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3위’ 네이버톡, 직접 써보니…

일반입력 :2011/02/17 15:14    수정: 2011/02/18 11:11

정윤희 기자

바야흐로 춘추전국 시대다. ‘카카오톡’이 꽉 잡고 있던 스마트폰용 무료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시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NHN이다. NHN은 지난 16일 ‘네이버톡’을 내놓으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당초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지만 약 두 달 정도 늦게 세상에 나온 ‘네이버톡’은 700만 가입자를 자랑하는 ‘카카오톡’, 무료통화 도입으로 상승세를 탄 ‘마이피플’과 혈전을 예고했다.

직접 ‘네이버톡’을 써봤다. 일단 첫 인상은 ‘카카오톡’과 ‘네이트온’을 합한 서비스 같았다. 그러나 기존 강자인 ‘카카오톡’의 대항마가 되려면 2%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아직은 베타서비스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메신저 앱들과의 차별화가 부족하다는 점은 실망스러웠다.

■네이버 충성 고객에게는 ‘굿’, 그러나…

‘네이버톡’은 모바일과 PC에서 모두 사용가능한 점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내가 PC로 친구들과 말한 내용을 고스란히 모바일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편리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PC에서 대화한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컴퓨터를 켜고 지난 대화함을 찾아볼 필요가 없어져 만족스러웠다.

다만, 기본 알림 설정이 'PC에서 사용할 때 모바일에서 알림받기'로 설정돼 있어 PC와 모바일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다소 불편했다. (해당 설정은 모바일 앱 내 알림설정에서 변경 가능하며 PC 앱 설정에서는 변경 불가능하다) 게다가 모바일-PC 연동이 다음 ‘마이피플’이 먼저 선보인 기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네이버톡’만의 특징이랄 수도 없다.

오히려 ‘네이버톡’의 가장 큰 장점은 네이버 블로그, 미투데이, N드라이브 등 다양한 네이버의 기능들을 한꺼번에 이용 가능한 점이다. 친구 추가도 휴대폰 전화번호부를 넘어서 네이버 서비스 친구들도 모두 가능했다. 네이버 서비스를 한 눈에 관리할 수 있는 ‘네이버미’를 모바일로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특히 대화를 하던 중 N드라이브를 통해 문서 등 파일을 바로 전송할 수 있다는 점은 매력이었다. 누리꾼들은 취향에 따라 “다소 복잡하다”, “앱이 무겁다”, “메신저 기능에 충실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블로그, 미투데이 등을 모두 이용하는 네이버 사용자라면, 편리하다고 느껴질 법 했다.

이밖에도 아쉬운 점은 있었다. 메신저 기능에서 일대일 대화만 지원할 뿐, ‘그룹대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것, 국가번호가 들어간 번호나 해외 전화번호로는 사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은 불만 사항이다. ‘카카오톡’이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접속오류 ‘폭주’…서비스 안정화 급선무

더욱 큰 문제는 서비스 안정화다. 첫 날 ‘네이버톡’은 로그인 오류, 인증 번호 미전송 등 홍역을 제대로 앓았다. 기껏 이용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인기몰이에 나섰지만, 불안정한 서비스는 오히려 ‘안티팬’만 늘릴 뿐이다.

실제 아이폰에서 ‘네이버톡’으로 접속한 기자도 몇 차례 접속오류를 겪었다. 로그인이 제대로 되지 않는가 하면, 자동 로그인 설정을 해뒀으나 해당 앱을 구동할 때마다 일일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입력해야했다.

메시지와 푸시 알람 사이의 지연도 상당했으며, 메시지도 느리게 도착했다. PC 웹에서 접속하니 상황은 조금 나아졌지만, PC를 사용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면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NHN에 문의하니 “이용자 폭증으로 인해 잠시 문제가 있었으나, 곧 복구했다”며 “아직은 베타서비스 중이라 여러 이용자의 의견을 수렴해 서비스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잡는다? 글쎄…

‘네이버톡’의 데뷔는 화려했다. 출시되자마자 많은 누리꾼들이 관심을 보이며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랐다.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출시 하루 만에 무료차트 3위에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그러나 무료 메신저 1위 자리를 노리기에는 많이 아쉽다.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네이버 서비스 연동 외에는 눈에 띄는 특징을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것저것 섞어놓은 짬뽕 메신저’라는 인터넷 상의 혹평에 반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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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베타서비스인 점을 감안하면 기다려줄 용의가 충분히 있으나, ‘네이버톡’이 한순간 돌풍으로 그치지 않으려면 많은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

누리꾼들도 “카카오톡을 넘어서겠다면,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오류 해결 등 서비스 안정화가 급하다”, “너무 많은 기능을 담으려다보니 이도저도 아니게 된 듯”, “아직 베타 버전이니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 좋은 서비스가 될 것”, “PC 연동, N드라이브 연동 등은 마음에 든다” 등 다양한 의견을 등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