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가 아이폰 선택한 3가지 치명적 이유

일반입력 :2011/03/01 12:08    수정: 2011/03/02 15:34

‘T’ 브랜드로 무장한 아이폰이 몰려온다. 지난 24일 SK텔레콤이 아이폰4를 도입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2009년 말 KT가 독점 출시하며 이미 220만대가 팔려나간 아이폰을, 왜 이 시점에 SK텔레콤이 아이폰 도입을 전격 결정했을까.

업계에서는 올 한해 1천500만명에 달하는 약정만료 가입자, 올 1월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되는 01x 번호이동 허용, 3G 서비스에 필요한 2.1GHz 주파수의 가장 넓은 대역폭 확보 등의 이유가 SK텔레콤이 아이폰 도입을 결정한 계기가 됐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쏟아져 나오는 약정만료 가입자 ‘1천500만’

지난해 아이폰과 갤럭시S가 몰고 온 스마트폰 열풍이 가입자 700만 시대를 열었다면, 올해 스마트폰 시장은 최소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는 2007년 단말기 보조금 규제가 폐지하면서 이통사들이 앞 다퉈 도입한 약정제도 때문이다. 올 한해 이통3사로부터 약정이 끝나는 가입자가 SK텔레콤 800만명, KT 500만명, LG유플러스 200만명 등 1천500만명에 이른다.

이동통신 서비스 이용자의 휴대폰 교체주기가 2년 미만이란 점과 올해 이통3사가 출시할 단말 라인업의 70%가 스마트폰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시장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지난해 스마트폰 열풍은 미풍에 불과했으며 스마트폰이 본격 대중화되는 시점은 올해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이 뒤늦게라도 아이폰을 선택한 이유는 800만명에 이르는 자사 약정만료 가입자의 이탈 방지를 위해 마케팅비를 쏟아 붓기보다는 도입으로 방향선회를 한 셈이다.■010 번호통합정책도 한 몫

방송통신위원회의 번호정책에 따라 오는 2018년이면 휴대폰에서 011·016·017·018·019 등의 식별번호를 쓰는 01x 사용이 불가능하다.

방통위는 이에 맞춰 올 1월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01x 번호를 쓰는 이용자가 번호를 변경하지 않고 스마트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스마트폰 확산에 따라 2G 가입자도 번호변경 없이 스마트폰을 쓰도록 해주자는 취지다.

따라서 011 이용자의 경우 번호를 바꾸지 않고 KT의 아이폰 가입이 가능하다.

현재 01x 가입자는 SK텔레콤 530만명, LG유플러스 150만명, KT 60만명으로, 브랜드 충성도와 가장 많은 01x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약정만료 및 01x 가입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어 이 부담을 덜어내기 위해서도 아이폰 도입이 절실했다.■품질 승부에서는 자신

올 1월말 200만명의 아이폰 이용자를 확보한 KT는 일평균 8천명, 매월 25만명이 아이폰4에 가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폰 3GS가 50만명을 돌파하는데 4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해 2배 빠른 속도라는 것이다.

특히 아이폰4 가입자는 데이터 사용량도 아이폰 3GS에 비해 2배가 넘고, 70%가 5만5천원 이상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택한 우량 가입자라는 것이 KT 측의 설명이었다.

강력한 브랜드 파워로 가장 많은 우량 가입자를 보유했던 SK텔레콤 입장에서는 KT가 공개한 이 같은 숫자가 달가울 리 없다.

하지만 3G 서비스에 필요한 2.1GHz 주파수의 가장 넓은 대역폭을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이 아이폰을 통해 품질로 옛 명성을 되찾아 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가능성도 있다.

현재 2.1GHz는 SK텔레콤 60MHz, KT가 40MHz 대역폭을 보유하고 있지만, 3G 가입자는 SK텔레콤과 KT가 약 1천400만명 수준으로 비슷하다.

결국, 3G 무선데이터 서비스에 필요한 넓은 대역폭을 지닌 SK텔레콤이 품질에서 KT에 우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안드로이드 전략은 ‘삐걱’

KT가 아이폰을 도입했을 때 SK텔레콤이 내세운 차별화 전략은 국내외 안드로이드폰의 물량공세였다.

SK텔레콤은 2월 모토로라의 스마트폰 모토로이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갤럭시A·갤럭시S’, HTC의 ‘디자이어·HD2’, 소니에릭슨의 ‘엑스페리아 X10’, 모토로라 ‘드로이드·XT800W’, 팬택 ‘시리우스’, RIM ‘블랙베리 볼드9700’, LG전자 ‘SU950’ 등을 줄줄이 선보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SK텔레콤은 애플 앱스토어에 의존하는 KT에 대응해 안드로이드 마켓 확대에 공을 들였다.

2월 안드로이드 아이디어 공모전을 시작으로 대대적인 안드로이드 캠페인에 나섰으며, 알파라이징 전략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폰에 공을 들여야 하는 SK텔레콤은 이 같은 안드로이드 전략에 상당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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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T스토어와 안드로이드마켓의 연계를 통해 콘텐츠 시장 활성화에 나섰던 SK텔레콤이 상대적으로 폐쇄적인 애플 앱스토어 지원에 나서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다양한 앱이 구축된 애플 앱스토어를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겠지만 SK텔레콤은 자사 콘텐츠 사업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KT가 아이패드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애를 먹었던 점을 감안하면 SK텔레콤 역시 태블릿 비즈니스에서도 고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