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얼 "맥도널드처럼 시작해 애플처럼 끝낼 것"

일반입력 :2010/10/25 11:45    수정: 2010/10/25 17:15

봉성창 기자

1970년대 미국에서 주부들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 한 외식업체가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이러한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젊은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그들이 성장해 중장년층이 됐을 때 이 업체 역시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다. 그 회사가 바로 맥도널드다.

필립 카마이클 하이얼 APEC 대표는 한국 가전시장 공략 해법을 맥도널드에서 찾았다. 디자인이 출중하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춘 하이얼 제품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젊은 층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일단은 소형 가전으로 틈새시장을 파고들 계획입니다. 막 독립한 젊은 세대에게 좋은 품질의 제품으로 자신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가치를 제공하는거죠.”

하이얼이 이와 같은 전략을 세우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주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버티고 있는 우리나라 시장에서 정면승부는 아무래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 세계 1위 백색 가전업체인 하이얼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 전략인 것도 사실이다.

“한국 소비자들은 아직 하이얼이란 회사에 대해 잘 모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중국 가전업체정도로만 알고 있죠. 우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첫 번째입니다.”

■‘슈퍼스타H’ 전략으로 소통 이뤄낼 것

하이얼코리아가 우리나라에 지사를 설립하고 판매를 개시한 것은 꽤나 오래전 일이다. 와인셀러는 이미 국내 점유율 1위다. 전국 118개 홈플러스 매장에 선보인 22인치 LCD TV는 출시 두 달만에 3천대가 팔리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인지도를 확보하는 1단계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셈이다.

카마이클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두 번째 단계인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에 돌입할 계획이다. 지난 19일 발표한 트위터자키 선발대회 ‘닥터하를 찾아라’가 그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10명의 후보를 대상으로 3주간 미션 수행을 통해 하이얼코리아 트위터를 운영할 사람을 선발한다는 내용이다. 양방향 소비자 커뮤니케이션의 대표주자인 트위터에 모 케이블채널을 통해 불고 있는 오디션 열풍이 더해진 모양새다.

“한국은 전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잘 발달된 나라입니다. 젊은 층과 소통하기 위해 트위터로 끊임없는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은 이제 필수라고 봅니다”

물론 여기까지는 실력 없는 마케터라도 쉽게 생각해낼 만한 평범한 전략이다. 카마이클 대표가 세운 전략의 마지막 단계는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직접 원하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가전업체가 신제품을 출시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4~5개의 시제품을 개발해 선발된 소수의 평가를 바탕으로 출시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수 만명의 한국 소비자들이 내는 목소리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전 세계 1만 9천개의 하이얼 제품 중 가장 적합한 제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한국에서 인정받아야 진정한 1등

카마이클 대표는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32개국의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유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도 10년이나 살 정도로 아시아 시장에 정통하다는 평가다. 하이얼이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산 가전 브랜드가 된 배경에는 카마이클 지사장의 역할이 컸다.

“일본 소비자들은 한국보다 품질에 대해 깐깐한 편입니다. 하이얼이 긴자 거리 한복판에 대형 광고판을 세울 정도로 승승장구 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품질 때문이죠.”

하이얼이 현재 전 세계 백색 가전 1위 업체가 된 것 역시 가격경쟁력이 아니라 품질 때문이라고 카마이클 대표는 힘주어 말했다. 그만큼 품질에 자신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이얼의 기업 색깔도 변하고 있습니다. 과거 하이얼이 중국풍의 진한 빨간색이었다면 지금은 스테인레스 은색에 가깝습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카마이클 대표의 말처럼 하이얼은 중국산 저가 이미지를 탈피한지 오래됐다. ‘까사르떼’라는 하이얼의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내놓은 냉장고는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잘 팔린다. 하이얼이 인수한 호주 가전 브랜드인 ‘피셔&파이클’ 역시 명품 대접을 받고 있다.

이러한 하이얼이 굳이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 규모도 일본이나 인도에 비해 작은데다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두 공룡이 버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IDC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2017년까지 36개국 중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을 잡지 못한다면 나머지 국가에서도 1위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그것이 바로 한국 시장이 가진 잠재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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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하이얼이 중국산이라는 편견을 깨고 쟁쟁한 경쟁업체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우리나라 소비자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까. 카마이클 대표는 이에 대해 한마디로 답했다.

“아이폰을 보십시오. 한국의 젊은 소비자들은 도전적이며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