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카카오톡은 몇년을 갈까?

일반입력 :2011/03/01 14:01    수정: 2011/03/01 15:11

황병선
황병선

필자와 같이 서비스 트렌드나 전략을 고민하는 입장에서 보면 어떤 서비스가 출시되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참 미래를 알 수 없다고 느낄때가 있다. 어떤 서비스는 초기 콘셉트가 훌륭한데도 불구하고 발전하지 못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또 다른 것은 초기 콘셉트는 형편없어도 소비자 반응에 힘입어 버즈 마케팅 효과로 다음 단계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도 있다.

시장이 재미있는 건 초기 콘셉트 완성도를 떠나서 그 서비스의 특정한 요소가 기존에 주지 못했던 새로운 만족감을 제공해 성장하면 곧바로 다양한 경쟁자가 출현하고 심지어 초기 진입자가 어느 정도 규모 이상의 고객을 확보했어도 경쟁자에게 1위의 자리를 넘겨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를 서비스 전략 관점에서 체계화하면 단계별로 주요 전략 과제가 핵심 콘셉트, 안정성, 빠른 확산 그리고 진입 장벽 구축인 것을 알 수 있다.

초기 단계에서 핵심 콘셉트와 안정성에 집중하라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고 대부분 이러한 콘셉트에서 차별화를 하면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이는 맹신할 만한 전략이 아니다. 더군다나 그 핵심 차별화 방안을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관점에 의존한다면 이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다.

만약 처음으로 시장에 없는 콘셉트를 제시한다면 그것을 고객이 받아들일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을 버티는 것이 벤처기업에게 최대의 도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후발 주자라면 시장에 이미 있는 콘셉트에 새로운 콘셉트나 기능을 어설프게 추가했다가는 고객이 이를 수용하지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어설픈 기능 추가는 오히려 복잡성만 증가시켜 아예 선택에서 제외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후발주자로서 초기 콘셉트에 대한 포지셔닝을 놓쳤다면 차리라 콘셉트 자체는 복제를 하고 서비스를 안정성있게 제공하는 것도 하나의 경쟁력이 될 수 있지만 이 또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사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콘셉트는 없기때문에 어느 정도의 복제란 자연스러운 발전의 한 모습이라고 봐야 한다.

따라서 후발주자는 어설픈 콘셉트 추가는 지양하고 안정성을 제공하면서 오히려 빠른 확산능력을 제공하면 이는 상당한 파괴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과거 사례에서 PC용 메신저를 돌아보자. 초기 PC용 메신저 시장은 ICQ가 만든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도 초기에 ICQ는 PC 마니아들 위주로 급속도로 퍼져가기 시작했다. ICQ는 빠르게 기능을 늘려가기 시작했고 마치 메신저가 인터넷의 모든 것을 흡수할 것처럼 다양한 기능을 추가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MSN 메신저가 출시되면서 시장은 급격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실 MSN 메신저는 ICQ에 비해서 기능도 적었고 초기에 고객이 많지도 않았다. 누가 봐도 고객이 MSN 메신저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 전략가들은 서비스의 네트워크 효과를 너무 맹신해서는 안된다.

고객들은 어느 시점부터인가 ICQ를 사용하는대신 MSN 메신저를 사용했다. 이는 바로 MS가 펼친 확산 전략의 힘이었다. PC에 기본 탑재되는 윈도OS와 같이 제공되는 MSN메신저와 ICQ와의 경쟁은 한계가 있었다. 또한 ICQ에 비해 기능이 적었던 MSN 메신저를 사용자들이 선택했다는 점은 반대로 고객이 메신저에 그렇게 많은 기능을 바라지 않는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바로 서비스 기획자의 일반적인 믿음과는 달리 고객이 하나의 서비스에서 많은 기능이 제공되는 걸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국내 메신저 시장은 네이트온의 등장으로 한번 더 변화가 일어났다. 2004년도 8월 기준으로 국내 MSN 메신저의 시장 점유율은 40%이고 네이트온은 25%였다. 당시 네이트라는 포털의 영향력을 생각했을때 놀라운 수치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2005년도에는 네이트온 메신저는 국내 1위의 시장 점유율을 갖게 된다.

MS의 강점인 PC에 기본 내장이라는 확산 전략을 극복한 네이트온의 힘은 무엇일까? 첫째는 초기 시장 진입을 위해 무료 SMS 제공이라는 고객 가치에 투자했고 두번째는 바로 그 당시부터 성장하고 있던 싸이월드라는 커뮤니티와의 연계가 적중했다. 그 이후로 MSN 메신저가 네이트만큼의 기능을 제공하고는 있지만 결국 시장 점유율은 역전되지 않고 있다. 이는 기본 내장이라는 확산 전략이 한계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시장은 또 변화가 시작되었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경쟁이 시작되었고 시장 출시 1년만에 카카오톡이 800만명의 고객을 바라본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성공이 콘셉트가 새로워서도 뛰어난 기술력때문도 아니라고 본다. 기능은 메신저라는 서비스의 핵심 콘셉트에 집중했고, 자체 ID 생성을 없애고 전화번호부 기반 확산 전략을 채택한 미국 경쟁사들을 잘 벤치마크했기때문에 지금의 성공을 이루었다고 본다.

사실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새로운 콘셉트가 나오기도 힘들다. 위치 기반이고 증강현실(AR)기반이고 아직까지는 모두 실험단계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현재의 모바일 메신저에 기능이 많아서 고객이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PC 메신저 시장에서 시장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트온과 MSN 메신저의 스마트폰 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카카오톡이 성장했다는 것은 필자가 얘기하는 서비스의 핵심 콘셉트에 집중했고 확산 전략을 잘 선택했기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관련기사

카카오톡이 앞으로도 계속 1위 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 혹시 또 다른 확산 전략을 제시할 회사에 의해서 또는 다른 진입 장벽을 준비하는 회사에서 의해 역전될 가능성은 없는 걸까? 이런 관점에서 최근 다음의 마이피플이 무료전화 서비스를 추가하면서 다시 시장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점은 PC용 메신저의 과거를 반추하는 사례라 볼 수 있다.

분명한 건 인터넷 기반에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언제나 킬러 서비스였다는 점이다. 여러분의 도전을 기다려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병선 IT컬럼니스트

다년간의 벤처 대표를 하고 세상의 뜨거운 맛을 본 개발자 마인드의 기획자. 퓨처워커라는 필명의 블로거로, 청강문화산업대에서 앱 개발자를 육성하면서 플랫폼전문가그룹에 대표위원으로 활동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