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뷰]흥미로운 선택의 연속 ‘문명5’

일반입력 :2010/09/28 09:07

봉성창 기자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스타크래프트’나 코에이의 ‘삼국지’ 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전 세계 게임 시장을 놓고 보면 ‘스타크래프트’를 능가할 정도로 주목받고 있는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은 따로 있다.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다.

지난 24일 ‘문명’ 시리즈 최신작 ‘문명5’가 전 세계 동시 출시됐다. ‘문명5’의 매력을 익히 알고 있는 게임 마니아들은 지난 24일 최신작 ‘문명5’의 출시 소식에 흥분과 탄식이 섞인 비명을 질렀다.

학생이라면 학업을 포기하게 되고, 직장인이라면 직장을 포기하게 되며, 결혼한 사람이라면 이혼을 하게 된다는 ‘문명’ 시리즈의 최신작 ‘문명5’의 악마적인 매력에 대해 알아봤다.

■ 턴방식 특유의 느긋한 매력 돋보여

시드마이어의 ‘문명’ 시리즈가 스타크래프트와 가장 큰 차이는 진행 방식이 실시간이 아니라 턴방식이라는 점이다. 턴방식이기에 빠른 손놀림보다는 전략적인 선택이 보다 강조된다.

‘게임은 흥미로운 선택의 연속’이라는 시드 마이어의 유명한 말처럼 ‘문명’은 한 번의 게임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한다. 또한 한 번의 선택이 게임 내내 시종일관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스타크래프트’ 보다 ‘문명’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은 이런 매력 덕분에 밤을 지새고 또 지샌다.

선택의 갈림길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령 사회 정책을 수립할때 ‘영광(Honer)’을 선택하면 전쟁을 하는데 있어 상당한 혜택이 주어진다. 이때는 문명을 발전시키기 위해 전쟁을 통해 영토를 확장하고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게임 이용자에게 도움이 된다. 반면 ‘전통(Tradition)’을 선택하면 다양한 대형 건축물을 보다 빠르게 완성시켜 문화적인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

이러한 선택에 있어 ‘스타크래프트’와 같은 빠른 손놀림은 필요없다. 물론 ‘문명5’ 역시 멀티플레이를 지원하며 동시에 턴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원활한 진행을 위한 시간제한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는 빠른 손놀림의 문제라기 보다는 일종의 바둑에서 초읽기와 같은 개념이다. ‘문명’ 시리즈가 느긋하게 게임을 즐기고 싶어하는 30~40대 게임 이용자들에게 인기 있는 이유다.

■ 전 세계 14개 주요 문명 등장

‘문명5’는 14개의 서로 다른 문명을 선택해 고대 시대부터 미래에 이르기까지 문명을 발전시키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커다란 월드맵에 각자 작은 영토를 가진 문명이 건설된다. 이후 자원을 모아 영토를 확장하고 기술과 문화를 발전시키며 하나의 어엿한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각 문명은 전쟁이나 외교, 무역 등 다양한 활동을 한다. 혹은 피라미드나 만리장성 같은 불가사의한 건축물을 지어 국력을 과시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각 문명이 여러 분야에서 경쟁을 펼쳐 최종 승리자가 되는 것이 이 게임의 목적이다.

재미있는 점은 군대를 양성해 상대 국가를 무력으로 통일하는 것은 승리의 한 조건일 뿐이라는 점이다. 비록 군대가 강하지 않더라도 극도로 발달된 과학으로 우주선을 쏘아올리거나 사회를 고도로 발전시켜 유토피아를 건설하는 것만으로도 승리를 달성할 수 있다. 혹은 UN을 설립한 후 최고 지도자에 등극하는 외교적 승리도 준비돼 있다. 어디까지나 선택은 게임 이용자의 몫이다.

‘문명5’는 전작에 비해 향상된 그래픽과 보다 탄탄해진 게임 밸런스가 눈길을 끈다. 가장 큰변화는 맵 타일의 변화다. 과거 사각형 맵에서 육각형으로 맵타일이 변경되면서 보다 사실적인 지형의 접근성을 보여준다. 또한 전체적인 콘텐츠가 늘어났다기보다는 보다 사실적인 밸런스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전작에서 플레이가 거듭될 수록 전략적인 다양한 선택보다는 몇 가지 필승 공식이 생겨나는 현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기능성 게임의 방향 제시

‘문명5’는 훌륭한 게임이자 하나의 역사 교과서라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인류 문명에 대한 사실적인 구현이 돋보인다. 각 문명의 특징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를 게임에 그대로 반영해 게임으로 만들었다. ‘문명’ 시리즈가 기능성 게임으로까지 평가받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몇몇 부분은 게임에 억지로 맞춘 듯한 흔적이 다소 엿보이기도 한다. 가령 불과 300년밖에 되지 않은 미국 문명이 중국이나 로마 문명과 동일선상에서 다뤄지는 부분이 그렇다. 그러나 이는 게임으로서의 설정인 만큼 크게 무리는 없다.

오히려 아쉬운 점은 중국은 물론 일본 문명까지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한국 문명이 빠진 점이다. 5천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한 부분이다.

최근 기능성 게임이 높은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변이 확대되지 않는 이유는 게임으로서 재미가 없다는 점이다. 문명의 발달과정을 그대로 게임에 녹인 ‘문명5’는 게임이 가진 재미는 극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역사를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기능성 게임이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해준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