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블릿 시대, 인쇄 산업이 생존하기 위한 조건

일반입력 :2010/09/07 17:13    수정: 2010/09/09 13:15

남혜현 기자

종이는 사라진다. 단, 우리 세대는 아니다. 후손의 후손 세대까지 종이는 살아남는다. 디지털 출력은 오히려 지금부터 성장세다.

아이패드같은 태블릿PC의 출현이 종이 인쇄 시장을 뒤흔들 것이란 우려에 프린팅 시장은 어떤 대답을 준비하고 있을까?

한국HP는 7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디지털프린팅 세미나인 ‘디스쿱(DSCOOP) 아시아’를 개최하고 인쇄 시장 생존방안에 대해 ‘효율성’과 ‘친환경’을 답으로 내걸었다. 디스쿱은 HP에서 중소규모 사업체를 겨냥해 선보인 디지털 프린터 ‘인디고’를 사용하는 이용자들의 모임이다. HP는 이 자리에서 신형 인디고 6종을 대거 공개하며 디지털 프린팅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예고했다.

■'디지털화'에 인쇄 업계 생존 걸렸다

이 날 세미나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인디고 개발의 주역인 베니 란다 소장이다. 그는 지난 1993년 인디고를 개발하며 디지털 프린팅 시대를 열었고, HP가 인디고를 인수한 이후에는 란다 연구소를 운영하며 HP자문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니 란다 소장은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종이 사용 문화가 소멸되기 까지는 수년이 아니라 수십년이 걸릴 것”이라며 “아이패드나 개인용 PC가 보급됐어도 개인이 인화하는 사진 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고 말문을 뗐다.

HP측에 따르면 전세계 디지털 프린팅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3년간 출력량이 431% 가까이 증가하며 HP 내에서도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문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 인디고 역시 전세계적으로 6천여대, 국내서만 1백여대가 공급됐다.

란다 소장은 인디고가 처음 공개됐던 17년 전만해도 디지털 프린팅이란 개념 조차 생소했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프린터 업계에서 디지털 출력으로 가지 않으면 소멸할 것이란 위기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프린팅은 '맞춤형 출판'위한 최적 조건

란다 소장은 작가와 독자, 출판사와 광고주 입장 모두에 디지털 프린팅이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 예고했다.

그는 과거에는 자아실현을 위한 도서 출판이 불가능했던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디지털 프린팅을 통해 개인 출판뿐만 아니라 맞춤형 출판까지 가능해졌다면서 어떤 책이든지 주문형 출판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 인디고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책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1인출판이 늘어나는 것처럼, 디지털 프린팅이 전자책을 작가가 원하는 만큼 종이로 쉽게 찍어낼 수 있도록 한다는 것도 최근 출판 시장의 변화와 궤를 같이 한다.

그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작가가 아닌 독자 입장에서도 원하는 콘텐츠만 담은 책을 주문해 받아 볼 수 있는 시대를 디지털 프린팅이 열어젖힌다고 주장한다.

란다 소장은 누구든지 자기 취향에 맞춰 개인화 된 매거진을 주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출판사 입장에서는 특정 주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에 맞는 잡지를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고 변화된 잡지 시장을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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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벤츠 광고의 예를 들며 출판 시장의 변화 판도를 설명했다. 예컨데 잡지 구독자 중 일부만이 벤츠를 구입할 의사가 있을 때 딱 그만큼에 맞는 수요에게만 벤츠 광고가 실린 잡지를 발송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잡지의 페이지 수가 한정 돼 있을 때 독자가 읽기를 원하는 콘텐츠와 광고만 담을 수 있다는 것은 효율성 측면에선 큰 개선으로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이 아시아 시장에서 디지털 프린팅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라는 점을 주목했다. 그는 절대적인 출력량에서 한국 시장은 규모가 작지만, 성장률에서만큼은 첫 손가락에 꼽힌다면서 아날로그식 옵셋 인쇄와는 달리 원하는 부수만큼 출력할 수 있어 재고처리나 자재 낭비 등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디지털 프린팅의 장점을 한국 기업들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