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시장? 지금이 혁명기"

일반입력 :2011/01/06 15:09    수정: 2011/01/06 16:51

남혜현 기자

종이책을 단순히 디지털로 바꾼다고 전자책 시장이 살아나진 않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시스템이 출현해야 하죠. 오피엠에스(OPMS)가 출판 생태계를 확 바꿔 놓을 겁니다.

거창한 출사표다. 살아날 듯 하면서도 10년 째 한 자리에 머물고 있는 곳이 전자책 시장이다. 지난해 대형 서점과 이동통신사들이 저마다 차별화를 내세우며 시장을 공략했지만 아직까지 어느 누구도 업계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그 역할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다.

윤세웅 OPMS 대표를 5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이달 말 B2B시장을 우선 겨냥한 전자책 플랫폼 '메키아닷넷'을 열 것이라며 출판에 인터넷 검색을 도입한 새로운 사례가 될 것이라 자신했다.

OPMS는 사실 인터넷 검색광고 대행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그런 회사가 전자책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건 웅진그룹이 지난해 OPMS의 지분을 인수하면서부터다. 웅진은 전자책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그 최전방에 OPMS를 앞세웠다. 법정관리에 있던 북토피아의 콘텐츠도 이 회사가 인수했다. 총 13만 종. 보유 디지털 콘텐츠 수면에서는 국내 1위다.

■메키아닷넷, '키워드 검색'으로 출판 시장 뒤흔들겠다

윤 대표가 꺼내놓은 메키아닷넷의 사업 내용은 모바일에 방점을 찍고 있다. 유명 작가들이 '한 권, 한 권' 단행본으로 내놓던 책들을 챕터별로 쪼개서 팔겠다는 것이다. 챕터만 찢는 것도 아니다. 문단별로도 나눌 계획이다. 단행본이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여러 모바일 단말기에서 가장 간편한 형태로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게 만들겠다는 것이 이달 말 출범할 메키아닷넷의 골자다.

1만~3만자 사이로 책을 쪼개 챕터별로 팔겠다는 구상은 이미 미국의 아마존이 꺼내놓은 발상이다. 그런데 윤 대표는 여기에 OPMS만의 색깔을 더했다. 가장 큰 무기인 '키워드 검색'을 챕터별 판매에 덧입힌 것이다. 새로운 시도라 할만하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가 자신이 읽고 싶은 키워드를 검색한 후 해당 주제가 들어간 챕터나 단락만을 별도로 구매할 수 있다. 이것들이 하나로 묶으면 또 한권의 새로운 책이 탄생한다. 어떻게 보면 집단지성이 만들어내는 결과물, 이른바 '리딩 패킷'이다.

윤 대표가 말하는 혁명은 OPMS가 인터넷 기반 회사로 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일 지도 모른다. 윤 대표는 검색광고대행회사인 오버추어와 글로벌 포털 야후를 진두지휘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핵심 인력 중 상당 수가 OPMS에 합류했다. 지금도 어떤 사용자가 어느 키워드를 자주 검색하는지 검색 결과와 실제 상품을 연결짓는 솔루션을 공급 중이다. 키워드 검색이라는 무기를 전자책에 접목한 셈이다.

자신이 원하는 테마들만 별도로 묶어서 책을 구입할 수 있다면 사용자들이 환호하지 않을까요? 수익을 공정하게 나눈다는 약속만 있다면 출판사들도 거부하진 않을 것으로 봅니다. 이미 저희와 함께 준비 중인 출판사들도 있고요.

■신뢰 회복 위해선 '투명'과 '공정'이 필수

한국 전자책 업계엔 뼈 아픈 기억이 있다. 북토피아 사건이다. 북토피아는 국내 전자책 시장을 개화시키겠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출범했지만 경영권 분쟁이 일고, 경영난에 허덕이면서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이 과정에서 콘텐츠를 제공한 출판사 중 일부는 북토피아로부터 콘텐츠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출판사 입장에선 전자책 시장 진출에 머뭇거리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전자책 시장이 살아나려면 '신뢰'는 먼저 풀어야할 최우선 과제다.

