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차 SW기업 CEO "일본 시장은 있다"

일반입력 :2010/11/11 18:06    수정: 2010/11/11 18:24

김희연 기자

보안 업계가 다시 일본을 노래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에 두번째 벌어지는 일본행 열풍이다.

첫번째 일본행은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일본에 간 업체들은 많았지만 웃으면서 돌아온 회사들은 드물었다. 그 당시 일본은 국내 보안 업계가 넘기에는 진입장벽이 높았다. 고객 눈높이 자체가 우리나라와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현지 경험이 부족했던 국내 보안 업계가 적응하기는 역부족이었다.

부활한 일본 열풍을 무턱대고 신뢰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1차 열풍의 복사판이 되지말라는 법이 없다. 일본 보안 시장은 여전이 벽이 높다. 자리를 잡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빨리빨리'나 '대충대충' 마인드로 덤볐다가는 얼마못가 지쳐쓰러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보안 업계는 지금은 1차 열풍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일본 시장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뛰어들고 있는 만큼, 해볼만 하다는 것이다. 많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의미있는 성과를 내는 업체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16년차 SW기업 지란지교소프트도 그중 하나로 꼽힌다. 지란지교소프트가 일본에 건너간 것은 6년전, 수익을 내기 시작한 것은 겨우 3년전이다. 처음 3년은 수험료를 내고 배우는 기간이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올해 매출의 10% 가량이 일본에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3억원 정도가 될 것 같단다. 6년을 쏟아부은 것을 감안하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성적표다.

그러나 오치영 지란지교소프트 대표의 생각은 다르다. 올해가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대박'은 좀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중박'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도 내비친다.

일본 시장에서 매출이 지금은 많지 않은건 사실이에요. 그러나 흥미로운 것은 매년 2배씩 늘고 있다는 겁니다. 가능성을 크게 보는 이유에요. 일본 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토대는 마련했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지란지교소프트에게도 일본은 만만치 않은 땅이었다. 각오를 하고 뛰어들었음에도 자리를 잡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렸고 품질에 대한 일본 기업들의 눈높이도 약간 오버하면 상상을 초월했다. 엔지니어 출신인 오치영 대표가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다.

이쯤되면 정리하고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실제 많은 보안 업체들이 '오랜 적응 기간'과 고객들의 까다로운 눈높이에 발목이 잡혀 일본에서 철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오 대표도 적지않은 갈등을 겪었다고 한다.내면에서 올라오는 압박이 가장 힘들었어요. 불투명한 미래에 성과없이 계속 투자해야 했으니까요. 회사 안팎에서도 은근슬쩍눈치를 주더라고요. 꼭 해야 하냐는 거였죠. 그러나 결론은 '국내시장 만으론 미래가 없다'였습니다.

오치영 대표는 해야하나 말아야 하는 갈등을 접고 다시 한번 해외 사업의 선봉에 섰다. CEO가 직접 챙기다보니 해외 사업과 관련한 의사 결정 속도도 빨라졌다.

중소기업 일수록 해외사업은 대표가 직접 챙겨야 한다고 봐요. 업무적으로 커뮤니케이션에 필요한 단계가 너무 많은데, 대표가 없으면 시간이 늘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일본 시장에서 업무용 웹하드 솔루션, 스팸차단 솔루션, 기업용 메신저를 공급하고 있다. 업무용 웹하드와 스팸차단 솔루션이 주력 솔루션이라고 한다.

업무용 웹하드 사업의 경우 일본 현지 파트너인 TPW(Tripodwoks)와 손을 잡았다. 오 대표에 따르면 TPW는 지란지교소프트가 일본에서 거점을 확보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 오 대표 말을 빌리면 TPW는 공동 개발까지 진행하는, 협력의 농도가 매우 짙은 파트너다. 서로간에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다.

TPW 대표와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요. TPW는 지란지교소프트을 일본 시장에서 마케팅하고 품질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회사입니다. 지란지교소프트 솔루션을 그냥 갖다가 파는게 아니에요. 일본에 맞게 현지화하고, 기술 지원까지 제공합니다.

국내 보안 업계에서 일본에서 성공하려면 유능한 파트너를 잡아야 한다는 것은 불문율로 통한다. 유능한 파트너와 손잡는게 어렵지, 일단 협력을 맺고나면 오랫동안 동반자로 지낼 수 있다는 것이다. 지란지교소프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TPW와 손잡으면서 업무용 웹하드 판매가 본격화됐다. TPW 의뢰를 받고 국내 다른 보안 업체 솔루션을 소개시켜줬는데, 대규모 판매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이것은 TPW와의 관계가 그만큼 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에 통할 수 있는 기술력이 개인적인 인연이 만들어준 파트너를 만나 시너지를 내면서 지란지교소프트의 일본 진출이 급물살을 타게된 셈이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업무용 웹하드 솔루션을 일본 시장 상황에 맞게 하드웨어와 통합한 어플라이언스 형태로 개발했다. TPW와의 협력이 만든 결과물이었다.

오치영 대표는 내년에는 일본 시장에서 3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예상했다. 주력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하고, 국내 다른 회사들과의 협력을 통한 동반 진출에도 무게를 두기로 했다.

오치영 대표는 경쟁력있는 SW기업이라면 가급적 일본에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보다 일본이 매력적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장이 클 뿐더러 고객과 한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가고 제값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오 대표에게 일본은 한국SW가 가야하는 최고의 시장이다. 일단 거점을 확보하기만 하면 국내 SW업체들은 일본에서 '엘도라도'를 꿈꿔볼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단지(?) 자리를 잡기위한 조건이 까다로울 뿐이다.

오치영 대표는 특히 품질을 강조했다.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입니다. 일본에 처음 진출할때 한국의 2배 수준을 생각하고 갔어요. 솔직히 자신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보다도 2배가 높더라고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솔루션보다 신경을 더 썼는데도 통하지 않으니, 당황하기도 했죠.

오치영 대표는 일본에서 성과를 좀더 내고 나면 동남아 시장 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그 다음이 중국이고, 마지막을 미국으로 잡았다. 그는 미국이 일본보다 2배 이상 어려운 것 같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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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란지교소프트의 일본 사업은 2000년대 초반과는 달라 보인다. 스스로도, 외부 평가도 그런것 같다. 그렇다고 돈벌이가 된다고 보기도 힘든 것 같다. 지금은 '잘되고 있다'과 '잘될것 같다'의 중간지점에 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오치영 대표는 2011년을 터닝포인트로 제시했다. 본격적인 성장기에 들어서는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었다. 터닝포인트는 만들어질 수도 있고, 반대일 수도 있다. 그래도 오치영 대표의 표정에는 여유가 있어 보인다. 미소속엔 희망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