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C가 주목한 잔혹성인 동화 인디게임 '림보'

일반입력 :2011/01/17 16:08

김동현

사실, ‘림보’(Limbo)란 게임을 접했을 때만 해도 왜 이 게임이 이렇게 많은 이용자와 관계자들의 주목을 샀는지 몰랐다.

두 개의 버튼과 십자 키만 사용하는 흑백 그래픽의 이 게임은 작년 비디오 게임 어워드(Video Game Award)를 비롯해 게임디벨로퍼컨퍼런스 어워드(GDC award)에서 총 7개 분야에 이름을 올렸다.

후보 기록만으로는 6개 분야에 이름을 올린 작년 최고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Read Dead Redemtion)과 5개 분야 후보가 된 ‘매스이펙트2’(Mass Effect2)를 제쳤다.

■알고 싶지 않은 현실, 죽음을 믿지 못하는 소년

인디 개발사 플레이데드(Playdead)의 공식 첫 작품인 ‘림보’는 퍼즐과 어드벤처로 구성된 게임이다. 간단한 조작과 심오한 두뇌 플레이,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잔인한 동화는 이용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게임의 시작은 이렇다. 자신의 누이가 자살한 채로 발견되고 소년은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리고 어떤 숲에서 깨어난 소년은 누이가 죽지 않았다고 믿고 이 숲을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흑백 그래픽을 사용한 이 게임은 시종일관 무겁게 진행된다. 화면에는 별다른 인터페이스도 없고 점프와 액션만으로도 이 게임은 진행이 된다. 거창한 인트로 영상도 없이 시작되는 무덤덤한 진행 방식도 처음엔 어리둥절하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게임을 시작하면 엄청난 몰입감과 함께 공포감이 엄습한다. 소년이 있는 숲은 어디이고, 도대체 누이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진실을 향한 소년의 앞에는 죽음이 기다린다.

■여러 해석 담긴 ‘림보’, 이것이 바로 잔혹동화

이 게임은 누이의 죽음 속으로 들어간 소년의 진실 찾기를 그리고 있다. 소년이 경험한 충격적인 부분들은 누이의 회상이라고 봐도 된다. 왕따와 괴롭힘, 그리고 서서히 무너져가는 누이의 심경이 스테이지와 돼 소년 앞에 펼쳐진다.

이 게임의 가장 큰 매력은 다양한 형태로 해석할 수 있는 누이의 심경이다. 스테이지에서 조금씩 풀어지는 내용들은 누이가 당했던 여러 가지 아픔에 대해 간접적인 표현을 한다. 감옥에 갇힌 장면이나 커다란 호텔이라는 단어 등도 여러 형태로 해석해볼 수 있다.

그리고 잘 짜인 퍼즐은 오랜만에 이용자에게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다. 간단한 액션식 퍼즐부터 시간식 퍼즐, 조합 등 여러 가지가 존재한다. 이 퍼즐들의 결과는 대부분 죽음과 직결된다.

커다란 톱니바퀴부터 익사, 거미의 밥이 되는 등 종류도 가지가지다. 이 장면들은 초반 ‘잔인한 표현이 포함돼 있습니다’라는 경고 문구에 어울리게 시종일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특히 후반 날카로운 톱니에 여러 조각으로 죽는 장면은 처참하다.

흑백이라는 단순한 그래픽이지만 섬세하면서도 무거운 느낌을 극대화 시킨 연출은 인디 게임 개발사라고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하다. 배경 음악이 특별히 없는 점도 즐기는 이용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개발사에게 박수를…후속작이 나오길 바란다

‘림보’를 즐기면서 느낀 건 이용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묘한 게임성과 개발사가 보여준 독창성이었다. 인디 개발사가 보여줄 수 있는 어떤 구속되지 않은 재미는 유명 개발사의 게임과는 확실히 차별화된 매력이다.

물론 간간히 게임 진행에 약간의 버그가 있고, 짜인 퍼즐이 틀어져 게임을 종료하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이 게임 자체의 재미는 유명 개발사들 게임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X박스360을 가진 사람이라면 꼭 놓치지 말고 한번 즐겨보길 바란다.

참고로 이 게임은 X박스 라이브 아케이드 전용이며, 1천200 MS 포인트를 필요로 한다. 데모는 무료 이므로 체험 후 즐기고 싶은 이용자는 후자 쪽을 먼저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