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리뷰]식물과 좀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일반입력 :2010/09/25 11:31    수정: 2010/09/25 11:32

봉성창 기자

캐주얼게임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은 쉽고 간편해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을 말하지만 그것이 결코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각 장르나 분야별로 최고의 게임사가 어디냐는 질문에도 많은 숙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최고의 캐주얼게임 개발사는 의외로 쉬운 질문이다. 바로 ‘비쥬얼드’로 유명한 팝캡게임즈다.

하드코어 MMORPG에는 강하지만 캐주얼게임에는 이상하게 약한 면모를 보여온 엔씨소프트가 최근 팝캡게임즈와 손을 잡은 이유도 이와 같다. 그만큼 캐주얼 게임은 쉬우면서도 쉽지 않은 장르다.

이러한 팝캡게임즈가 과연 잘 만들어진 캐주얼게임은 무엇인가를 잘 보여준 게임이 바로 ‘플랜트vs좀비’다. 지난해 5월 선보인 ‘플랜츠vs좀비’는 팝캡게임즈가 가진 캐주얼게임의 모든 노하우가 집결된 작품이라는 평가다. 그만큼 탄탄한 게임성과 강한 중독성이 ‘플랜트vs좀비’가 가진 강점이다.

■ 식물을 심어 좀비를 막아라

‘플랜트vs좀비’는 기본적으로 ‘타워디펜스’ 방식의 게임이다. ‘타워디펜스’ 게임 방식은 과거 ‘스타크래프트’나 ‘워크래프트’ 유즈맵을 어느 정도 즐겨본 이용자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일정한 간격으로 자동 발사되는 타워를 건설해 줄지어 달려드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식이다.

게임 이용자는 주로 플랜트 즉 식물 편에서 게임을 플레이한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좀비들에 맞서 식물을 심어야 되는 것이다. 식물로 어떻게 좀비를 물리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일단 콩 식물만 심으면 알아서 콩이 발사돼 다가오는 좀비들이 죽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게임의 승패는 순발력과 전략성에 갈린다. ‘플랜트vs좀비’ 역시 마찬가지. 각기 다른 기능을 하는 식물들을 어떻게 심느냐에 따라 좀비를 물리치거나 혹은 좀비에게 뇌를 먹힌다.

물론 게임 초반에는 식물의 종류도 한정돼 있고 좀비의 수도 많지 않아 전략까지 생각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스테이지를 거듭할수록 식물의 종류도 늘어나고 좀비의 숫자도 많아진다. 그렇게 등장하는 식물 종류는 무려 49종에 달한다. 물론 그에 걸맞게 좀비의 종류도 다양해지기 때문에 방심은 금물이다.

식물 중에는 직접 좀비를 물리치는 것도 있지만 ‘해바라기’와 같이 식물을 심는데 필요한 햇빛을 공급해주는 기능을 가진 것도 존재한다. 햇빛은 일종의 자원 개념인데 게임 초반에 좀비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식물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원을 모을 수 있는 식물을 심어 후반을 도모해야 한다.

■ 변화무쌍한 각종 변수가 다채로움 더해

‘플랜트vs좀비’에는 난이도만 높아지는 동일한 진행 방식에서 탈피해 중간 중간 다양한 미니게임으로 지루함을 덜어준다. 그 종류도 많고 본편 못지 않은 중독성과 재미를 제공한다.

가장 먼저 접하는 미니게임은 ‘월넛(호두)’을 굴려 다가오는 좀비를 쓰러트리는 볼링이다. 그냥 맞추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지만 맞고 난 이후 튕기어 다른 좀비를 맞추는 콤보를 노려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

이외에도 과거 오락실에서 두더지를 연상시키는 망치로 좀비를 때려잡거나 항아리를 깨면 좀비나 식물이 무작위로 나오는 방식의 게임도 있다. 심지어 좀비 편이 돼 식물의 방어선을 무너트리는 게임도 존재할 정도다.

맵의 변화도 게임의 보다 다채롭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플랜트vs좀비’에는 크게 5종류의 맵이 존재한다. 낮과 밤이 있는 앞마당과 뒷마당 그리고 지붕이다.

특히 밤에는 조심해야 한다. 그냥 통념상으로도 밤에 좀비가 더 무섭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햇빛이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밤에도 햇빛을 제공해주는 특수 식물을 어떻게 심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이밖에도 안개가 낀다든지 하는 여러 악조건이 존재하기 때문에 맵에 걸 맞는 전략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미친 데이브’가 운영하는 상점을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각종 유용한 아이템을 팔고 있어 보다 어려운 스테이지 진행시에 반드시 큰 도움을 준다.

■ 좀비와 친구하고 싶으세요?

‘플랜트vs좀비’는 현재 PC와 아이폰으로 서비스 중이다. 또한 X박스360과 닌텐도DS으로도 출시를 앞두고 있는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다. 그도 그럴것이 게임 자체는 2D 그래픽을 바탕으로 가볍게 제작됐기 때문이다. 쉬운 조작방식과 중독성 못지않게 플랫폼을 가리지 않는 높은 접근성도 캐주얼게임이 갖춰야 할 요소다.

엔씨소프트는 ‘플랜트vs좀비’를 비롯해 팝캡게임즈의 인기게임 14종을 묶은 ‘팝캡월드’를 게임포털 ‘플레이엔씨’에 조만간 서비스할 예정이다. 국내 정식 서비스인 만큼 한글화를 통해 보다 많은 게임 이용자들이 접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플랜트vs좀비’가 상당히 잘 만들어진 캐주얼게임이라는 것은 이견이 없다. 그러나 국내서도 흥행을 100% 장담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짚고 넘어가야할 것이 좀비에 대한 문화 정서적 차이다.

북미 등 서구시장에서 좀비는 호러물의 대명사이자 심지어 친숙하기까지 할 정도로 대중화된 소재이다. ‘데드라이징’, ‘레프트4데드’, ‘바이오하자드’ 등 수많은 좀비 소재 게임이 이를 반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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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우리나라에서 좀비는 아직까지도 낯선 존재다. 물론 게임 마니아들에게는 조금 덜할지도 모르지만, ‘플랜트vs좀비’는 어디까지나 대중적인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캐주얼게임이다. 그러나 좀비는 물론 상인으로 등장하는 미친 데이브 등 게임 속 여러 요소들이 지나치게 서구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는 다시 말하면 접근성을 저해하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플랜트vs좀비’를 비롯해 팝캡월드를 통해 선보일 다수의 게임을 단순 한글화만 해 국내 서비스한다면 성공을 장담하기는 어렵다. 캐주얼게임이기에 보다 문화적 정서를 고려한 로컬라이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