출판사 관계자들을 많이 만나고 있어요. 저희는 그 분들에게 그냥 오시라고 말합니다. 콘텐츠만 제공하면 OPMS가 e펍 등 디지털 콘텐츠로 전환하고 유통도 다 해주겠다는 거죠. 출판사들이 협업 모델을 가장 꺼리는 이유가 '파일 소유권' 때문인데요, 이것도 적당한 때에 출판사들에 돌려줄 겁니다. 전자책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누군가 디지털 콘텐츠 전환에 크게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걸 OPMS가 하겠다는 겁니다.

윤 대표에 따르면 이미 250여개의 출판사가 OPMS와 계약을 맺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북센이 진행하는 '표준 이북 제작 및 뉴미디어 연계 콘텐츠 서비스 사업'에 OPMS도 참여한다. 콘진원의 지원금 역시 e펍 무료 변환 등에 사용된다.

쉽게 보면 OPMS의 역할은 '디지털 유통'이다. 그러나 단순히 유통이라는 말로 불리기를 윤 대표는 거부했다. 메키아닷넷은 전자책 종합 플랫폼이라는 것이다. 디지털 변환과 유통, 정산, 배달까지 모두 메키아닷넷 하나에서 완결시키겠다는 거다.

굉장히 정교한 플랫폼을 만들 겁니다. 오버추어 당시 했던 일이 이용자가 어떤 검색광고를 어느 사이트에서 몇 번 클릭했는지를 산출한 다음 정확한 수익액을 계산한 것이죠. 이걸 메키아닷넷에도 적용할 겁니다. 예컨대 한 권의 전자책이 메키아든 네이버든 쿡북이든 어디에 접속해서 어느 단말기로 다운로드 됐는지, 또 이게 어느 챕터인지까지 정확히 할 수 있다면 출판사들도 믿고 참여할 겁니다.

■전자책은 더 많은 독서 인구 불러일으킬 것

윤 대표는 전자책이 장사가 되겠냐고 까칠하게 되묻는 이들에게 뭘 모르는 소리라고 일갈한다. 그를 만나는 사람 중 십중팔구는 한국 사람들이 책을 안 읽는데 이 사업이 잘 되겠냐고 걱정어린 말을 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전자책은 책을 읽는 습관을 바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태블릿같은 스마트 디바이스가 종이책보다 오히려 콘텐츠 접근성을 높여 줄 것이란 설명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에서는 젊은 여성들이 피트니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이용하면서 TV를 보는 대신 아이패드로 독서를 한다고 합니다. 뛰면서 종이책을 볼 수는 없지만 아이패드는 가능하다는 겁니다. 유럽에서도 최근 종이책을 한 권 읽던 사람이 전자책을 경험한 이후에는 독서 경험이 세 배로 늘었다는 설문조사도 있죠. 한국 사람들이 전자책을 읽겠냐고 묻는 것도 사실 편견일 뿐입니다.

이 때문이다. 윤 대표는 한국에서도 올해 전자책 시장이 2천억~3천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는 미국 같은 경우에 전자책이 전체 출판 시장의 7%를 차지한다면서 한국에서도 2~3년 안에 미국의 성장세를 따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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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기 위해선 다양한 업체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디지털화가 되면서 업체들이 자기몫만 챙겨서는 성공하기 힘들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는 대형서점이든 이동통신사든 한군데 모여서 수익을 내고 그걸 나눠갖자고 말한다. 그리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묶는 허브의 역할을 OPMS가 해내겠다고 덧붙인다.

출판사들도 '돈이 된다'는 확신이 생기면 더 적극적으로 합류할 것으로 봅니다. 종이책은 안 팔리고, 책방은 죽어가는 이 암울한 상황에서 OPMS가 하나의 성공 사례를 보여줄 겁니다.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굳이 콘텐츠 업체와 플랫폼 업체가 별도로 움직일 필요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