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0]뿌리부터 흔들린 휴대폰 업계

일반입력 :2010/12/22 15:14    수정: 2010/12/23 10:14

김태정 기자

2010년은 스마트폰 돌풍이 한국을 강타한 첫해로 기억될 전망이다. 휴대폰 업계는 스마트폰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고, 판은 치열하게 돌아갔다.

애플의 아이폰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가 나름대로 선전한 반면, LG전자는 암담한 성적표를 받았다. 이 틈에 약진한 팬택의 전략도 관전 포인트다.

■삼성전자vs애플, 스마트폰 혈전

초기 돌풍은 애플이 주도했다. 지난 연말 내놓은 ‘아이폰3GS’ 판매량이 4월경 50만대를 넘어섰다. 삼성전자가 내세운 옴니아2 시리즈는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지연 등의 말썽을 빚으면서 아이폰 견제에 사실상 실패했다.

절치부심한 삼성전자의 반격카드는 매서웠다. 지난 6월 출시한 ‘갤럭시S’가 최근까지 판매량 200만대에 육박하는 등 아이폰 대항마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제품에 대한 시장 평가를 떠나서 통계는 분명 삼성전자의 약진을 말해준다. 갤럭시S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미국서 210만대, 유럽서 100만대 이상 팔리는 등 해외 인기도 과시했다. ‘토종 스마트폰은 못해’라는 인식을 뒤엎은 장면이다.

물론, 삼성전자가 (국내서)애플을 눌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애플 역시 아이폰4를 지난 9월 출시해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두 라이벌 간 격전은 향후 예측이 힘든 현재진행형이다.

삼성전자는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자체 운영체제 ‘바다’와 마이크로소프트 윈도폰7까지 동원해 전력을 보강 중이다. 독자 생태계를 고집하는 애플과의 승부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LG전자 충격 부진, 반격태세 갖춰

LG전자는 이 같은 전투에 제대로 껴들지 못했다. 스마트폰 약자로 분류되는 수모가 이어졌다. 대규모 적자와 경영진 교체 등의 사건이 어두운 사정을 말해준다.

LG전자에 스마트폰 관련 사업부가 생긴 시점은 지난해 12월. 애플발 아이폰 공습이 전 세계서 벌어질 때였다. 그만큼 LG전자의 스마트폰 대응이 늦었다는 뜻이다.

결국 LG전자는 상반기에 스마트폰 히트작을 내놓지 못했고, 타격은 컸다. 지난 9월부터 국내 휴대폰 시장 점유율 20% 이하를 기록 중이다. 4년5개월만에 20% 방어선이 무너지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지난 3분기에는 휴대폰 부문서 무려 3천38억원의 적자를 냈다. 전 분기 적자 1천196억원이 몸집을 두 배 이상 늘어난 결과다. 전년 동기만 해도 초콜릿폰을 앞세워 4천6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사업부가 1년 새 불효자가 됐다.

결국 LG전자를 이끌어 온 남용 전 부회장이 용퇴, 10월부터 구본준 부회장이 수장 자리에 앉았다. 구 부회장은 취임 후 MC사업본부장을 안승권 부사장(현 최고기술책임)에서 박종석 부사장(전 MC연구소장)으로 교체했다. 최근에는 옵티머스 시리즈가 인기를 끌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노근창 HMC증권 연구원은 “LG전자는 스마트폰 전략 모델이 아직 부족해 4분기 적자폭이 확대될 것”이라면서도 “내년 1분기면 회복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팬택 스마트폰 쑥쑥…국내 2위 올라

팬택이 LG전자를 누르고 토종 스마트폰 점유율 2위에 오른 것도 올해의 주요 사건이다. 시리우스, 이자르, 베가, 미라크 등이 줄줄이 인기를 끌었다.

지난달 현재 팬택이 국내 공급한 스마트폰은 80만대를 넘어섰다. 최근에도 미라크와 베가를 합쳐 일 개통 7천대 이상을 유지 중이기에 연내 100만대 달성이 확실해 보인다.

팬택은 뜸 들이지 않고 스마트폰 신제품 개발에 공격적으로 나선 것이 LG전자의 부진과 맞물려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고급형(베가)과 보급형(미라크, 이자르) 모두를 공략하면서 판매량이 쑥쑥 컸다. '아이폰 안 부럽다'라는 박병엽 부회장의 공격적 마케팅도 화제였다.

임성재 팬택 마케팅본부 전무는 “내년에는 외산 업체를 포함한 국내 순위에서도 2위를 차지할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개척에도 나서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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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택은 오는 21일 4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베가2(가칭) 발표 행사를 연다. 고급형 스마트폰 전력을 보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런 가운데 HTC, 모토로라, 리서치인모션 등도 올 한해 공격적으로 스마트폰을 내놨다. 이들의 점유율 순위 상위권 진입 여부도 주목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