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vsLG '3D TV' 논란, 종결은 커녕…

일반입력 :2011/03/10 12:50    수정: 2011/03/10 13:52

이설영 기자

국내 전자업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 삼성과 LG가 3D TV를 둘러싸고 끝없는 공방전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약속한 듯 시연회를 개최하면서 '논란을 종결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더욱 확대되는 양상이다.

LG디스플레이는 3D TV 기술방식 논란과 관련해 10일 기자간담회를 자청했다. 이 자리에는 권영수 사장이 직접 발표자로 나서, 논란이 되고 있는 두 기술에 대해 조목조목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권영수 사장은 몇 가지 논란을 분류한 뒤 자사의 편광안경방식(FPR)과 삼성전자의 셔터글래스를 비교했다. 전세계 여러 기관에서 받은 연구결과를 가져와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삼았다.

지난 8일 삼성전자가 진행한 포럼 '삼성전자 3D TV 핵심기술'의 연장선 상이다. 당시 삼성전자는 LG전자의 FPR은 기술적으로 떨어지는 데다가, LG전자 측은 마케팅에만 열을 올린다고 비난한 바 있다.

■TV 시장 주도권 걸린 '물러설 수 없는 싸움'

FPR과 셔터글래스는 똑같이 3D를 구현하는 TV 기술방식이지만, 그 구현 방식이 상이한 만큼 제조사 입장에서는 기술적인 우위를 인정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싸움에서 패할 경우 향후 3D가 중심이 될 전세계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힘들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두 회사가 이번 논쟁에 사활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논쟁은 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라스베이거스가전쇼(CES 2011)에서 두 회사가 나란히 3D TV를 전시하면서 촉발됐다. 당시 전시회장에 나타난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장은 FPR 방식이 가격이나 화질면에서 뒤떨어진다면서 셔터글래스가 더 우수하다고 말했다.

LG전자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았다. 권희원 LG전자 HE사업본부장은 FPR 방식이 셔터글래스방식에 비해 한단계 앞선 기술이고, 소비자 만족도 조사결과 셔터글래스 방식을 크게 앞질렀다고 주장했다. 두번째 공방전은 3D TV 신제품 발표현장에서였다.

지난 달 16일 LG전자는 '시네마3D TV'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LG전자 측은 셔터글래스는 1세대이고, FPR방식이 기존 3D TV의 문제를 제거한 차세대 기술임을 수 차례 강조했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도 하루가 지난 뒤 가진 '2011년 스마트TV 신제품 발표회'에서 FPR은 1935년 처음 개발됐지만 성능은 과거보다 못하다면서 이를 두고 차세대라니 이해할 수 없다며 맞받아쳤다.

■LGD도 가세…소비자는 혼란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언론을 대상으로 시연회를 진행하면서, 자사 기술이 이론적으로나 실제 구현에서나 앞선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기자들을 상대로 장시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김현석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개발팀 전무가 나서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한편, 약 1시간 가까이 비교시연회를 열었다. 김현석 삼성전자 전무는 LG전자는 기술이 없으니 말로 때운다면서 수많은 논문과 문헌을 뒤졌지만 FPR이 풀HD라는 글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보다 노골적으로 LG전자를 향해 칼을 빼들었다. 특히 FPR은 풀HD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최근에는 LG디스플레이가 가세했다. LG디스플레이는 FPR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LG전자에 공급 중이다. LG디스플레이로서도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10일 삼성전자 윤부근 사장과 친하기도 하고 존경한다면서 FPR이 풀HD라는 걸 어떤 기관으로부터도 인정받을 수 있는데 그 밑에 계시는 엔지니어가 착오를 일으키고 있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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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TV를 둘러싼 두 회사의 직접적인 공방이 약 3개월 동안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고가의 3D TV 구매를 고려하는 상황에서, 두 회사가 극단적인 대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향후 3D TV 시장 주도권이 걸린 사안이니 만큼 이해를 전혀 못하는 바가 아니지만, 국내 IT 업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두 기업이 최근 노골적으로 대립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소 민망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