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문화부의 지루한 힘겨루기…게임업계 '답답'

일반입력 :2010/11/23 14:17    수정: 2010/11/25 14:46

전하나 기자

게임산업 규제 문제를 두고 벌이는 여가부와 문화부 간 갈등이 당분간 해결점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여 게임업계의 고민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두 부처의 힘겨루기는 문화부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개정안과 여가부의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충돌되면서 시작됐다. 게임을 규제하는 조항을 게임법에 넣느냐, 청소년보호법에 넣느냐를 놓고 두 부처가 줄다리기를 해온 것이다.

이는 결국 게임물등급위원회가 게임을 관리 감독하고 여가부가 이를 청소년 유해 매체물로 재지정하는 중복 규제 문제를 낳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국가 발전 산업을 책임진 게임업계에 ‘이중 규제’라는 짐을 지게 했다는 논란이 계속돼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여가부의 행보가 거침없다. 지난 3일 ‘게임중독 법제화 방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청소년보호법 법제화에 대한 의지를 밝힌데 이어, 게임 산업 규제 명분 마련을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가부의 심상찮은 움직임?

23일 여가부는 ‘청소년의 미디어이용행태 및 중독 등에 대한 학부모, 교사, 청소년의 인식도’라는 의미심장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가부가 추진하고 있는 ‘심야시간 온라인게임 셧다운제’의 정책 효과에 대해 교사 72.3%, 학부모 61.8%, 청소년 45.3% 등이 셧다운제 도입이 게임 중독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고 응답했다.

게임업계 ‘자율규제’에 대한 찬성의견도 청소년 25.7%, 교사 10.0%, 학부모 7.4%에 불과(평균 14.4%)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여가부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에 의뢰해 학부모 316명, 교사 320명, 청소년 370명 등 1천6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반면 여가부가 주장하고 나선 ‘셧다운제’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산업적 성장 가치를 배제했기 때문이다. 셧다운제는 과도한 게임 이용을 막기 위해 일정시간 온라인 게임 서비스 접속을 제한하는 제도다. 일각에서는 셧다운제가 실시된다고 해도 이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 등장할 수 있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더불어 여가부는 지난 16일 일어난 부산 게임중독 사건에 대해서도 문화부보다 발 빠르게 대응했다. 백희영 여가부 장관은 16일 오후 사건 현장을 직접 찾았다. 또 여가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가족 보듬 사업의 일환으로 유족에게 장례지원, 상담지원, 생활안정지원 등을 일체 지원하겠다고 밝히면서 여가부가 청소년 정책 주무부처라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백 장관은 고인의 빈소를 찾은 자리에서 “이번 사건은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중독이 초래하는 사회적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여가부는 더 이상 게임 중독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청소년을 대상으로 심야시간 게임제공을 제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문화부 반격 나서나?

여가부의 게임산업 규제 움직임에 대해 문화부가 반격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동안 여가부에 밀려 목소리를 내지 못한 문화부가 게임산업협회(게임문화재단)와 손을 잡고 게임이용확인서비스를 내놓는 등 게임산업 역기능 해소에 팔을 걷어 붙인 것이다.

모철민 문화부 차관은 지난달 29일 열린 여가부 국감에 증인으로 직접 출석해 “내년도 게임과몰입 관련 예산을 올해 4배 이상의 23억으로 잡고, 이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면서 “게임물등급위원 중 청소년 단체 전문가를 3명 충원하고, 문화부의 ‘위클리 공감’이나 코바코 공익 광고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나갈 생각이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한 여가위 소속 의원이 “산업 전반이 책임을 갖고 게임 중독 예방이나 치료를 위한 기금을 내놓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모 차관은 “업계에서 90억을 출연해 게임문화재단을 만들었다. 곧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8월에 출범한 게임문화재단은 지난 12일부터 ‘게임이용확인’ 서비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이 서비스는 게임문화재단이 만든 사이트를 통해 본인 인증을 하면 주요 게임 사이트의 가입 및 이용 여부를 쉽게 확인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부모 명의로 몰래 게임사이트에 가입하는 아동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구축된 시스템이다.

그렇다면 여가부의 행보에 문화부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문화부 관계자는 “부산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건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부처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청소년 보호와 게임산업육성이라는 두 가지 현안이 있다면, 부처입장에서는 당연히 청소년 보호가 우선이지 않겠냐”며 “문화부는 산업이 최대한 피해가 덜 가는 방향에서 청소년 보호하겠다는 입장이고, 이것이야말로 균형적인 정책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문화부는 오는 25일 문화콘텐츠 산업의 건강한 발전과 규제 대안을 논하는 토론회를 개최한다. 주최측 관계자는 “이번 토론회는 게임법 외에도 현재 여가부가 규제하겠다고 나서는 문화산업 전반에 대해 문화부의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수출규모는 1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수시장에서는 게임산업의 성장이 다소 둔화되는 추세지만, ‘수출효자상품’인 온라인게임의 탄력을 받아 해외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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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관계자는 “말로만 강국이니 대국이니 할 것이 아니라 산업의 발전만큼 정책이나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특히 묶여있는 게임법이 하루 빨리 통과돼 국내 게임산업이 날로 커져가고 있는 모바일 게임 시장의 파이를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