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를 살까? 맥북에어를 살까?

일반입력 :2010/10/24 13:31    수정: 2010/10/25 14:01

남혜현 기자

애플이 11.6인치 맥북에어를 선보이자 PC업계 기류가 심상치 않다. 애플이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 의 본거지인 윈도 운영체제(OS)마저도 덮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는 것.

이는 999달러로 가격을 낮추고 11.6인치로 크기를 줄인 맥북에어가 소비자에게 먹혀든다는 가정에 기반한다. 여기에 넷북과 태블릿 시장을 겨냥한 구글 오픈소스 운영체제(OS) '크롬OS'까지 MS를 향해 견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면 PC시장의 절대강자로 일컬어졌던 MS와 인텔 연합, 이른바 윈텔 동맹도 깨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패드와 맥북에어 공존할까?

최근 상황은 애플에 비교적 유리해 보인다. 가트너는 최근 올 한해 PC판매량을 예측한 결과보고서를 통해 태블릿이 넷북을 넘어 PC시장 전체에 예상보다 큰 충격을 줬다고 발표했다.

키타가와 미카코 가트너 수석 애널리스트는 "아이패드와 같은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미디어 태블릿에 대한 관심이 커져 일부 PC 구매를 늦추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도 컨수머 노트북 성장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미국 컨수머 시장이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는 10인치 화면크기의 넷북이 입었다.

태블릿의 고공행진은 애플 아이패드가 이끌고 있다. 애플은 아이패드를 출시 3개월만에 300만대, 다음 분기동안 419만대 가량 팔아치우며 태블릿 시장을 독식하고 있다.

아이패드 열풍은 애플의 PC 시장 점유율 확대로도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3분기 미국내 PC출하량이 전년동기 대비 3.8% 성장에그친 가운데, 애플은 무려 24% 성장하는 기염을 토했다.

애플은 3분기 미국시장에서 199만대의 맥PC를 출하했다. 미국 내 전체 PC 출하량 1천890만대 중 10.6%를 차지한 것. 애플 사상 최고 기록이었다. 휴렛팩커드(24.3%), 델(23.1%)에는 못미치는 점유율이지만 성장세만 놓고보면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쳤다.

이런 가운데 애플은 맥북에어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금까지 반응은 괜찮다. 맥북에어가 선전할 경우 PC시장에서 애플 지분은 좀더 늘어날 수 있다. 맥북에어가 MS 윈도에 위협적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낙관론은 금물이다. 맥북에어가 반짝이 아니라 오래 부는 바람을 일으킬지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유? 애플 내부에 있다. 바로 아이패드다. 아이패드가 다른 업체 넷북 시장을 위협하는 것은 물론 애플 맥북에어까지 덮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근거없는 우려는 아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애플이 공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애플은 총 43억1천만달러를 벌어들여 전년대비 순익 70% 성장이라는 인상적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일등공신은 아이폰이었다. 스티브 잡스 애플 CEO에 따르면 아이폰 판매량은 지난해보다 91% 증가한 1천410만대에 달한다.

다만 아이팟 MP3플레이어 판매량은 감소했다. 지난해보다 11% 줄어든 905만대 판매에 그친 것. 아이폰 성장이 MP3 시장을 잡아 먹었다는 방증이다. 애플이 아이패드 성장을 두고 맥북에어 판매량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걱정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기존 13.3인치 제품보다 화면크기를 줄인 11.6인치 새 맥북에어를 선보인 것도, 애플 안에서 카니발라이제이션(자기잠식)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고가제품'으로 인식돼 왔던 맥북에어를 노트북과 태블릿 사이에 투입해, 거점을 확보한다는 시나리오다.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렸다.  아이패드를 샀으니 맥북에어를 안사도 된다는 것이나 정반대의 인식이 퍼질 경우 애플은 집안싸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이런 가운데 씨넷뉴스는 맥북에어 발표되자마자 설문조사를 통해 맥북에어 신제품이 실제로 소비자들에 매력적으로 다가설 것인지 물었다.

약 1천500여명이 참여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중 28%가 13.3인치 맥북에어를 선택해 가장 선호하는 제품으로 나타났다. 2위는 25%의 응답자가 선택한 11.6인치 맥북에어가, 3위는 16%를 차지한 아이패드가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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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결과는 소비자들이 11.6인치 맥북에어를 노트북과 아이패드의 중간에 위치한 제품으로 인식할 것이란 애플의 예상을 뒷받침한다. 실제로 소비자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는 몰라도 우선은 11.6인치 아이패드에 대해 비교적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11.6인치 맥북에어가 태블릿 시장과 노트북의 공세 가운데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애플의 전략이 성공한다면, 넷북과 울트라씬 모델을 생산하는 다른 제조업체들에게도 하나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고공행진하던 넷북이 태블릿의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애플의 행보는 더욱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