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리더십인가? 오너십인가?

전문가 칼럼입력 :2011/03/11 13:46    수정: 2011/03/11 14:08

이정규
이정규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에 관한 많은 담론을 들어왔다. 생존과 성장, 주주가치 극대화, 고객만족, 장기비전, 세계 일류기업, 사회적 기업, 영속기업 등등. 이러한 CEO의 역할 개념은 너무 고고하여, 직원들의 정서와는 괴리된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직원들도 공감할 것 같은 CEO의 역할을 꼽아 보면 “동료들과 즐겁게 일하고 떠나고 싶지 않은 회사를 만드는 일“이다. 역할을 그럴듯하게 정의하였다. 이러한 역할의 궁극을 달성하고 유지하도록 하는 역량을 우리들은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리더십은 남보다 높은 직위를 가진 사람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직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리더십이란 용어를 대체할 좋은 말을 찾아보았다. 오너십이다. 직장인들이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 나간다는 의미에서는 각자 자기 인생의 오너이니 주인의 마음이라는 뜻의 오너십은 적절한 말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지난달 IT후배들과의 와인모임을 가졌다. 이번 모임에서의 화두는 내가 던진 오너십이었다. 오픈마인드가 있다면 가르침은 양방향이다. 후배들과 나눈 그 날의 수다를 옮겨 본다.

내가 먼저 질문을 꺼냈다. 오너십을 가진 직원을 판단하는 좋은 기준은 무엇인가? 응답을 요약하면 세가지였다. 첫째, 고민하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내는 직원이다. 이들은 묻지 않아도 자신이 맡고 있는 일은 물론 다른 사람의 일까지 개선포인트를 찾아 회사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개진한다. 이들의 끊임 없는 아이디어 제안을 수용하는 포용력과 개방성을 조직이 가지고 있는지 챙겨야 할 일이다. 둘째,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라며 수명자세를 보이는 직원이다. 회사가 맞닥뜨린 난제를 회피하지 않고, 구체적 복안이 없더라도 도전하는 의지를 보인다. 의욕만 앞서서 실패하지 않도록, 수단과 지원을 적절히 제공하겠다는 경영진의 확약이 따라야 한다. 셋째, 실수·실패 했을 때 남에게 전가하지 않고 "제 책임입니다"라고 말하는 직원이다. 오너십이 높다고 모든 일을 항상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잘되면 유리창 밖의 동료를 칭찬하고, 안되면 거울안의 자신을 탓할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이다.

그러면 오너십의 개선이 필요한 직원은 어떻게 구별하는가? 첫째, 자신에게 행복한 회사만 찾아다니는 태도를 보이는 직원이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나에게 무엇을 더 줄 수 있는지만 생각한다. 그런 마음을 가졌기 때문에 1~2년 일한 다음에는 더 이상 배울 것이 없다는 생각에 더 큰 회사를 찾는다. 그동안 배려해준 회사에 대한 보은을 생각지도 않는다. 신의가 없는 철새와 같다. 동료들과 쌓인 스토리가 없으니, 시간이 지나면 타인의 감정 계좌에는 나를 위한 잔고도 없다. 그러니 밀어주는 사람도 없고, 성공할 수 없다. 둘째, 상대가 완벽하다고 간주한다. 즉, 자기 일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일의 경계선을 항상 그어 놓고 그 이상의 일은 하지 않으려 한다. 상대가 업무 경계에 미치지 못하면 프로젝트는 어긋나고 결합은 깨져 버린다. 전형적인 노비근성이다. 질책을 하면 그것은 제 “직무 명세서에 없는 일이었습니다”라고 답변한다. 배에 구멍이 뚫려 가라앉아도, 나는 열심히 노만 저었다고 말할 위인이다.

그렇다면 오너십이 결여된 직원의 오너십을 높이는 방법이나 전략은 무엇인가? 첫째는 직원에게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직접 제시해 보도록 권고한다. 자신이 신중히 생각하여야 하고, 자신이 던진 실행계획이니 당연히 책임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모자라는 장수가 자신의 머리만 쓴다. 뛰어난 장수는 다른이의 힘도 빌리고, 부하의 머리도 활용한다. 둘째는 능력이 안 돼도 열심히 일하는 직원에게는 도전 기회를 준다.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한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있다. 조각상도 사람처럼 껴안고 사랑해 주니 사람으로 변하여 주인을 섬겼다는 일화이다. 능력이 모자라도 열정이 있는 직원이 회사를 살린다. 두뇌가 비상해도 오너십이 없는 직원에게 하는 투자는 의미가 없다. 분석력이 뛰어나지만 실행력이 약해 어려워지면 먼저 배를 버리는 설치류와 같이 행동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상사가 직원에게 오너십을 주고 있다는 표징은 무엇인가? 첫째는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 시키고 파워(권한)를 나누는 경우다. 자신의 등에 칼을 꽂지 않는 믿음이 있으니 힘을 나누어 주는 것이다. 둘째 회사의 고민과 비밀을 공유하는 경우다. 어려움은 나누면 반감되고 기쁨은 나누면 배가된다. 고생을 같이한 스토리가 있는 동료를 형편이 좋아졌다고 내치지 못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힘든 세월을 같이 보낸 조강지처가 소중한 것과 같다. 셋째 관리(매니지)의 대상이 아니라, 파트너로 부르는 경우이다. 오너십이 강한 동료나 부하 직원에게 “나는 당신을 파트너라 생각 합니다“라 말한다면 상대는 강력한 정서적 채무를 진다. 모든 직원에게 파트너라 부른다면 효과는 없겠지만 말이다.

다섯 명이 몇 시간 나눈 수다를 간략히 요약하였지만 유명강사의 오너십 강연만큼이나 건진 지혜가 많았다. 앞으로 기억하고 잘 활용할 작정이다. 어려움 속에서 신의를 저버리는 사람을 보았다. 그러한 결정으로 돈을 모은 사람도 있지만, 주변 동료의 냉랭한 시선에서 홀로 외로이 지내는 사람도 알고 있다. 인생은 관계로 풍요로워진다. 그러므로 그리스철학자 에픽테토스(Epiktetos)는 이렇게 말했다. “상황이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상황은 단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드러내 보일 뿐이다.” 오너십을 가진 그대여! 회사가 어려움에 봉착하면 자신의 가치를 드높일 수 있는 찬스를 만났다고 생각하라! 단순히 직위 상승의 기회가 아니라, 성취를 이루어 일생을 풍성한 스토리로 채울 절호의 기회가 왔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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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소개]

정보관리기술사, 미국공인회계사, IT 수석 감리원, 현재 국내 1호 대학 자회사인 트란소노 대표이사. 한국 IBM, 안철수연구소 상무, 안랩코코넛 대표이사 등 다년간 IT 산업에 종사. 블로그.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정규 비즈니스 IT컬럼니스트

(현)사이냅소프트 경영혁신담당 중역. 경영정보학 박사, 정보관리기술사, 미국회계사. IBM, A보안솔루션회사 및 보안관제회사, 기술창업 스타트업, H그룹 계열사, 비영리 D재단, 감리법인 등에서 제조산업전문가, 영업대표, 사업부장, 영업본부장 및 컨설팅사업부장, 대표이사, 기술연구소장, 사무국장, 수석감리원을 역임했다. KAIST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겸임교수로 '벤처창업의 이론과 실제'를 가르쳤고, 국민대 겸임교수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IT컨설팅'을 출강하고 있다. 저서로는 '동시병행설계', '딥스마트', '비즈니스 프로세스', '프로세스 거버넌스', '실전IT컨설팅' 등이 있다. 프로보노 홈피 deepsmart.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