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분 터뜨린 케이블TV, 지상파 '맹비난'

일반입력 :2010/09/13 17:30    수정: 2010/09/14 08:43

케이블TV업계가 참아온 울분을 일시에 토해냈다. 목소리는 격앙돼 있었다. 케이블TV에서 지상파 채널 3개가 사라질 날이 임박한 듯했다.

케이블TV업계가 강경대응을 결의하면서 지상파-케이블TV 간 재송신 갈등이 극단에 처했다.

케이블TV 유선방송사업자(SO)협의회는 13일 2시 긴급 임시총회를 열고 93개 SO 대표이사와 임원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상파 방송 송출 중단을 결의했다.

결의문 채택에 앞서 대표자들은 단결을 주문했다. 100여개로 구성된 케이블TV 업계의 특성상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힘들 것이란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화동 SO협의회장은 “독점적이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 지상파에 떠밀려 벼랑끝에 몰려 있다”며 “위기상황에서 모두 하나로 뭉쳐 일사분란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의지를 보여줄 때”라고 밝혔다.

길종섭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가 만들어내야 할 의지와 결의에 따라 케이블TV의 미래도 결정된다”라며 “실행에서 어느 누구도 대오에서 이탈하거나 낙오자가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동식 CJ헬로비전 사장은 “케이블TV에서 지상파 전송을 중단할 때는 (시청자뿐 아니라) 지상파와 정부가 큰 피해자일 것”이라며 “100번 양보해 방송의 공익성을 지키려하는 최선 노력에도 지상파, 정부, 법원의 시각 변화가 없다면 무엇을 생각해야 할 지 비대위에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쌓아뒀던 서운함도 강하게 표출됐다. 지상파와 정부기관 사이에서 참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최정우 C&M 전무는 “난시청 해소 책임은 지상파에 있는데 케이블TV가 이를 30년간 지고 왔다”라고 말했다.

최정우 전무는 “송출을 중단하면 국민 70%가 지상파를 볼 수 없음에도 방송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방통위나 지상파 3사가 지상파 직접수신환경이 개선됐다고 발표한 것을 속여왔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언이 끝나자 박수가 터져나왔다.

케이블TV가 지상파 방송사에게 부여해온 혜택들을 없애는 한편, 정부가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주파수 사용대가를 지불하고 사회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윤 티브로드 대표는 “지상파는 무료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란 공적 책무를 망각한 채 사적 이윤추구를 위해 독점적 지위와 주파수를 남용하고 있다”라며 “동일채널번호 부여 등 지상파 방송에게 케이블TV가 제공해온 혜택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지상파 방송사는 주파수 사용대가를 마땅히 지불해야 하며, 지상파 디지털전환 특별법의 각종 정부지원도 재고돼야 한다”면서 “아울러 KBS, MBC는 공민영에 대한 분명한 노선을 밝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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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업계 대표들은 결의문을 읽어 내려갔다. 80여명의 목소리가 좁은 회의장을 흔들었다. 협상, 항소 등의 단어는 등장하지 않았다. “지상파가 요구를 철회하지 않으면 지상파 송출 중단을 불사한다”는 부분에서 분위기가 절정에 달했다.

법원 판결 이후 협상 테이블에 들어오라는 지상파 측의 요구를 무색하게 만드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