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2부터 남대문까지…3D스캐닝 뜬다

일반입력 :2011/03/15 07:58    수정: 2011/03/15 08:06

올상반기 국내서 아이패드2가 출시될 전망에 따라 제조사들의 주변기기 생산 준비가 한창이다. 일부 회사는 벌써 미국에서 신형 아이패드를 직접 가져와 전용 케이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더 정교한 액세서리를 만들기 위해 디지털화된 단말기 도면 정보를 원한다. 한 국내 3D 스캐닝 소프트웨어(SW) 업체가 이를 지원하는 기술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이너스기술은 이 3D 도면 생성과 활용 분야에서 10년 이상 노하우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에서 활약중인 기업이다. 아이패드2같은 제품의 실물로부터 디지털 입체 도면 자료를 가져올 수 있는 솔루션을 개발, 판매한다. 회사가 보유한 기술은 지난 2008년 타버린 남대문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나 한 문화재 박물관에 디지털화한 석굴암 이미지를 재현하는 작업 등에도 쓰였다. 3D 도면정보가 없는 문화재나 건축물같이 큰 사물 데이터도 다룰 수 있다는 얘기다.

회사의 '래피드폼' 제품군이 바로 이를 가능케한 3D스캐닝 SW다. 회사는 3D스캐닝 작업을 처리하는 솔루션 '래피드폼 XOR'과 실제 생산품과 설계도면이 일치하는지 가려주는 '래피드폼 XOV'이라는 패키지 SW 2종을 보유하고 있다.

래피드폼XOR은 사물을 읽어 가져온 입체 데이터로 PTC, 다쏘시스템, 지멘스PLM소프트웨어 등의 캐드 솔루션용 도면 파일을 만든다. 도면을 잃어버렸거나 원래 없던 제품의 실물로 도면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역설계' 프로그램이다.

미국, 캐나다 등에 자리한 아이너스기술의 경쟁사 솔루션도 실물을 통해 외부 형태를 재현하는 기술은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조립과 가공에 필요한 변형과정, 즉 사물을 구부리고 펼치거나 특정 부품을 늘이고 줄이는 '히스토리데이터'를 살려내는 것은 래피드폼XOR만의 차별화된 기능이다. 히스토리데이터는 PTC와 다쏘시스템, 지멘스 등 다른 설계툴에서 그대로 쓸 수 있다. 실물을 기반으로 도면을 복원하고 또 디자인을 파생시킨 제품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너스기술 관리본부 이수종 부장은 래피드폼 XOR은 3D스캐닝데이터로 도면파일을 만들어 자동차, 전기전자제품 생산에 활용한다며 문화재 복원처럼 도면 데이터를 요구하지 않는 사물의 경우 가격이 저렴한 '래피드폼XOS' 버전을 쓰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너스기술이 판매하는 또다른 프로그램 '래피드폼XOV'는 정상적인 설계도면과 이를 기반으로 제조한 실물 형상을 맞비교해주는 SW다. 수많은 부품의 불량율을 관리해야 하는 자동차, 기계 중공업, 전기전자 등 제조부문에서 필수적인 솔루션으로 주목된다.

일례로 휴대폰이나 자동차 등 정교한 부품들을 조립해 생산하는 제품들은 처음 설계한 디자인대로 초벌 제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초벌로 사출한 덩어리들이 꼭 들어맞지 않아 제대로 조립될 때까지 변형가공을 하는 시행착오가 많다는 것이다. 래피드폼XOV를 활용하면 생산라인 자체에 3D스캐너를 설치해 실물과 도면이 어긋나는지 검사하고, 오차를 줄여 생산비용과 기간 모두 줄일 수 있다.

이 부장은 최근 일반 소비자용 제품들은 외형에 곡면을 채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굽은 정도를 정확히 처리하기 위해서도 래피드폼XOV가 필요하다며 자동차 제조사 혼다를 예로 들면 생산라인에 래피드폼XOV를 도입해 도면과 생산 부품을 비교하고 자동으로 리포트까지 작성해 준다고 밝혔다.

래피드폼 솔루션은 패키지당 과금방식으로 판매된다. 임대 라이선스로 3개월 단위로 계약해 사용하는 고객사도 있다고 한다. 아이너스기술의 수익모델은 래피드폼 SW 판매 이외에도 3D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라이브러리를 판매해 다른 프로그램 개발사가 직접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는데 쓰이도록 하는 것도 있다. 또 래피드폼을 도입한 대형 고객사를 대상으로 커스터마이징 개발을 지원하는 유료 서비스도 제공한다.

아이너스기술은 주요 고객사로 일본 도요타, 혼다, 닛산, 소니, 니콘 등과 미국 보잉, 유럽 항공기엔진업체 MTU, 아우디, 폭스바겐, 롤스로이스 등을 뒀다. 전세계 총판 업체가 200여개사다. 해외 고객사는 대기업이 많은 반면 오히려 국내 사용자들은 중소기업체가 많아 대조적이다. 그런데 사실 제품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기반은 100% 국내 인력이다.

이 부장은 아이너스기술 본사는 국내 연구개발인력 30여명과 일반 직원 30여명을 두고 있으며 제품에 대한 메이저 업그레이드를 연 2~3회, 마이너 업그레이드를 5회 정도 한다며 한국어판보다는 글로벌 SW로서 영어, 일어판을 기반으로 하고 중국어와 독일어 등 유럽권 언어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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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지난해 국내 매출 30억, 별도법인인 미국을 제외한 해외서 70억정도를 벌어들여 총 100억 매출을 거두고 있다. 지역적으로 성장가능성이 높은 시장은 제조업 기반이 큰 일본이지만, 향후 미국과 유럽 시장에 집중할 예정이다.

허정훈 아이너스기술 대표는 국내서만 연구개발을 진행하느라 인력 수급과 개발과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라면서도 3D 형상 분석과 설계 데이터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고 연구개발에 지속 투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