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86서버 시장, 시스코발 업계 재편 시작되나

일반입력 :2010/10/10 16:44    수정: 2010/10/11 16:20

지난해 서버 시장에 뛰어든 시스코시스템즈가 데이터센터를 넘어 일반 유통 시장을 겨냥한 x86서버 사업에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8월부터 시작된 새로운 회계연도에서 전년대비 500% 성장을 서버 사업 목표로 내걸었다.

물론 초창기인 만큼, 500%란 수치는 의미는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상징적인 임팩트로 넘어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현실화될 경우 서버 시장을 향한 '거함' 시스코의 전방위 공세가 먹혀들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1강(한국HP), 2중(델코리아, 한국IBM) 구도로 짜여진 국내 x86 시장 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변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시스코를 향한 한국HP와 한국IBM의 집중견제가 심심치 않게 목격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시스코코리아는 한국HP와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x86 서버 사업을 담당했던 김훈 상무를 유니파이드 컴퓨팅 시스템(UCS)비즈니스 매니저로 영입했다. 이후 2011년 서버 시장에서 전년대비 500% 성장이란 공격적인 목표를 잡았다.

제품도 다양하게 가져가기로 했다. 데이터센터에 주로 쓰이는 블레이드를 넘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높은 랙마운트형 서버도 판매하기로 했다. 김훈 상무는 "랙마운트 서버 판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통 비즈니스를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시스코코리아는 13일 새로운 인텔칩을 탑재한 UCS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주력 시장은 그나마 마진이 높은 2소켓과 4소켓 서버다. 가격 경쟁이 심한 1소켓 시장은 쳐다보지 않기로 했다. 서버 업계에 따르면 x86서버 시장에서 2소켓 시장은 75% 점유율을 갖고 있다. 1소켓 서버는 20%, 4~8소켓 시스템은 5% 수준이다. 그런만큼 2소켓과 4소켓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대권 도전은 가능하다는게 시스코 입장이다.

채널 네트워크도 강화한다. 시스코코리아는 현재 영우디지털, LG 엔시스, 데이타크레프트코리아를 UCS 판매 파트너로 두고 있는데, 유통망을 통해 매출 확대를 위해 경쟁력있는 채널 구축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공략 대상은 라우터나 스위치 등 시스코 네트워크 장비를 많이 쓰는 기업들이다. 데이터센터의 기본이 되는 백본망에 대한 장악력을 서버로 확대하는 전략이다. 스위치만 해도 시스코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50%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시스코 UCS는 네트워크 장비, 블레이드 서버, 스토리지, 가상화 SW를 통합한 것으로 지난해 공개됐다. 발표 당시 관심을 받았지만 아직은 국내 시장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 데이터센터 시장 공략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것과 다수 고객들은 여전히 시스코를 네트워크 업체로 바라본다는 인식이 맞물려 나타난 결과로 풀이된다.

경쟁 업체들의 집중 견제도 만만치 않은 장애물이었다. 한국HP나 한국IBM은 시스코의 x86서버 시장 진입을 차단하기 위해 공격적인 카드를 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훈 상무는 "경쟁사의 견제가 심한게 사실"이라면서도 "랙마운트형 서버 출시를 통해 파고들 시장을 넓힌 만큼, 지난해보다는 해볼 만 한 게임이 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반신반의하며 도입한 기업들도 한번 써보고 나면 추가 구매를 요청해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스코코리아의 공격적인 행보로 한국HP와 시스코 간 데이터센터 플랫폼 경쟁이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로 떠올랐다. 시스코는 한국HP 출신인 김훈 상무를 서버 사업 총괄에, 한국HP는 시스코 출신인 조태영 상무를 네트워크 사업 총괄에 앉혔다는 점도 흥미롭다.

김훈 상무는 “경쟁사는 서버가 강하고, 시스코는 라우터 등 네트워크에서 강점을 갖는다"면서 "개인적으로 데이터센터에선 서버가 중요하다 생각했는데 시스코에 와서 보니 네트워크를 잡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네트워크에서 서버 시장으로 치고 들어가는 시스코가 반대방향으로 들어오는 한국HP보다 유리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도시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고속도로가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며 네트워크 경쟁 우위론을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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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x86서버 시장은 한국HP가 절반에 가까운 점유율을 갖고 있다. 한국HP는 2분기 1만1천971대의 x86서버를 판매해 47.5%의 점유율로 2위 그룹인 한국IBM(17.7%)과 델코리아(17.5%)를 크게 앞섰다. 한국HP의 2분기 x86서버 판매량은 전분기 대비 9.2%성장한 수치다. 1강 2중 구도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썬을 인수한 오라클은 물량공세 보다는 하드웨어와 SW를 결합한 어플라이언스 사업에 초점을 맞춰, 판을 흔들 만한 변수로 등장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로선 시스코만이 판세 변화를 위한 대형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