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서버 시장을 덮치는 두얼굴의 클라우드

일반입력 :2011/02/10 11:14    수정: 2011/02/16 14:02

차세대 IT패러다임으로 주목받아온 클라우드 컴퓨팅이 2011년을 기점으로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통신, 엔터프라이즈 컴퓨팅, 개인용 웹서비스, 방송, 모바일 등 다양한 IT분야에 걸쳐 클라우드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예전처럼 뜬구름 잡듯 클라우드, 클라우드 하는 함성만 울려퍼지는게 아니라,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IT판세 재편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이다.

판이 바뀌는, 이른바 패러다임 시프트는 거대한 변화를 동반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역시 기술이나 솔루션은 물론 IT분야 종사자들이 일을 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지디넷코리아는 2011년 클라우드가 몰고오는 다양한 변화와 이슈들을 주목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클라우드가 몰고올 IT생태계 변화 시나리오'라는 주제로한 기획 기사들을 발굴해 나가기로 했다. <편집자주>

x86서버 업체들에게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클라우드 열풍속에서 서버 업체, 특히 x86 진영의 입장이 묘하게 됐다. 클라우드를 맞아 유닉스 서버 비중이 줄고 x86 전성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이 많지만, 이게 서버 업체들의 대박으로 이어질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클라우드로 인해 x86 서버 시장이 커질 것이란 기대만큼, 클라우드로 인해 전통적인 x86서버 업체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냥 하는 걱정이 아니다. 우려가 현실화될 수도 있는 징후들이 벌써 감지되기 시작했다.

국내 굴지 통신사인 KT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준비하면서 기존 업체가 아닌 조립서버를 주문 제작해 인프라를 구축한게 대표적이다. 대규모 물량을 기존 x86서버 업체가 아닌 곳에서 들여온 것이다.

KT 사례가 알려지면서 클라우드, 특히 외부를 상대로 인프라를 빌려주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는 x86서버 업계에 계륵 아니냐는 까칠한 얘기들도 들린다. ■x86서버 시장에 롱테일이 사라진다?

지난해 국내에서 x86서버 전체 판매 대수는 10만대가량으로 추정된다. 이중 약 30%가 통신, 인터넷, 게임 분야에 공급된다. 올해는 이 분야 업체들이 대거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KT나 SK텔레콤 등 통신사들이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하면서 구입한 신규 서버 물량은 확실하게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서버 업체들이 무시할 수 없는 규모임은 분명하다. 서버 업체들은 KT가 추진했던 유클라우드 프로젝트에서도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적극 나섰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KT는 목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구축과정에서 직접 주문제작한 제품과 브랜드 서버를 각각 절반씩 사용했다.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에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KT 사례는 서버 업체들에겐 위협적이다. 효과가 있다는 결론이 내려질 경우 유사한 사례가 확산될 수 있다.

KT의 서정식 클라우드추진본부장은 클라우드 서비스는 서버 업체 의존도를 낮춰야 비용 효율적인 가격과 서비스를 도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문 제작한 하드웨어와 오픈소스 SW 활용을 강조한 것으로 비용 효율적인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통신사뿐 아니라 NHN, 다음 등 x86서버 인프라 구축 노하우를 쌓은 인터넷 포털 업체들이 브랜드 서버 구입을 멀리하게 된다면 서버 업체들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인해 x86서버 수요는 높아졌는데, 그 혜택은 엉뚱한데(?) 돌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는 일단 중소기업을 겨냥했다. 서비스로서의 인프라(IaaS) 기반 퍼블릭 클라우드가 확산된다는 것은 중소기업들은 서버를 직접 구입하는게 아니라 클라우드 환경에서 빌려쓰는 비중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서버를 팔아 먹고사는 업체들로서는 부담스런 상황일 수도 있다.

