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애플의 두 얼굴, 中 구애 韓 무시

기자수첩입력 :2010/10/22 11:15    수정: 2010/10/24 17:59

김태정 기자

애플이 중국 공략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 소비자들의 서러움이 커졌다. 불편한 소비자 관리는 우리만의 해당사항이다.

애플은 최근 아이폰4를 중국에 출시하면서 베이징, 상하이에 대형 매장을 냈다. 이 매장 내 '지니어스바'는 제품 부분수리를 전폭 지원하는 곳. 조만간 중국 전역으로 이를 확대한다는 것이 애플의 청사진이다.

국내서 리퍼(재생산품) 제공을 수년째 고집하다 난타 당한 후 최근 부분수리에 나선 것과 대조적이다. 애플 팬들이 배신감을 말하는 이유다. 국내 애플 AS가 모조리 위탁인 것도 눈에 띈다.

이에 대한 애플의 변명은 궁색한 수준이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서 열린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온 파렐 파하우디 애플 본사 임원은 “중국과 한국 법규가 달라서 애플이 지킬 의무도 다르다”고 누차 강조했다.

이는 중국 소비자 보호 관련 법규가 강제 조항인 반면, 한국서는 임의 조항이어서 지켜야 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결국, 법에 저촉되지만 않으면 중국보다 낮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게 애플의 생각임이 드러났다. 국내서 아이폰 AS(사후서비스) 관련 불만이 폭주해도 요지부동이다.

애플의 한국 차별은 아이폰4 개통 과정서도 보인다. 이달 초 애플로부터 아이폰4 물량을 확보 못 한 KT가 예약판매를 지연, 신청자들은 발만 동동 굴렸다.

비슷한 시기에 중국 차이나유니콤은 아이폰을 하루 수 만대 씩 팔며 잔치 분위기였다. 애플이 중국에 물량을 전진배치, 곤란해졌다는 것이 KT 측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애플의 공식 입장은 무조건 ‘노코멘트’다. 이 정도면 ‘막무가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한국은 애플이 이렇게 무시해도 될 시장이 아니다. 근 1년 만에 아이폰 100만대를 팔아준 고마운 곳이다. 애플과 대립 중인 삼성전자의 홈그라운드여서 더 놀라운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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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일까. 애플에게 한국은 ‘대충해도 충성도 높은 곳’이라는 의혹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우리가 너무 잘해줘서 만만히 보였다는 목소리도 높다.

애플에 변화를 주문한다. 우리만 잘해달라는 욕심은 접어도, 세계와 동등 수준의 서비스는 양보 못할 대상이다. 파는 순간 사업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진리는 애플도 못 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