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정현 교수 “美공교육의 위기탈출 해법은 G러닝”

일반입력 :2010/11/01 15:29    수정: 2010/11/02 00:04

전하나 기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나라 교육 방식에 오바마가 엄지를 치켜들었다고?’

처음엔 다들 어리둥절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이어 미국 교육부 장관까지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을 본받자고 나섰다. 사실이다. 다른 나라의 교육시스템을 부러워 할 만큼 현재 미국 공교육은 위기다.

흔들리는 미국 공교육을 구하기 위해 100% 토종 교육방식이 투입됐다. 콘텐츠경영연구소장으로 활동 중인 위정현 중앙대 교수가 만든 ‘G러닝’(게임의 재미와 몰입 요소를 학습에 활용하는 교육시스템)이 바로 그것이다.미국 UCLA의 교환교수로 있는 위 교수와 지난달 26일 전화로 짤막한 인터뷰를 진행했다. G러닝 수학교육이 진행되고 있는 캘리포니아 컬버시, 라발로나 초등학교 현장 분위기부터 물었다.

위 교수는 “아이들이 굉장히 즐겁게 수업 받고 있다”며 “사실 가장 큰 변화는 교사다. G러닝의 구조상 교사가 새로운 롤플레잉(역할수행)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G러닝의 수업 방식은 ‘NPC를 찾아 가세요’ ‘지령을 받으세요’ ‘퀘스트를 완료하세요’ ‘아이템을 획득하세요' 등과 같이 게임의 프로세스로 구성돼있다. 교사 역시 게임의 룰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위 교수는 G러닝을 게임형태를 취한 ‘디지털교과서’라고 일컬었다. 그는 “G러닝은 각 학교의 특성과 교육과정에 맞게 맞춤형으로 개발되는 교과서다. 교사는 사전 훈련과정을 통해 G러닝 교육방식을 습득하고, 진도에 맞춰 교육교재를 가르치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교육은 ‘교육 예산 삭감→교사에 대한 보상체계 부족→교사 자질 저하→학습능률 저하 및 학력 격차’의 구조에 갇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위 교수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 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동기를 부여하고,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G러닝 학습 방식을 소개한 것. 그렇다면 G러닝의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된 걸까.

              이에 대해 위 교수는 “(미국서) G러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교육적 효과를 입증하는 것 아니겠냐”고 자신 있게 답했다.

이어 그는 “G러닝은 교육적 가능성과 산업적 가능성을 모두 가진 하나의 철학이자 개념”이라고 강조했다. G러닝이 전 세계가 공통으로 안고 있는 고민인 ‘교육’을 해결하는 열쇠이자 온라인게임의 산업 파급력과 맞먹는 핵심 수출 콘텐츠라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라발로나 학교의 G러닝 도입은 미국에서의 첫 신호탄에 불과하다. 컬버시 교육구는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를 평가해 내년도 사업에 반영, G러닝을 교육구 전체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번에 적용된 ‘로즈 온라인’을 비롯, ‘군주 온라인’ ‘열혈강호 온라인’ ‘하늘섬 온라인’ 등 위 교수가 그간 채택했던 콘텐츠는 모두 온라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위 교수는 “온라인게임은 기존의 콘솔게임 등과는 달리 ‘전자아편’이라는 오명을 쓸 정도로 몰입성을 특성으로 한다”며 “이것을 억제가 아니라 활용하자는 것이 G러닝의 기본 전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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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교육 위기탈출 카드로 제시된 G러닝이 향후 미국 교육계에 확고히 자리매김 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위정현 교수가 G러닝의 지속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온라인게임의 경쟁력이 우선 중요하다며 애정 어린 쓴 소리를 쏟아낸 배경이다.

“현재 국내 온라인게임은 혁신이 정체됐습니다.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를 넘는 실험들이 없어요. 더는 적당히 오픈베타(사전시범서비스)하고, 동시접속자 숫자에나 신경 쓰고, 아이템 팔아서 돈 만드는 데 급급해서는 안 됩니다. 게임은 수익원이 전부가 아니예요. 일본 애니메이션이 지닌 문화 전파력을 우리나라 온라인게임도 가지고 있습니다. 게임 회사는 이런 의미를 이해하고, 개발자들은 자부심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