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發 클라우드 연대, 심판대 선다

일반입력 :2011/01/27 15:53    수정: 2011/02/16 14:03

황치규 기자

클라우드에 대한 한국HP의 목소리에 그 어느때보다 힘이 실리는 요즘이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던지는 메시지들이 대단히 공격적이다.

핵심은 클라우드에 가장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클라우드를 키우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 손해보는 것도 감수하겠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클라우드에 거는 한국HP의 기대는 그만큼 크다.

한국HP에서 클라우드 전략을 총괄하는 이는 전인호 엔터프라이즈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ESSN) 사업 총괄 전무다. 그는 클라우드 관련 한국 전담 마크맨이다. 비즈니스 모델 발굴이나 제휴 업무를 총괄한다.

최근 올해 사업 전략을 듣기위해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키워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었다. 핵심은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협력에 기반한 클라우드 전략으로 강력한 SW파워를 가진 한국IBM이나 한국오라클을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협력에 기반한 클라우드 전략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다소 두루뭉술하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이들에게는 뜬구름잡는 클라우드 전략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국내에서 SW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클라우드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게 핵심입니다. 라이선스 방식으로 SW를 파는 업체들이 클라우드로 전환하려고 해도, 내수 시장이 너무 작아요. 업체 혼자서는 쉽게 클 수가 없는 구조에요. HP는 이들 업체들에게 규모를 제공하는게 전략입니다. 최소한 자기 SW를 유지보수할만한 시장을 만들어주는 거죠.

국내 SW업체들이 클라우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얘기로 들린다. 크게 틀린 해석은 아닌 것 같다. 전인호 전무의 얘기는 계속된다.

국내 업체들이 자신들의 애플리케이션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도록 지원해 나갈 것입니다. 필요하면 하드웨어와 SW가 통합된 어플라이언스도 만들수 있도록 장비도 OEM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에요.

전인호 전무는 국내 업체들이 이제 클라우드 인프라보다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서비스로서의 인프라(IaaS), 서비스로서의 플랫폼(PaaS)를 만들어만 놓는다고 돈이 그냥 굴러들어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내가 가진게 뭔지, 누구와 경쟁하는지, 고객은 누구인지, 또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면 거기에 걸맞는 독자적인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봐요. 고객들이 쓰고 싶은 서비스를 제공해줘야죠.HP의 비전은 규모가 작은 SW업체들이 이렇게 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겠다는 것입니다.

전인호 전무의 이같은 구상은 '클라우드맵'으로 요약된다. IT서비스나 통신 업체가 됐든 중소SW업체가 됐든 HP와 연대해 의미있는 클라우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다. '의미있는'이라는 문구는 HP가 추진하는 연대를 상징한다.

고객들이 쓰고 싶어하는 클라우드 서비스를 만들어야죠. 지금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IaaS인데, 비용이 생각만큼 싸지가 않아요. 신뢰성도 끌어올려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은 클라우드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를 좀더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아마존처럼 인프라 만든다고 아마존처럼 될 수는 없습니다.

전인호 전무에겐 개발자들이 개발용으로 IT자원을 빌려쓰는 클라우드 모델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대로된 서비스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는 않다. 글로벌 SW업체들과 달리 '거리'를 가진 국내 업체들은 많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HP는 협력에 기반한 클라우드 전략을 본격화한다. 일단 IT 서비스 업체들이나 확실한 킬러앱을 갖춘 국산 SW업체들과의 제휴를 모색할 것 같다. 통신 업체들도 언제든 친구가 될 수 있다. HP가 파트너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클라우드 모델에 대한 노하우와 저렴한 인프라다. HP 서버와 스토리지 그리고 네트워크 장비가 결합된 이른바 컨버지드 인프라를 이용하면 클라우드 투자 비용을 절감하면서 의미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얘기다.

분야별로 검증된 여러 업체 솔루션을 도입하는 베스트 오브 브리드(Best of Breed) 전략으로는 클라우드 싸움에서 절대 이길 수 없습니다. 최대한 싸게 그러면서도 안정적으로 만들어야죠. 비싼 서비스는 비싼 장비에, 싼거는 싼 장비에 담는거에요. 이걸 하이브리드로 묶으면 됩니다.

전인호 전무는 싼게 좋다고 검증되지 않은 장비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인프라를 꾸릴 경우 중장기적으로 리스크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멀리 보고 뛰려면 믿을만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HP가 파트너가 되겠다는 셈이다. 이를 위해 전인호 전무는 직접 총대를 맸다. 그가 추진할 HP 클라우드 연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HP는 최근 기업 고객들을 겨냥해 하이브리드 딜리버리(HP Hybrid Delivery)를 표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 솔루션을 발표했다. 하이브리드 딜리버리는 고객들이 자사 환경에 적합한 서비스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게 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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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HP는 서비스로서의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지향하는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서비스 컴퓨트를 발표했다. 엔터프라이즈 클라우드 서비스 컴퓨트는 핵심 애플리케이션 및 프로세스를 실행하는데 필요한 부분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기 원하는 고객에게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 보안 자원을 하나로 묶어서 제공하는 것이다. 고객은 IT 운영에 필요한 장비를 구입, 배치하고 유지하기보다는 클라우드를 이용해서 자본 투자나 조달 및 설치 부담 없이 유연하게 보안 기술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 기업들이 IT자원을 소유하지 않고 빌려쓸 수 있는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HP는 클라우드시스템도 제공한다. HP 클라우드 서비스 자동화(HP Cloud Service Automation) 소프트웨어와 컨버지드 인프라스트럭처에 기반한 HP 클라우드시스템은 프라이빗, 퍼블릭,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환경 전반에 걸쳐 서비스를 구축, 관리하고 사용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