스 측의 관리부서와 IT조직이 의기투합하게 되면, 대체로 양 조직간의 공통 관심사는 ‘사용자 서비스’로 향해 있는 것이 아니라, 큰 비용이 투입되는 ‘IT기술’에 향하는 경향이 많다. 스마트폰을 이용한 모바일 오피스나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IT기술을 전격적으로 도입하는 목적이 사용자 중시가 아닌 IT기술 그 자체라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하등 달라질 것이 없다.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하건 가정에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를 이용하건 간에 업무에 필요한 정보를 ‘활용’하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또 요즘은 지구상의 모든 IT기술들이 너무 보편화되어 있기 때문에 IT조직이 이러한 IT기술을 ‘신속’하게 적용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한다 해도 그다지 놀라워하지 않는다.

■사용자 중심의 IT 서비스 체계

IT의 주체는 IT조직이 아니라 ‘사용자’가 되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IT조직은 사용자 중심의 IT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IT기술 도입 이상의 중요한 목표로 삼아야 한다. 사용자 중심의 IT서비스는 사용자의 업무 목적, 위치, 방법, 행태에 따라 다양한 IT종류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나 서비스 마인드가 부족하거나 IT기술에 집착하는 IT조직들은 서비스 관련된 ‘전적인’ 책임을 전산도움방이나 서비스데스크와 같은 사용자 대면 부서에게만 할당하고 있다. IT서비스가 흘러가는 ‘끝단’에만 잘하면 된다는 식이다.

사용자 중심의 서비스를 지향하는 ‘글로벌’ IT조직들은 IT의 검토, 설계, 테스트 및 운영의 모든 단계에 ‘서비스’ 요구사항이 내재화되도록 하고 있다.

또, 서비스 카탈로그를 통해, 사용자들에게 서비스 선택권을 제공하고 있으며, IT조직 내부적으로도 서비스 카탈로그를 중심으로, 서비스 목록들을 지탱하는 애플리케이션 및 인프라의 하부 구성체계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서비스 마인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IT분야를 아직도 기술로만 바라보는 IT조직들은 스마트해지는 사용자들과의 거리가 점점 멀어질 수 밖에 없다.

서비스와 기술이 동시에 장착된 IT를 제공하는 IT조직들이 전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특별히 독창적이지도 않는 IT기술만을 고집하는 IT조직들은 시한부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