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콘텐츠 기반 모바일앱의 가능성을 말하다

일반입력 :2010/10/08 09:47    수정: 2010/10/14 08:58

박민우
박민우

1년 만에 지디넷 칼럼에 돌아왔다.  10년째 지디넷 칼럼을 쓰고 있지만 아직도 글을 쓴다는 설렘과 독자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항상 공존 한다.

10년째 모바일 업계에서 일하고 있었지만 최근 1년은 이전 9년을 능가할 만큼 빠르게 변화했다. 그래서 1년 만에 다시 칼럼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빠른 변화의 흐름 때문에 테마를 잡기가 쉽지 않을 정도다. 2009년 4월5일자 칼럼(http://zdnet.co.kr/ArticleView.asp?artice_id=20090405144846)에서 마지막으로 얘기했던 "망을 소유하고 있다는 무기로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라는 얘기가 이제는 현실감 있게 느껴진다.

모바일 혁명 속에서 각 사업 분야의 득과 실

이제 스마트폰과 모바일앱에 대해서 설명을 한다는 것은 인터넷을 설명하는 것만큼 진부한 얘기가 되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안되어서 빠르게 발전하고 성장한 모바일앱 환경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사용자, 제조사, 통신사와 개발사의 입장에서 득과 실을 생각해 보면 희비가 명백히 교차한다.

우선 사용자는 무선인터넷의 자유를 얻었다.

그 자유가 생활의 편리함과 업무의 효율 그리고 새로운 사용자의 가치라고 한다면, 이제는 그 가치의 대가를 지불 해야 하는 부담도 같이 생겼다. 어째 튼 무선인터넷의 자유는 실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

국내 제조사들은 아이폰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아이폰은 그들에게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그 기회를 통해서 제조사들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리게 되었다. 그 기회 조차도 거부한 제조사에게는 영업적인 쇼크와 함께 의사결정권자가 사업적인 책임까지 감수해야 되는 시련도 받았다. 항상 기회와 위기는 같이 오지 않는가?

통신사들은 힘은 잃었지만 돈을 잃지는 않았다. 여전히 통신사들은 먹고 살만하다.

대신 무선인터넷 사용료에 대한 새로운 기준과 상품에 대한 고민을 열심히 하게 되었고, 이러한 기준은 수년 전부터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주장해 왔던 것들이지만 오래 시간 동안 무시되어 왔었던 것이어서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단말기에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프리로딩 할 기득권이 없어진 현재 상황에서 이통사들 선택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 기회는 요금제 말고는 없을 것이다. 태블릿PC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사용자, 제조사, 통신사들은 어째 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원하는 것을 얻었고 원하는 방향으로 사업이 가고 있다. 여전히 미래도 비전도 불투명한 것은 모바일 개발사 들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모바일 생태계에 대해서 가치를 피력하고 있고 가능성과 비전에 대해서 떠들고 있지만, 그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얘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은 누가 어디서 만들고 있는 것일까?

모바일 에코시스템? 우리가 생태계를 본적이나 있는가?

1년간의 모바일 혁명(?) 이후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스마트폰에서 애플리케이션이 단말기 디자인과 성능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달라지지 않는 것은 많은 제조사와 대기업들이 중요한 어플리케이션을 예전에 그룹웨어, ERP 구축하듯이 SI 형태로 발주하여 조달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뜻을 가진 벤처들과 개인들이 모바일앱을 개발하고 앱스토어에서 성공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았다. 개발 능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우리나라의 재능 있는 개발자들이 외국에서 개발된 모바일앱을 능가하는 좋은 앱을 개발했지만 돈을 벌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세상의 쓴 맛을 본 개발자들은 다시 제조사나 SI 기업에 흡수되어 꿈과 창의력은 창고에 넣어 두고 열심히 회사에서 시키는 모바일앱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중에서 좋은 사용자를 많이 확보한 앱은 포탈이나 제조사에 인수되어 그나마 그 생명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첫 번째 우리나라에서는 에코시스템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빨리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모바일앱 조차도 갑-을-병 하도급 구조에서 대규모 SI 형태로 시장이 커지고 있다. 한두 달 학원에서 안드로이드 개발 교육 받은 사람들이 국내 굴지의 제조사의 병이나 정으로 개발에 투입되어 있다. 이 들은 저렴한 비용 이란 이유로 일단 투입시키고 본다.

