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모토로라, 이런 기막힌 일이

일반입력 :2011/01/25 10:41    수정: 2011/01/25 15:03

이재구 기자

'우리 파트너가 경쟁사에 팔리면서 영업비밀까지 고스란히 넘겨주다니....'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는 그간 사이좋게 협력해 오던 모토로라통신장비부문 매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협력사를 인수한 업체는 다름아닌 자사 통신장비 아이템과 치열하게 시장 경쟁을 벌이고 있는 노키아지멘스였기 때문이다. 그간 모토로라에 주었던 자사 통신장비 판매내용 등 영업비밀까지 넘어갈 위기에 처한 화웨이는 결국 소송이란 수단을 택했다.

씨넷은 24일(현지시간) 화웨이가 미국 일리노이주법원에 모토로라를 불법적인 영업비밀양도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모토로라는 지난 해 7월 자사의 전체 무선인프라사업을 12억달러에 팔겠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여기에는 이 회사의 3G무선망용 제품도 포함돼 있었다.

■협력사가 넘어가면서 그간 협력 영업비밀도 함께

고소장은 '모토로라장비사업부가 노키아지멘스로 넘어가면서 자사의 판매제안서를 불법적으로 넘겨 주었다는 내용과 함께 모토로라직원들이 UMTS와 GSM장비에 관련된 정보를 노키아지멘스에 넘겨주지 말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화웨이는 소장에서 모토로라 자산을 노키아지멘스에 넘기는 것은 화웨이가 회복하지 못할 엄청나게 위험한 비밀정보를 노키아지멘스네트워크에 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회사는 노키아지멘스로 이관될 모토로라의 많은 직원들이 화웨이의 비밀을 직접 노키아 지멘스에 넘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모토로라와 노키아지멘스 어느쪽도 이 소송에 대해 반응하지 않고 있다.

모토로라는 지난 2000년부터 10년 간 화웨이의 GSM 및 UMTS용 무선접속장비를 재판매하면서 제품의 오류를 보정하는 작업도 함께 수행해 왔다. 하지만 화웨이와 똑같은 아이템의 장비로 직접 경쟁하는 노키아지멘스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화웨이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빌 플러머 화웨이 대외협력 담당 부사장은 “소송 전체의 내용은 우리의 지적재산권(지재권)이 손쉽게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플러머 부사장은 화웨이가 모토로라와 통신장비사업무매각이 발표된 시점부터 협상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모토로라는 매각이 끝나자 지재권 보호와 관련해 아무런 확답을 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안보에 위협(?)···화웨이의 소송 귀추 주목

이는 중국에 소재한 화웨이가 미국기업에 대해 법정소송을 제기한 최초의 사례다. 그러나 화웨이는 그동안 다른 미국 회사에 의해 법정소송의 타깃이 되어 왔다.

수년전 시스코도 자사 협력사에 대해 IP네트워크장비 침해협의로 고소한 적이있다. 이 소송은 결국 합의로 종결됐다.

이에 앞서 모토로라는 지난 6월 화웨이가 기업스파이를 동원해 영업비밀을 훔쳐갔다며 고발한 바 있다.

이 소송은 지난 2008년 모토로라가 직원 5명에 대해 일리노이 숌버그 소재 IP네크워킹회사 렘코와 정보를 공유한 협의로 소송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렘코는 화웨이와 재판매 협정을 맺고 있는 회사였다.

한편 이번 소송에는 미 국가 통신보안이라는 보이지 않는 배경도 숨어있어 제3자들에게는 그 귀추가 더욱 흥미로울 수 밖에 없다.

즉, 미 의회지도자들이 그동안 미 국가안보 문제를 이유로 중국기업인 화웨이가 통신장비를 미국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팔리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 왔다는 속사정이 그것이다.

그러나 화웨이 측은 이번 건과 관련 화웨이는 지재권을 존중하며 이번 소송에서 단순히 영업비밀을 보호하려 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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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웨이는 “풍부한 지재권과 특허를 확보하고 있는 글로벌 IT리더로서 지재권자의 권리를 존중하고자 하며 동시에 자체 기술혁신과 지재권을 보호하려고 한다“고 e메일 발표문을 통해 말했다.

이 발표문은 “화웨이는 10만명에 달하는 직원의 거의 절반이 연구개발(R&D)에 참여한 가운데 연간 매출의 10%를 R&D비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지난 해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4만9천40개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