모 서버 업체 고위임원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서버를 제공한다면 기존 SMB 시장 매출은 20%까지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장 조사 업체 한국IDC의 김영욱 연구원도 “클라우드 컴퓨팅이 x86서버 시장 활성화의 모티브인 것은 맞다”면서도 “하지만 단기적인 것이지 장기적으로는 수요를 줄여 벤더에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떨어지는 가격, 벤더부터 유통채널까지 수익성 고민

서버 업체가 클라우드 확산을 무턱대고 반길 수 많은 이유는 또 있다. 가격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는 것이다.

KT가 주문 제작서버를 선택한 표면적인 이유는 당연히 도입비용 절감이다. 주문 제작 서버 채택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기존 브랜드 서버 업체들의 제안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볼수 있다. 업체간 가격경쟁을 일으켜 향후 인프라 확장 시 추가하는 서버를 더 낮은 가격으로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은 고성능 서버보다는 보급형 서버 수요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급형 서버는 적은 마진 탓에 일정 수준 이상의 판매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업체 수익성에 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유통 업체도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경쟁이 심한데, 클라우드 컴퓨팅 때문에 가격을 더 내리는 것에 대해 민감해 보이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서버시장은 유통채널 간 대리전 성격이 강하다. 대폭 줄어든 가격과 마진으로는 입찰을 수주하더라도 벤더 몫을 빼고나면 이전보다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국내 서버 유통 업체 관계자는 “클라우드가 아직 도입단계라 단기적인 영향은 없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수익성 감소요인이다”라며 “서버 유통사 누구나 이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클라우드에 검증된 제품을 써야 하는 이유

서버 업체들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가 확대되면 일부 타격이 있을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전체 시장에서의 주도권은 유지해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주문 제작 방식의 서버가 대세가 될 가능성도 높게 보지 않는다. 장기적으로 저가 서버가 가진 한계점이 드러날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국IBM의 박완호 시스템X사업본부장은 시작단계인 클라우드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될텐데 이때 서버업체의 노하우가 시간과 비용을 줄여준다며 주문 생산은 각종 시행착오를 사용자가 처음부터 모두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본부장은 또 주문생산도 하나의 옵션이지만 서버업체가 가진 과거의 구축 노하우와 경험. SW, 서비스 등을 절대 무시할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아웃소싱제품의 한계는 뚜렷하기 때문에 총소유비용(TCO) 관점에서 브랜드 서버 업체 제품을 택하는 것이 낫다는 설명이다.

서버 업체들은 또 클라우드 인프라가 대규모로 진행될수록 안정성과 전력소모, 유지보수 등의 이슈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에 주문 제작 서버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 x86서버 시장 1위인 한국HP의 김영채 이사는 클라우드는 규모를 키울수록 오차율도 그만큼 쌓인다라며 특히 발열문제는 x86서버의 위험요소로 단순히 케이블만 깔끔히 잘했다고 결판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겉모습은 같겠지만 실제로 써보면 열이 빠져나가는 경로나 전체 성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일 등 함부로 서버업체의 것을 흉내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클라우드가 피할 수 없는 대세란 점은 누구나 동의한다. 서버 업체, 유통 업체, 통신 업체 모두가 앞다퉈 클라우드를 외치고 있다. 클라우드는 x86서버를 기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점도 부정하는 이는 드물다.

김용욱 한국IDC 연구원은 “x86이 국내에선 여전히 유닉스보다 비중이 적다”라며 “전성기가 오는 시점이라면 가장 보수적인 금융권이 x86을 주요 업무영역에 도입할 때”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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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변화의 결과물을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클라우드 위에 올라탄 x86 서버 시장이 어디로 튈지는 예측 불허다. 고객들도 똑똑해졌다. IT업체들의 컨설팅을 받고 나서도 고개를 갸우뚱해 하는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x86서버 시장은 어떻게 진화해 나갈까?

기존 업체들이 계속 주도권을 행사할 수도 있고 반대로 과거와는 다른 구매 방식이 대세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과에 따라 x86서버 시장 판세는 요동칠 수 있다. 변화는 업계 전체 재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클라우드 열풍속에 x86 서버를 둘러싼 업체들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