"을"과 "병"의 입장에서는 머리 수 맞추고 보자는 것이 목적이다. 왜 실력 있고 경험 있는 벤처기업과 협력하지 못하는 것일까? 이유는 중간 SI 회사의 마진과 단가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상생이란 것은 꿈도 꾸기 어렵다.

경쟁력 있는 벤처기업이 새로운 아이템이 인기를 끌면 그 회사 직원을 데려오던지 아니면 똑같은 것을 만들어서 그 아이템을 죽여버린다. 그리고 언론에는 자신들이 만든 스토어에 좋은 모바일앱들을 올리란다. 자신들은 에코시스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이 성공한 이유는 분명히 에코시스템이다. 하지만 애플의 에코시스템은 통신사와 제조사가 주장하는 모바일 스토어랑은 그 시작부터가 다르다. 애플의 아이튠즈는 디지털 컨텐츠가 P2P 때문에 저항과 혁명이 충돌하는 시점에 타협을 이끌어 냈기 때문에 에코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기저에는 컨텐츠에 대한 존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앱스토어도 역시 아이튠즈의 경험을 기반으로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에 개발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다. 에코시스템은 시스템 위에 올라가 있는 플랫폼 이전에 콘텐츠에 대한 존중과 타협의 철학이 포함되지 않으면 시장에 뿌리를 내릴 수 없었을 것이다.

콘텐츠 기반 모바일앱 분야에 관심을 갖자

최근 10년간 인터넷 사업들을 돌아보면 성공한 아이템과 그렇지 않은 아이템들이 있다. 또한 인터넷 시절에서는 빛을 보지 못했다가 모바일이 활성화 되면서 성공한 아이템들도 있다. 성공의 기준은 다르겠지만 최소한 BEP를 넘길 정도의 사업성을 가진 아이템들의 80% 이상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검색, 메일, 메시징, 커뮤니케이션, SNS 등의 일부 전 세계적인 대세의 서비스를 제외하고는 기능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서비스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하지만 영화, 게임, 방송, 음악, 교육 등과 같은 콘텐츠들은 개별 콘텐츠의 질의 문제일 뿐 어째 튼 성공하는 아이템이다. 즉 성공의 가능성은 기능보다는 콘텐츠에 더 많은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모바일앱에서 우리는 짧은 1년을 경험했다. 얼마나 많은 유사한 앱들이 만들어지고 사라지는지 지켜보았다. 분명히 먼저 시작한 아이템이지만 불과 2~3개월 뒤에 유사한 아이템이 나오고, 유료가 무료로 전환되고, 자금력이 약한 기업의 아이템은 어느 순간 사업을 지속하지 못하게 된다. 기능을 중심으로 하는 앱들은 제조사나 포탈에서 자사의 디바이스나 유선 사이트에 연계되어 서비스되지 못하면 경쟁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심지어 많은 사용자를 확보해서 광고로 수익을 내겠다는 생각도 결국 버틸 수 있는 자금과 인내력을 요구한다.

하지만 기능이 콘텐츠와 결합하게 되면 얘기는 달라진다. 최근 사회 전반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에 대한 보호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콘텐츠는 저작권을 가지고 있으면 그 자체가 진입장벽이 된다. 물론 콘텐츠의 가치와 활용도가 관건이지만, 최소한 기능 중심으로 애플리케이션처럼 쉽게 차용 당하거나 모방에 의한 피해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것이다. e-book 콘텐츠를 공짜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인기 있는 e-book 콘텐츠를 뺏기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지 않다. 사진 하나 문장 하나까지도 모두 증명이 가능하고 명확하게 보호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기술 특허란 것은 등록부터 특허를 취득하기도 어려울 뿐더러 피해가는 방법도 너무나 다양하다.

