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개발자, 해외는 '훈장' 한국은 '사회악'?

일반입력 :2011/03/11 11:36    수정: 2011/03/12 11:02

전하나 기자

#지난달 8일 온라인게임 '풋볼매니저' 시리즈를 개발한 영국 개발자 마일즈 제이콥슨이 대영 제국 훈장(Order of the British Empire)을 수여 받았다. 명목은 게임산업 공헌. 훈장을 받은 유명인으로는 알렉스 퍼거슨, 베컴, 에릭 클랩튼, 조앤 K.롤링 등이 있다.

#국내 대표 온라인 게임회사를 창업한 '1세대' 게임 개발자들이 세계 억만장자 대열에 올랐다. 김정주 넥슨 회장과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얘기다. 김정주 회장은 세계 첫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고, 김택진 대표는 '리니지' '아이온' 등을 흥행시켰다.

다른 얘기지만 두 사례의 주인공들은 모두 '게임 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것도 '스타 개발자'다. 이들은 모두 세계적인 '명망가'가 됐다.

게임시장은 이미 한국 대표 대중문화로 꼽혀온 영화산업의 규모를 넘어섰다. 대작게임 한 편을 제작하는데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이 기본적으로 수년, 수백억인 시대다.

한국 게임산업 규모는 7조8천억에 달하며, 지난해에는 수출액 16억 달러 돌파라는 성과도 거뒀다. 다양한 분야에서 게임을 활용한 문화콘텐츠도 늘어 게임은 이제 그 무궁무진한 가치를 두루 인정받고 있다.

반면 양적·질적으로 눈부시게 성장한 첨단 산업 아래에도 드리워진 그림자가 있다. 산업의 위상만큼 국내 게임 개발자가 예우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모든 게임 회사마다 스타 개발자가 있다. 만약 게임이 성공했거나 유명세를 탔을 경우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은 회사 이름이나 대표가 아닌 개발자라는 설명이다.

결국 개발자들이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갖는 사회적 토양에서 연이은 성공 사례가 만들어진다. 이는 또다시 개발자에 대한 존중으로 이어지며, 다른 개발자들의 꿈을 함께 키우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선순환 구조가 게임을 '사회악'으로 몰고 가는 우리나라 분위기에선 정착될 수 없다는 것이 국내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최근 도입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셧다운제'는 특히나 개발자들의 사기를 꺽는 일이다. 셧다운제는 심야시간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막는 제도로, 이를 추진하고 있는 여성가족부는 게임을 신종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못박았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는 게임 산업을 꿈의 무대로 생각하는 수만명 예비 졸업생들도 낙담하게 만들고 있다. 모대학 게임공학과에 재학중인 유성훈(26세)씨는 "좋아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 게임사에 취직하고 싶은데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모님이나 친척 분들의 반대가 크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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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는 한 지상파 방송에서 돈 버는 것 외에 관심 없다는 전직 게임 개발자들을 인터뷰해 게임 개발자 전체인 것처럼 비춰 한동안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영국 개발자의 훈장 수여는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자산으로 꼽히는 축구에 대한 가치를 온라인으로 확장시킨 것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선 첨단IT산업을 문화적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 자체가 미성숙하다보니 산업 종사자들이 천대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