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아이폰 들고 애플 AS센터 가보니…

일반입력 :2010/11/08 11:35    수정: 2010/11/08 18:24

김태정 기자

말도 탈도, 그리고 지지자들도 많은 애플의 사후서비스(AS) '리퍼'. 고장 제품을 재생산품으로 바꿔주는 이 방식은 애플의 대표적 개성 포인트다.

지난 수년간 국내 애플 팬들은 아이팟, 맥킨토시 등을 사면서 리퍼를 좋든 싫든 받아들여 왔다. ‘애플이니 이해한다(?)’라는 애정이 깔린 것도 사실이다.

이 같은 상황은 아이폰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변화를 맞이했다. 지난 연말부터 최근까지 140만대 이상 팔린 아이폰은 애플을 모르는 이들까지 주인으로 삼았다. 애플 신도(?)들과는 달리 리퍼에 반기를 든 뉴스 메이커들이다.

삼성전자나 LG전자 AS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리퍼가 불만스럽다. 부품 한 개만 바꾸면 해결될 고장임에도 수십만원을 내고 리퍼를 받으라니 민원이 터질 만하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이폰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난해 4분기 94건에서 올해 1분기 299건, 2분기 491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품질과 AS에 대한 불만이다.

결국 애플은 지난 9월부터 국내서 부분수리를 시행, 유연해진 모습을 보였다. 구매한지 한 달 남짓 된 아이폰4를 본인 부주의로 고장 낸(액정 및 카메라 파손) 회사원 안유나㉗씨와 애플 AS를 체험했다.

■아이폰 부분수리, 산 넘어 산

애플은 대우일렉서비스, 튜바, 한빛마이크로시스템, KMUG, 유베이스 등 5개 업체와 위탁 계약을 맺고 AS를 실시 중이다. AS센터는 합쳐서 총 60여개 정도다.

안씨의 아이폰4는 반박 여지없이 본인 부주의여서 29만원의 유상 리퍼 대상이다. 보험을 가입했다면 5만원에 해결 가능하지만 애석하게도 안씨는 미가입자다. 부분수리는 사실상 포기했다. 애플의 아이폰4 부분수리 대상은 뒷면강화유리(3만9천원), 카메라(7만9천원), 모터와 바이브레이션(3만9천원) 등이다. 고장 위험이 높은 화면 액정은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안씨는 화면액정과 카메라가 깨졌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그리고 기자의 부탁)으로 AS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일단 통화가 연결되는 데까지 3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몇 시간 이상 연결이 안됐다’는 인터넷 상 얘기들을 일일이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통화가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애플이 무상 지급하는 아이폰4 보호대(범퍼)를 받으려는 전화가 폭주하는 가운데 안씨와 비슷한 AS 문의가 더해져 쉴 틈이 없다는 것이 일부 상담원들의 하소연이다.

한 상담원은 “130만대 이상 팔린 아이폰 관련 문의가 60여개 매장에 밀려들고 있다”며 “우리 센터에는 애플 AS 기술을 숙달한 직원 수도 3명 뿐이다”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미국서 ‘지니어스바’라는 대형 AS 센터를 직영 매장내 운영, 제품 부분수리를 전폭 지원한다. 한국내 위탁 운영 AS 센터와는 비교가 힘들 정도로 큰 규모다. 최근에는 중국서도 베이징과 상하이에 대형 매장을 세운 애플이다.어렵게 AS센터를 찾아 부분수리 문의를 했지만 예상대로 답은 ‘불가’였다. 애플이 부분수리에서 제외한 앞면 액정을 고쳐달라는 것이 억지임은 안씨도 인정한다. 카메라는 부분수리가 가능하지만 화면액정 때문에 어차피 리퍼를 받아야 할 상황이다.

산 넘어 산, 리퍼 역시 어렵다. 상담원에 따르면 약 1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는데 확실한 약속이 아니다. 애플의 물류센터 사정에 따라 고무줄처럼 변하는 기간이다. 확답을 못하는 상담원도 불만 가득한 안씨도 딱히 할 말이 없다.

안씨의 경우와는 달리 본인 과실이 아닌 고장이라면 구입 후 보증기간 1년 내 무상 리퍼 교환이 가능하다. 처음 구입한 제품보다 더 좋은 리퍼폰을 무상으로 받는 행운도 종종 보인다.

■불안한 사설 AS…가격 천차만별

안씨는 리퍼 결정을 잠시 미루고 사설 AS도 알아봤다. 서울 용산을 중심으로 전국에 ‘부분수리가 전문’이라는 매장들이 산적하다. 애플이 사설 수리를 한 번이라도 받은 제품은 모든 공식 AS 대상에서 제외함에도 불구하고 적잖은 인기를 자랑한다.

부품 가격은 매장별로 천차만별, 아직 시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은 모습이다. 과거 용산 전자상가처럼 가격은 흥정하기 나름이다.

아이폰 수리 손님을 하루 30명 이상 받는다는 한 매장 직원은 “우리는 ‘공인된 부품’만 써서 다른 매장보다 가격이 다소 비싸다”며 “요즘 우후죽순 생겨나는 아이폰 사설 수리점들과 질이 다르다”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공인된 부품’에서 ‘공인’의 정체만 제대로 설명했으면 더 머물고 싶은 매장이었다. 여전히 ‘공인된 부품’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

일부 사설 수리점은 불량 부품으로 대충 수리한 것이 드러나 누리꾼 입방아에 올랐다. 공인 AS센터 이상으로 비판 세례를 받는 이들이다.

단, 매니아들로부터 꽤 신뢰도가 높은 매장들도 찾아보면 꽤 있다. 아이폰 사설 수리 원조 격의 몇몇 매장은 아이팟이 처음 유행할 때부터 애플 제품 노하우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애플의 가격보다 절반 정도 저렴한 수리 견적을 사설 수리점에서 받았지만 결정은 유보했다. 유상 리퍼와 사설 수리를 놓고 다시 고민에 빠졌다.

“돈도 돈이지만 왜 휴대폰 때문에 이렇게 고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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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애플 제품 재 구입 의향을 묻는 기자에게 안씨가 ‘예’, ‘아니오’ 대신 내놓은 대답이다.

애플의 AS 관련 잡음은 인기증가에 따른 성장통일 뿐일까? 아니면 오만의 상징일까? 결론 도출은 소비자 각자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