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기업 시장 이어 '태블릿'도 장악?

일반입력 :2011/01/18 11:48

이설영 기자

오는 2월9일은 HP에게는 새로운 이정표로 기록되는 날이 될 전망이다. 서버 및 프린터 등 기업용 시장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누렸던 HP가 일반 소비자 시장까지 장악할 수 있을까.

HP는 내달 9일 웹OS를 기반으로 한 태블릿을 공개할 예정이다. 당초 HP는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개최된 CES 2011에서 이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2월로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현지 시간) 컴퓨터월드는 HP가 가진 강력한 브랜드 파워에도 불구하고, 태블릿 시장을 공략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HP 브랜드 파워, 태블릿에 이어질까

현대 사회에서는 '브랜드'가 가진 힘을 누구도 무시할 수 없다. 브랜드는 단순하게 회사의 상표나 평판을 넘어서는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최근에는 브랜드 자체가 특정 업체의 대중성, 마케팅 수완, 디자인 능력 등을 평가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소비자 시장에서 그 자체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진다. 단지 애플이 내놓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제품들은 출시되기도 전에 관심의 중심에 선다.

반면 '블랙베리'로 유명한 리서치인모션(RIM)의 경우 약간 다른 대접을 받는다. RIM은 전통적으로 기업용 시장에서 강점을 보였기 때문에 이들이 내놓을 태블릿 '플레이북'에 대해서도 다소 의구심있는 눈초리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것.

같은 맥락으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휴렛패커드(HP)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서버 및 프린터 시장에서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보유한 HP는 곧 '웹OS' 기반의 태블릿을 발표할 계획이다. HP는 지난해 팜을 인수, 자연스럽게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웹OS에 대한 소유권도 가지게 됐다. 웹OS는 스마트폰용 OS로 알려져 있다. '팜프리'나 '픽시'같은 스마트폰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시장조사업체인 IDC의 라몬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HP는 그 자체로 훌륭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지만 웹OS는 그렇지 못하다고 평가한다.

라몬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비록 HP라 해도 태블릿 등의 제품에 대한 대중성은 전작을 통해 평가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웹OS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이어 "아이폰에서 아이패드가 나왔고, 블랙베리에서 플레이북으로 이어졌지만 웹OS는 팜프리와 픽시에서 사용됐을 뿐이다"면서 "문제는 이들 제품이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마스에 따르면 기업용 시장에서 HP가 갖고 있는 브랜드 파워가 일반 소비자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는 얘기이다.

■시장, 결국 제품 성능으로 평가

1월초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CES 2011에서는 약 80여종의 태블릿이 소개됐다. 태블릿 시장의 엄청난 성장을 전망할 수 있는 대목이지만, 확실한 승리자 또한 현재로서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많은 업체들이 태블릿을 선보였지만, 고만고만했다"면서 "정말로 차별성을 띤 제품을 필두로 한 강력한 브랜드가 나오기 전까지는 특별히 두각을 나타내는 제품이 없을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태블릿이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기란 쉽지 않다. 태블릿 영역은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했고, 그 범위 또한 현재로서는 매우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서의 승리자는 이용자들의 '첫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된다고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말했다.

그는 "이른바 '안테나게이트'에 휘말린 아이폰4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지난 수년간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애플을 도왔다고 볼 수 있다"며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은 분명 브랜드에 이끌리지만 얼마나 잘 동작하는지, 가격은 어느 정도인지 등의 요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 소비자들은 본질적으로 '본전을 뽑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라마스 애널리스트는 강조했다.

■"웹OS, 개별 디바이스에 특화"

토드 브래들리 HP PSG 부사장은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웹OS에 대한 세간의 평가에 반기를 들었다.

브래들리 부사장은 웹OS를 두고 "진정 웹에 기반한 OS이며, 매우 특징적이다"라며 "진정한 멀티태스킹이 가능한 유일한 OS이다"라고 치켜세웠다.

웹OS는 한번에 20개의 애플리케이션을 동작시킬 수 있다. 브래들리 부사장은 웹OS가 스마트폰, 태블릿, PC, 기타 대화면 디바이스로 특화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2월9일 진행될 이벤트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토드 브래들리 부사장은 "우리는 최상의 웹경험을 바라는 소비자들을 통해 엄청난 기회를 엿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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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HP의 발표가 있기 이틀 전인 2월7일 스프린트넥스텔 또한 대규모 발표를 앞두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두 발표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스프린트는 과거 팜의 '트레오'를 판매했으며, 비교적 성공적인 결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 받는다. HP가 팜을 인수했기 때문에 두 발표 또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일단은 두 발표가 이틀의 간격을 두고 벌어지는 것이니만큼 전혀 관련이 없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