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 시범지역…케이블 가입자는 늘어?

일반입력 :2011/01/17 10:10    수정: 2011/01/17 17:44

정현정 기자

지난해 지상파 디지털 전환 시범사업이 추진되면서 울진군·강진군·단양군 등 지역에서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됐지만 지상파 디지털 전환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업계에 미치는 타격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지역에서는 케이블TV 가입자가 오히려 증가했다.

지상파 디지털 전환에 따른 가입자 이탈을 우려했던 케이블TV 업계는 안심하는 반응이다.

이는 출범 초기 ‘지상파 난시청 해소’ 역할을 수행하며 지상파 방송의 수신보조장치 정도로 여겨지던 케이블TV가 이후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지상파 방송 직접 수신 유인이 줄어들고 있는 탓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미 국민의 80% 이상이 케이블TV를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상파 위주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말 믿고 직접 수신 했더니 볼 게 없어”

디지털 지상파 방송의 가장 큰 약점은 채널 다양성이다.

지상파가 아무리 킬러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도 유료방송의 다채널 서비스에 길들여진 시청자의 입맛을 지상파 5개 채널로 잡기는 역부족이란 분석이다.

정부는 디지털 전환 사업 추진을 통해 난시청이 해소돼 케이블TV 등 수신보조장치 없이도 지상파 방송이 선명하게 잘 나오게 되면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지상파 방송을 보겠다는 시청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케이블 업계도 지상파 디지털 전환으로 음영지역이 해소되면 지상파 직접 수신세대로 전환하는 시청자가 늘어 가입자 이탈이 일어날 것으로 우려했다. 하지만 이 같은 업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고 유료방송을 해지했다가 다시 재가입하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전환 시범지역의 한 종합유선방송사(SO) 관계자는 “정부에서 지원을 해준다는 말에 기존 유료방송을 해지하고 직접 수신으로 전환했지만 시청할 수 있는 방송이 지상파 5개 채널밖에 없어 불만을 느끼고 다시 유료방송에 재가입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범사업 초기 지상파 디지털 전환 사업을 추진하는 DTV 코리아는 홍보 영상 자료를 통해 아직 정부 정책이 확정되지도 않은 ‘지상파 다채널서비스(MMS)’를 디지털 전환의 혜택인 것처럼 홍보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직접 수신율 성과를 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시범사업을 추진했다는 지적이다.

시범지역의 유료방송 관계자는 “DTV코리아는 당시 홍보 영상 말미에 지상파MMS 이야기를 넣어서 마치 직접 수신으로 전환하면 지상파에서 여러 채널을 볼 수 있는 것처럼 홍보했다”면서 “아직 결정되지도 않은 정책을 가지고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게 해 시청자들을 호도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유료방송 업계의 항의로 영상 홍보자료에서 문제가 된 MMS 관련 내용은 삭제됐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직접 수신을 꼭 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 홍보를 하게되면 유료방송 업계가 타격을 입는다”면서 “유료방송 가입자들은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해도 방송 시청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케이블업계는 ‘느긋’

케이블업계는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 전환을 큰 위협요인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시범사업을 끝낸 지역의 케이블TV방송사들은 “시범사업 전후 큰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시범지역 가운데 가장 먼저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이 종료된 울진군의 경우 케이블 방송 가입자가 오히려 늘었다.

울진 지역 케이블 가입자는 지난해 초 1만8천가구 수준이었던 것이 지난해 말에는 1만9천가구로 오히려 1천가구가 증가했다.

두 번째로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된 강진군도 큰 변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강진군의 케이블 방송 관계자는 “디지털 전환 때문에 이탈했던 가입자가 수십가구 정도됐지만 대부분 재가입했다”면서 “유료방송 시청자들은 특별한 장르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다시 돌아올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보여주기식 시범사업 ‘그만’

정부는 2012년 12월31일 새벽 4시를 기해 아날로그 지상파 방송을 전면 중단하고 디지털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방통위는 2009년 9월 울진군·강진군·단양군·제주도를 디지털 전환 시범지역으로 선정하고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변환해주는 기기인 디지털 컨버터 무상 제공과 보급형 디지털 TV 구매 보조 등을 지원해 왔다.

지난해 9월부터 순차적으로 열린 디지털 전환 선포식에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직접 참석하는 등 정부는 지상파 디지털 전환 사업에 의지를 보여왔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 사업에 우려를 나타내는 목소리도 높다.

한 케이블 업계 관계자는 “시범사업은 말 그대로 본 사업에 앞서 시범적으로 사업을 해 보고 얻은 교훈을 본 사업에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2013년 디지털 전환에 실질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전환 사업을 추진해야지 성과 보여주기식으로 시범 사업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전 국민의 80% 이상이 케이블TV 등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상황을 인정해 지상파 방송 주도의 디지털 전환 정책에 발상 전환이 필요한 것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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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직접수신이 어려워 어쩔 수 없이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가구의 경우 무리하게 직접수신으로 전환할 게 아니라 보급형 디지털TV를 지급하거나 유료방송 쿠폰을 제공하는 식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관계자는 “직접 수신 가구로 전환했다가 다시 유료방송에 재가입하게 되면 정부에서 지원한 컨버터는 무용지물이 된다”면서 “난시청 가구나 직접 수신 환경이 열악한 산간벽지를 중심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고 지원 방식도 다각화해 낭비를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