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바 챔피온에게 자바의 미래를 묻다

[SW개발자 스토리-12] 자바 챔피온, 인피언컨설팅 R&D센터 양수열 소장

일반입력 :2010/10/19 14:37    수정: 2010/10/19 17:59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은 최근 IBM과 함께 오픈소스 자바 개발툴 '오픈 자바 개발 키트(OpenJDK)'를 내놓기로 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IBM이 가세하면서 자바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크게 해소됐다는 이유에서다.그동안 오라클의 썬 인수로 자바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자바 진영을 대표하는 오라클과 IBM이 함께 움직일 정도면 뭔가 기대해봐도 좋다는 것이다.

이것은 오라클 마케팅 담당자가 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국제 자바 개발자 지원 프로그램인 '자바 챔피온'으로 활동중인 양수열 인피언컨설팅 R&D센터 소장의 평가다. 그는 국내 자바 개발자 커뮤니티인 '자바 커뮤니티 연합(JCO)' 전 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국내 자바 생태계에서 고수중 한명으로 꼽힌다. 이런 경력의 그가 오라클과 IBM이 함께 이끄는 자바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것이다.

오라클과 IBM 협력을 통해 자바 스펙이나 표준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양측으로 갈렸던 개발자 진영이 한쪽 표준 기술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예전처럼 두 진영이 경쟁을 통해서 개발자 커뮤니티가 상호발전해온 측면도 분명 있었지만, 각자 구현체가 달라서 개발자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기도 했죠.

실제로 자바 기술을 표준화하는 절차 '자바 커뮤니티 프로세스(JCP)'를 통해서 차기 자바 플랫폼이 발표되는 주기가 점점 길어지고 있었다. 일례로 기업용 자바 플랫폼 최신판 '자바 엔터프라이즈에디션(EE) 6'은 지난해 12월 나왔다. 지난 2006년 5월 자바EE5가 나온지 3년 7개월만이다. 그 이전 버전은 3년 6개월 전인 2002년 11월 발표됐고, 또 그 이전 버전은 불과 1년 5개월 전인 2001년 6월에 공개됐다.

양수열 소장은 플랫폼 발표 주기가 길어졌다는 것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표준에 담는데 필요한 시간이 늘어났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물론 그만큼 썬이 오픈소스 커뮤니티 의견을 존중해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런만큼 업계에선 썬을 인수한 뒤 오라클이 자바 플랫폼을 제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 회의론도 제기됐다. 일각에선 오라클이 썬이 하던만큼이나 할 수 있겠느냐는 까칠한 시선도 엿보였다.

이에 대해 양 소장은 오라클이 커뮤니티에서 제기하는 이슈를 귀담아듣고 개발자들이 사업부문별로 의견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를 늘려주기를 기대했다. 오라클에 인수되기 전 썬은 그래왔다는 것이다.

썬이 자바 챔피온같은 전문가 그룹을 지원한 건 자바 플랫폼 개발에 필요한 이슈를 청취하는 채널로 활용해왔던 거죠. 지금 해외 자바 챔피온 커뮤니티 쪽에서도 (오라클 썬 인수 후 자바에 대한) 의견을 많이 나눠요. 오라클도 퓨전 미들웨어(OFM)나 데이터베이스(DB) 등 부문별로 '오라클 에이스'라는 전문가 프로그램이 있으니 기대해 봐야죠. 이제 기술 발전을 주도하면서 개발자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기업이 오라클, IBM 정도만 남았으니까요.

오라클도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썬을 인수한 뒤 뜸했던 자바 기술 개발 계획과 커뮤니티 지원정책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지난달 말 자바 커뮤니티에서 기술 및 학습 자료를 통합 제공하는 등 사이트를 정비하고 오픈JDK 최신버전에 기반해 내년과 내후년까지 JDK7, 8버전을 선보인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최근 열린 자바원 컨퍼런스에서는 내년께 오픈소스 통합 개발 환경(IDE) '넷빈즈' 새버전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오라클의 이같은 행보는 자바의 미래에 있어 긍정적이란게 양 소장의 평가다.

