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지스타, 아케이드 게임산업 출구전략 돼주길

일반입력 :2010/11/24 16:17    수정: 2010/11/25 18:12

전하나 기자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지스타2010’이 참관객 수 28만 명을 기록, 전년도 24만 명을 경신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성과를 올렸다. 흥행 주역은 단연 화려하게 돌아온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들이다. 매체들은 지스타에서 벌어진 대작경쟁을 앞 다퉈 보도했고, 게임 이용자들도 ‘잘나가는’ 부스 앞에 진을 치기 바빴다.

일상에서 축제를 돌아보며 지스타 관련 기사들을 다시 읽다보니 왠지 심심하다. 올해 지스타는 온라인게임 외에도 콘솔, 아케이드, 소셜게임 등 다양한 분야의 업체들이 참가해 호평을 얻었다. 그런데 잘 차려놓은 것에 비해 ‘골라먹는 재미’가 덜했다는 느낌이다. 놀이공원에 가서 ‘바이킹’이나 ‘자이로드롭’같은 대형 놀이기구만 타고 나오면 허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이번 지스타를 통해 사행성 게임이라는 오명을 떨치고 도약을 꿈꾼 아케이드게임이 더 많이 두드러졌어야 했다. 게임기기 개변조, 환전 등의 사행화로 어려움에 처한 아케이드게임은 현재 국내 시장에서 위축돼있다. 아케이드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2위를 차지하는 거대시장이지만, 국산 아케이드 게임 수출규모는 2천만 달러 수준. 그래서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이번 지스타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해왔다.

가장 눈여겨볼 점은 신개념 아케이드게임의 등장이다. IT기술 트렌드 흐름에 맞춘 체감형 기기들이 대거 나왔다. 3D 안경을 쓰고 즐기는 건슈팅게임, 체감형 의자가 장착된 4D 레이싱게임, 3D 물리엔진을 탑재해 버튼 없이 조작 가능한 체감형 경품 게임 등이 그것이다.

중견 개발사의 노하우가 빛나는 아케이드 게임도 나왔다. 지난 2007년에 온라인게임으로 출시됐던 ‘아스트로레인저’가 아케이드용으로 제작된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국내 3D MMORPG의 원조 ‘뮤’ 개발사 웹젠의 이수영 전 대표가 내놓은 게임이라는 점. 이 대표는 침체돼 있는 국내 아케이드 시장의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야무진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지스타 조직위도 아케이드게임을 격려하기 위해 전폭 지원했다. 매년 업소용 아케이드 게임이 전시돼왔지만, 올해는 특별히 중소 아케이드 개발사 진흥을 위해 ‘어뮤즈먼트 게임 존’이라는 14개 업체의 공동관을 차렸다. ‘국제콘텐츠개발자콘퍼런스(ICON)’에 체감형 아케이드라는 강연트랙을 마련해 세가(SEGA), 다이토(TAITO) 등 일본 대표 유명 아케이드 업체를 초청하는 기민함도 보였다.

부대행사로 아케이드게임업체 수출상담회도 마련됐다. 게임문화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올해 지스타에서 300만 달러에 이르는 계약실적을 거뒀다”고 밝혔다. 마침내 아케이드산업이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보도하는 매체는 거의 없었다. 아케이드게임이 이토록 관심 못 받는 이유는 왜일까. 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공백이 컸다. 또 우리나라 특성상 사행화 논란이 계속될 수밖에 없으니, 언론의 관심이 뜸한 것 같다”고 현실을 토로했다.

아케이드게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버추어 파이터’의 아버지, 스즈키 유는 아이콘에 참석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장소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즐긴다는 것이 아케이드 게임의 강점이다. 나는 아케이드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조직위가 귀 기울였으면 하는 대목이다. 지스타가 몇몇 마니아들을 위한 게임쇼가 아닌, 전 국민적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다양한 놀이 환경을 즐기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케이드게임 산업이 좀 더 활짝 기지개를 켰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업계 스스로가 자정능력을 내보이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지스타 조직위 또한 색다르고 적극적인 홍보 방안을 강구해, 내년에는 국내 아케이드게임 산업의 물꼬를 트고 건강한 산업 생태계를 가꾸는 데 좀 더 기여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맛깔스럽게 밥상을 잘 차려 놓고 이를 ‘편식’하게 내버려둬서는 안될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