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의 모바일 개발자 전략 "애플·삼성과 달라"

일반입력 :2011/02/14 10:58

휴렛팩커드(HP)는 최근 웹OS 기반 모바일 기기를 선보이고 개발중인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 3.0 버전도 소개했다. 이와 함께 그간 부족했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과 개발자를 확보하고 생태계를 확장하기 위해 우선 직접 만든 앱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외부 개발자들에게 웹OS 플랫폼의 이점과 가능성을 제시해 이들을 HP 생태계로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HP 퍼스널시스템그룹(PSG)의 스티븐 맥아서 컨슈머애플리케이션비즈니스 선임부사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HP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팀을 갖고 있다며 우선순위가 높은(headline) 앱을 만들어 시연하고 개발 사례로 활용되도록 내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서 우리는 직접 쓸만한 제품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열성적인 개발자와 리더를 영입하고, 개발툴을 엄밀하게 검토하고, 플랫폼을 알릴만한 사례를 구축할 것이라며 그리고 결과물을 (외부에) 넘겨 주는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즉 HP가 직접 앱 개발 사례와 관련 자료를 개방해 외부 개발자들이 관심을 갖고 웹OS 앱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얘기다. 맥아서 선임부사장은 이를 플랫폼에 씨를 뿌리는 방법이라고 표현했다.

또 맥아서 선임부사장은 또 직접 웹과 연동되는 유명 노트 앱 '에버노트', 수억대 사용자를 가진 소셜 서비스 '페이스북', 인기있는 지역 정보 사이트 '옐프' 등 A급 서비스를 웹OS 앱으로 끌어들이는 데 우선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공여부는 불투명하다. 아직 HP는 맥아서 선임부사장이 언급한 '씨뿌리기' 작전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고 HP가 행사 기간에 시연한 웹OS는 완성된 버전이 아니라 개발중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잘 못 나가지만…

HP 웹OS가 갖춘 모바일 생태계 기반은 초라하다. 기존 웹OS 기반 단말기 사용자층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2%에 머물렀다. 앱 규모 측면에서도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팜앱카탈로그에 등록된 앱은 7천개 미만이다. 이는 '블랙베리 앱월드'나 윈도폰7 마켓플레이스보다 조금 많은 수준이지만 자랑할 게 못 된다. 안드로이드 마켓에 올라간 앱은 30만, 아이폰 앱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은 10만개를 넘어섰다.

팜앱카탈로그에서 누적 다운로드 횟수는 지난 1월 중순 1억건을 넘어섰다. 지난 2009년 9월 문을 연지 1년4개월만이다. 비슷한 시기 애플이 앱스토어에서 100억번째 앱 다운로드 이벤트를 진행한 것과 대조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도 HP 전략이 먹혀들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IT뉴스 블로그 TFTS의 블로거 로버트 넬슨은 그간 개발자들이 웹OS용 앱개발에 별로 끌리지 않았다면 HP 계획은 최소한 시도해볼만한 대안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사용자들은 앱을 누가 만들었느냐보다 자신에게 필요한 기능이 있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에 HP가 기본적으로 쓸만한 앱을 만들어 사용자들을 끌어들인 뒤 이들을 보고 개발자가 움직이게 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다.

■HP판 N스크린 전략 가능한가

거대한 사용자 기반으로 개발자를 끌어들인다는 아이디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HP는 지난 10일 웹OS를 탑재한 PC를 올하반기 출시한다고 밝혔다. 웹OS 개발자들이 앱을 팔 수 있는 시장에 모바일기기뿐 아니라 HP가 내놓는 PC 구매자도 포함된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업계는 앞서 지적한대로 취약한 웹OS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보일지 주목하고 있다. 제대로 풀린다면 HP의 주특기였던 PC와 새로 선보인 태블릿, 스마트폰 사용자 기반을 통합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HP가 선보인 웹OS 개발툴이 이같은 전망을 가속화하고 있다. 기기마다 서로 다른 화면 크기에 맞춰 앱을 매번 새로 만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웹OS 개발 프레임워크 '에뇨(Enyo)'는 스마트폰 화면에 맞춰 개발한 앱을 태블릿, PC같은 다른 해상도 화면에서 실행해도 문제 없이 보여 준다. 블로그 기반 온라인 IT미디어 엔가젯은 에뇨가 화면크기에 신축성 있는 앱을 만들게 한다고 전했다.

애플리케이션을 웹사이트처럼 어떤 해상도에서든 맞춰 쓸 수 있도록 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웹OS에서는 앱의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HTML같은 마크업 언어로 만들고 내부 구조는 따로 프로그래밍하는 방식을 쓴다.

웹기반 UI 방식은 접근하기 쉽기 때문에 기존 PC 개발자들도 관심을 보이는 부분이다. HP는 미완성인 에뇨 프레임워크를 등록한 개발자들에게 배포하고 피드백을 수렴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 11일 공식 HP 팜 개발자 센터(PDC) 블로그에 이를 위한 SDK 조기 도입 프로그램(EAP)을 소개했다. PDC에 등록된 개발자들에게 에뇨 프레임워크를 포함한 SDK를 우선적으로 제공한다는 내용이다. 이미 등록한 개발자들은 비공개 포럼에서 다운로드 할 수 있다.

PDC는 향후 몇 주간 SDK와 프레임워크 관련 소식을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HP PDC에서 개발중인 웹OS 앱개발 프레임워크 에뇨 설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