디지털 시대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가진 자가 결국 디지털 자산가다. 아이패드는 콘텐츠를 유통시키기 위한 도구이다. 콘텐츠는 저작권을 가진 사람들이 공급자가 된다. 개발자는 개발을 하겠지만 콘텐츠 공급자는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고 유통시키고 수익을 가져간다. 인터넷 시절에는 개발자가 기획력과 디자인 감각을 가지는 것이 경쟁력이었다면, 모바일 시대에는 개발자가 콘텐츠 가치에 대한 판단력을 보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능 위에 콘텐츠를 탑재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필요한 기능을 개발하는 것이다.

국내 앱스토어 매출 1위 기업은 사전앱을 만드는 다올소프트라는 회사다. 대부분 사전류의 모바일앱을 개발하고 있으면 앱스토어에서 검색을 해보면 100여개 앱들이 리스트에 나온다. 사전의 소유권은 출판사가 가지고 있지만 모바일앱은 다올소프트에서 개발한다. 엄밀히 말하면 개발이라기 보다는 디지털라이징한 결과를 콘텐츠 플랫폼 위에 탑재한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기술력이 중요한 분야도 있겠지만 작은 벤처와 소규모 개인사업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콘텐츠 분야에 더 많이 존재한다.

기술과 콘텐츠의 만남 "콘텐츠앱" 가이드라인

그렇다면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모바일앱을 개발하기 위해서 준비하고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알아보자.

- 콘텐츠 저작권 확보: 작가든 출판사든 DB든 컨텐츠 소유권자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

- 디지털라이징: 무조건 모바일앱으로 옮길 바에는 e-book을 만드는 것이 낫다. 정확한 스키마를 구성하여 콘텐츠를 카테고리와 필드로 구분할 수 있어야 언제든지 원하는 정보를 추출할 수 있다. 즉, 텍스트와 이미지 추출이 디지털라이징이 아니라 DB화 해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디지털라이징이라 할 수 있다.

- 웹플랫폼: 모든 콘텐츠를 애플리케이션화 하는 것은 불필요한 노가다일 뿐이다. 모든 스마트폰에 내장되어 있는 웹킷 브라우저 엔진을 프레임워크로 활용하면 쉽게 콘텐츠를 재가공할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 HTML Generator도 만들면 된다.

- GPS, MAP 연동: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최고의 기능들을 썩혀둘 필요가 없다. 최대한 써먹어야 한다. 다만 용도에 맞게!

- SNS 연동: 신중하게 활용해야 한다. 무조건 연동한다고 가치가 생기지는 않는다. 최소한 스마트폰에 있는 전용 앱과 차별화 할 수 있는 기능이 하나 이상은 포함되어야 한다. 더군다나 나의 팔로워들이 연동된 기능을 보고 짜증나지 않아야 한다.

- UI/UX 개발: 최소한 개별 OS별로 공식 발표된 UI/UX 가이드라인 문서를 꼭 봐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학습하지 않더라도 예측 가능한 범위에 기능과 행위가 존재해야 한다. 자주 많이 사용되는 기능과 그렇지 않은 기능을 구분하기만 해도 홈 화면은 매우 간결해 질 것이다.

콘텐츠만 가지고 있다고 모바일앱을 성공시킬 수는 없다. 여전히 안정된 모바일앱을 개발할 수 있는 동료가 필요하다. 하지만 개발자라고 해서 항상 개발 API만 보고 있을 필요는 없다. 모바일에서 사용자들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는 누구라도 생각하고 만들 수 있다. 좋은 콘텐츠를 발굴하는 능력도 앞으로는 중요한 생존 능력 중에 하나가 될 것이다.

어렵게 찾아온 모바일 혁명의 시대에 많은 벤처기업과 창업자들이 보다 많은 성공모델을 만들어주어야 우리의 후배들이 좀 더 자신 있게 이 분야에 뛰어들 것이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IT 말고는 글로벌 경쟁력의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지 않은가? 제조사와 통신사는 상생과 에코시스템을 논하기 전에 협력사에 대한 존중의 미덕을 배우기를 바란다. 진정한 리더십은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섬김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민우 IT컬럼니스트

IT 칼럼니스트, Convergence service platform Consult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