IDE마다 일장일단이 있기 때문에 오라클도 J디벨로퍼하고 넷빈즈를 같이 만드는 거예요. 일례로 넷빈즈는 이클립스에 비해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구성이나 처음 개발환경 구축할 때 설정이 편해요. 개발툴은 썬의 넷빈즈, 오라클 '제이(J)디벨로퍼', 유료 개발툴 '인텔리제이(J)'도 있는데 국내는 거의 다 이클립스만 써요. 특정 IDE에 개발자들이 쏠려 있는게 좋은 현상은 아니죠.

양 소장은 한국어로 된 개발자용 콘텐츠 대부분이 이클립스를 기준으로 맞춰져 있어 국내 쏠림 현상이 굳어지는 듯하다며 오라클 본사에서 개발자용 콘텐츠 현지화에도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기대했다.

썬 인수로 자바 생태계의 맹주가된 오라클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직도 엇갈린다. 회의론은 아직도 존재한다. 썬 인수 당시 자바의 아버지로 불리는 제임스 고슬링이 퇴사하고, 주요 파트너였던 구글이 이번 자바원에 불참한 것조차 자바 플랫폼의 미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식될 정도다. 업계는 구글이 이전까지 매년 참가해온 자바원에 불참한 배경으로 오라클이 최근 구글에 제기한 자바 특허 침해 소송을 꼽았다.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이 자바 특허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것이다.

양 소장은 특허 침해 소송은 자사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는 입장 표명이라며 오라클이나 구글이 잘못했다는 판단은 법원이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해서는 오픈소스고 스마트폰 운영체제(OS)로 쓰인다는 것 정도만 알아요. 자료를 찾아보면 알 수 있지만 특허에 얽힌 문제제기는 오라클이 썬을 인수하기 전부터도 있었죠. 양사간 감정 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지만, (기업시장에서 경쟁하는) 오라클과 IBM이 오픈JDK 개발에 협력한 것처럼 '적이냐, 동지냐'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양 소장은 오라클과 자바를 둘러싼 세간 인식에 동조하지도 반박하지도 않았다. 오라클이 썬을 인수한지는 불과 몇개월밖에 되지 않았고, 조직도 완전히 통합된 상태라 보기 어렵기 때문에 속단하긴 이르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자바 관련 일들을 한다. 회사에서 몇 년 전까지 닷넷과 자바 기반으로 섞여 있던 플랫폼이나 솔루션들을 모두 자바 기반으로 정리했고 B2B 시장을 겨냥한 안드로이드 기반 클라이언트 기술도 연구중이다.

그는 자바뿐 아니라 다양한 오픈소스 기술이 기업 비즈니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양 소장은 지난해부터 자문과 연구활동을 요청하는 정부나 기업들에게 오픈소스와 개방형 표준에 투자하는 것이 비즈니스 생태계를 키우고 업계에서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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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업계와 공공부문을 지원하는 활동으로도 분주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SW마에스트로 육성사업에 멘토로 참여해 요구분석, 설계, 구현 등 개발자로서의 노하우도 전하고 있다. 그는 국내 자바 개발자를 비롯한 업계 종사자들에게 좋아하는 일에 꾸준히 투자하고, 뛰어난 업계 동료들을 많이 만나라고 당부했다.

꼭 자바가 아니라도 자기가 좋아하는 기술을 꼭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업계서 인정받으려면 트렌드에 휘둘리지 말고, 좋아하는 분야에 오랫동안 몸담아야죠. 온라인 커뮤니티 활동과 오프라인에서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도 병행하면 좋고요. 자바를 접한지 10년쯤 됐는데, 제 능력보다 뛰어난 분들을 만나면서 빨리 성장할 수 있었어요. 책도 있지만,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 얻는 도움이 더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