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게임 업계, 게임 심의 수수료 폭탄 '당황'

일반입력 :2010/12/22 15:22

김동현

예상치 못한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의 심의 수수료 파격 인상에 비디오 게임 업체가 술렁이고 있다. 일부 업체 관계자들은 비디오 게임 산업의 구조를 악용한 처사라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에 결정된 심의 수수료 인상 건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등급분류 업무에 관한 비용을 게임업체가 부담하는 원칙을 제시하면서 나온 부분이다. 게임 사후관리는 국가가 부담하되, 등급분류는 수익자인 게임 업체가 직접 부담하는 것이 옳다는 것.

현행법상 게임물은 게임위에 의한 법정 등급을 받았기 때문에 정당성을 획득한다는 것이 수익자부담원칙이 갖는 가장 큰 근거다. 따라서 게임위는 국회 결정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침에 의거, 2011년 예산 편성에 수익자부담원칙에 따른 수수료 현실화를 추진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심의 수수료 인상은 현재 비디오 게임 산업에 구조를 악용한 처사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업체의 입장이다. 멀티 플랫폼과 비한글화 타이틀, 그리고 기본으로 탑재되는 온라인 구조를 교묘하게 틀어 수수료를 대폭 상승 시켰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한 업체 관계자는 “심의 수수료 인상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비디오 게임 산업의 특성을 이용해 심의 수수료를 남발하겠다는 처사는 이해 못하겠다”고 발끈했다. 최소 비용은 눈 가리기 식에 불가하고 한 번 심의에 몇 백만 원은 기본이 됐다는 것이다.

변경된 심의 수수료에 따르면 플레스테이션3과 X박스360, 위(Wii) 등 비디오 게임은 30만원으로 인상되며, PC 패키지 게임은 24만원에서 50만원으로 2배로 인상된다. 비한글화 게임 계수가 1.1에서 1.5로 급인상되며, 역할수행게임(RPG) 등 1군에 포함된 장르별 계수는 4.0으로 대폭 수수료가 상승됐다.

예를 들어 일렉트로닉아츠(EA)에서 최근 발매한 ‘드래곤에이지’를 심의 받을 경우 올해는 7십9만2천원이었지만 내년의 경우 3백만 원 선, 내후년 4백만 원까지 오르게 된다. 네트워크 기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운로드 판매가 이뤄졌기 때문에 용량에 맞춰 비용이 급상승한 것이다.

FPS 게임이나 액션 등 게임 장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게임들은 1백5십만 원에서 2백만 원 이상을 심의 수수료로 내야 한다. 여기에 멀티 플랫폼이면 개수에 맞춰 가격은 배로 띄게 된다. 업체는 가뜩이나 위축돼 있는 시장에 도움을 주지 못할망정 찬물을 끼얹진 처사라고 평가했다.

여러 플랫폼으로 게임을 출시하고 있는 업체 관계자는 “비디오 게임과 패키지 판매 시장이 어려워지고 있어 다운로드 콘텐츠 시장을 대안으로 삼았지만 이번 심의 때문에 이나마도 불투명하게 됐다. 심의 수수료 때문이라도 게임 타이틀 출시를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한글화 타이틀의 계수를 대폭 증가한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업체 관계자들은 비용과 업체 관계, 출시일 등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골치 아픈 한글화 부분을 게임위가 수수료 인상을 위한 도구로 썼다는 점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현재 업계 알려진 한글화 비용은 평균 3~5천만 원 수준.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비디오 게임 업체들은 한글화를 포기하고 외국어로 된 타이틀을 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심의 수수료는 비디오 게임 업체의 치부를 이용, 수수료를 대폭 인상하는 모습을 보였다.

업체 입장에서는 한글화 여부를 떠나 타이틀 출시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대부분의 해외 게임 업체들은 국내 게임을 대작 게임을 수출하는 조건으로 B, C급 게임도 함께 출시해야 한다는 계약을 많이 제시한다.

유통 업체에서 한 개의 대작 타이틀 때문에 2~3개의 추가 타이틀을 국내 시장에 출시해야 한다는 것. 국내에서 일반 B급 타이틀이 2~3백장 수준으로 밖에 팔리지 않는 상황을 보면 1천장 수준으로 판매되는 대작 타이틀의 수입 때문에 이를 선택하는 업체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멀티 플랫폼 타이틀의 경우 내용이 모두 동일해도 똑같이 심의를 봐야한다. 게임위 측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멀티 플랫폼 게임이고 모든 내용이 동일해도 자신들은 심의를 따로 전부 하기 때문에 그렇다는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업체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게임에 대한 특수성을 악용하는 사례”라며 “이번 결정이 조금이라도 수수료를 더 받겠다는 논리로 밖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에 게임위 측은 오히려 예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 때보다 나아진 환경을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심의 수수료에 불만을 토로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게임위 이종배 실무관은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플랫폼 변경에 대해서 비용을 받고 있다”며 “비디오 게임 측은 PC나 다른 플랫폼보다 심의 수수료 인상도 크지 않다. 예전 영등위 시절에는 콘솔이 50만원 가까이 됐다”고 말했다.

네트워크 기능 산정에 대해서는 “온라인 대전 기능만 있으면 무조건 네트워크 계수 적용”이라고 답변했으며, 비한글화 계수 증가에 대해서는 “일일이 대사를 다 봐야하기 때문에 원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답변, 여전히 주먹구구식 기준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은 이번 심의 수수료 증가로 인해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된 건 비디오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들이 됐다. 이번 일로 생긴 부담을 어쩔 수 없이 이용자들에게 떠넘겨야 하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심의 수수료로 생긴 문제를 타이틀 가격이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결해야 한다. 당연히 게임은 비한글화 여부를 떠나 가격이 오를 것이고, 매뉴얼이나 한정판 등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번 일로 가장 큰 손해를 보게 된 건 이용자들”이라며 “비디오 게임 업체로 떨어진 심의 수수료 부담이 자연스럽게 비디오 게임 시장을 사랑하는 이용자들에게 넘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