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아이폰4 예약 ‘미지근’…"너무 늦었나"

일반입력 :2011/03/09 12:29    수정: 2011/03/09 18:15

김태정 기자

'너무 늦게 오신 그분?'

SK텔레콤 아이폰4에 대한 반응은 미지근했다. 아이폰4가 출시 7개월이 지난 ‘구형’이어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결과다.

SK텔레콤은 9일 오전 7시부터 아이폰4 예약판매를 시작해 3시간여만에 1만명, 오후 2시30분 현재 2만8천여명의 예약가입자를 확보했다.

다른 스마트폰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적이지만 지난해 8월 KT의 아이폰4 예약판매만큼 폭발적인 반응은 아니다.

당시 KT는 아이폰4 예약가입 시작 2시간 만에 3만명, 첫날 총 11만명을 끌어 모으며 돌풍을 일으켰다. 10만대 돌파까지 걸린 시간은 6시간 정도였다. SK텔레콤은 KT 정도는 아니어도 내심 비슷한 성적을 기대했으나, 현재로서는 예약판매가 미풍 수준이다. 오프라인 직영점들도 비교적 한산한 모습이다.

서울의 한 SK텔레콤 직영점(T월드) 대표는 “오늘 아이폰4 예약판매 시작 날이어서 새벽부터 관련 준비를 했지만 예상보다 찾는 손님이 적다”며 “이미 살 사람은 대부분 KT로 다 산 제품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이폰4가 국내에 나온지 7개월이 지난 가운데 아이폰5의 등장 임박설이 이번 예약판매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대 다수의 분석이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LG전자, 모토로라, HTC 등도 아이폰 이상의 사양으로 중무장한 제품 출시를 예고한 것도 아이폰4 구매력을 줄인 요인으로 꼽힌다.

가격 변수도 눈에 띈다. 아이폰4 16GB 모델의 경우 무제한 데이터 서비스 대상인 월 5만5천원부터 SK텔레콤이 KT 대비 1만8천800원~1만9천600원 더 비싸게 판매한다. 32GB 모델 역시 SK텔레콤이 최대 1만9600원 비싸다.

서진우 SK텔레콤 플랫폼비즈니스 사장은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아이폰 고객 서비스를 통해 더 풍부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KT는 내심 안도하는 표정이다. 아이폰 팬의 상당수를 SK텔레콤에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어느 정도 줄어들었다.

KT는 SK텔레콤의 아이폰4 출시 계획 발표 후 아이폰 구매 취소 기간을 기존 당일에서 14일로 늘리는 등 맞불 작전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아이폰 서비스 부문에서 승부를 내겠다는 설명이다.

KT 관계자는 “불량제품 교환, 반품 등은 제조사(애플) 소관이지만 부담을 안고서라도 고객만족 실천 차원에서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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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이달부터 2년 약정이 해지되는 가입자들이 SK텔레콤 아이폰4로 이탈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막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SK텔레콤과 KT로 아이패드2를 상반기 중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때를 애플 제품 판매를 놓고 벌이는 KT-SK텔레콤 간 진짜 승부처로 지목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