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MVNO와 MNO간 새로운 협력과 경쟁

일반입력 :2011/02/21 07:08

설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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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방송통신위원회 고시가 공포됨에 따라 사업화의 문이 열린 이동통신재판매(MVNO)가 올해 상반기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시장 개막을 예고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KT, SK텔레콤, LGU+ 3대 사업자가 주축이 된 국내 이동통신업계는 지금과 다른 변화의 시대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MVNO(Mobile Virtual Network Operator)란, 말 그대로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로 실제 사업적 관점에서 표현하자면 ‘이동통신망 임대 사업자’라고 할 수 있다. 즉 기존 MNO(Mobile Network Operator)의 망을 임대하여 이동통신 사업을 하는 것을 뜻한다.

정부에서 MVNO를 도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사업자간 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다. 이동통신 사업은 유한자원인 주파수를 정부 기관이 배분함으로써 사업이 가능한데, 주파수는 대개 3~5개 사업자에게 배분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사업자간 안정화가 이뤄지고 나면 시장이 고착화되고 새로운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MVNO는 새로운 시장 참여자로서 가격 인하와 틈새 서비스를 개발하며 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MVNO는 MNO의 입장에서 볼 때 이동통신 시장 내에서 경쟁 그룹으로 파악된다.

그러나 MNO와 MVNO의 관계가 단순하게 경쟁적으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MVNO는 MNO의 유휴 주파수를 도매로 구입하는 고객이기도 하며, MNO가 미처 손을 뻗치지 못하고 있는 특정 영역의 틈새시장 소비자층을 고객으로 끌어들여 그들에 대한 마케팅 및 관리를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즉 MNO와 MVNO는 전략적 관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에 따라 경쟁 관계가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고, 보조 또는 협력 관계가 강하게 나타날 수도 있다.

우리나라 보다 앞서 MVNO를 도입한 해외에서도 고유의 마케팅이나 유통망, 그리고 특화된 고객군을 통해 MNO와 협력 및 보완적 관계를 형성한 MVNO 성공 사례가 많다. 특히, 유통업계 출신의 MVNO가 가장 많은 비중(약 41%)를 차지하는데, 이는 기존 유통망을 활용하여 유통비용을 절감하고, 기존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을 가장 잘 구사할 수 있다는 유통업계의 강점이 발휘되었기 때문이다.

먼저, 영국의 대형 유통그룹 테스코(Tesco)의 MVNO 시장 진입이 이들 유통업체의 진출 사례로 대표적이다. 테스코 그룹이 영국 이동통신사 오투(O2)와 50:50의 지분 투자로 설립한 테스코모바일(Tesco Mobile)은 기존 사업의 고객 기반과 뛰어난 마케팅 전략, 그리고 저가 요금제와 선불요금제 등의 차별화된 가격 정책을 펼쳐 MVNO계의 성공 모델이 되고 있다. 테스코모바일은 지난 2003년 처음 MVNO 사업을 개시하여 2년 만에 유통 고객들을 기반으로 100만 가입자를 모집했으며, 현재는 영국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2.4%인 약 200만 명을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또 다른 사례로 2002년 미국 이동통신업계에 진출해 시장에 안착한 트랙폰(Tracfone)이 있다. 트랙폰은 멕시코의 최대 통신사업자 아메리카모빌(America Movil)이 세운 미국 내 자회사이다. 트랙폰은 2009년 말 기준 미국 내 1,5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여 전체 미국 이동통신 시장의 6%를 점하고 있다. 트랙폰의 가장 큰 성공 요인은 전략적 타깃 고객 선정을 들 수 있다.

트랙폰은 멕시코 계열인 모(母) 회사와의 관계를 통해 미국 내 노동자 층의 25%를 차지하고 있는 히스패닉 계층을 전략적 타깃 고객으로 삼았다. 이 밖에도 성공요인으로 저가 요금제와 선불 요금제, 그리고 이와 관련된 선불 카드를 미국 최대 유통조직인 월마트(Wal-Mart)와 베스트바이(Best Buy)에서 살 수 있도록 하여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인 것을 들 수 있다. 또한 미국 내 4대 이동통신사 모두와 회선임대 관계를 맺은 유연성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MVNO 사업자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기존 MNO와 새로이 시장에 진입하는 MVNO가 어떻게 협력과 경쟁 관계를 구축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MVNO 사업자들이 기존 MNO의 역할을 보완하면서 특색 있는 사업모델을 통해 우리나라 통신시장이 보다 확대되고 다양해지기를 기대해 본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설정선 IT컬럼니스트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상근부회장, 고려대 정보경영공학 박사,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융합정책실장, 지식경제부 성장동력실장, 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