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실명제, 개인정보 유출 주범?

일반입력 :2010/09/07 14:57    수정: 2010/09/07 15:24

이설영 기자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우리나라 국민의 개인정보 침해건수가 늘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최문순 의원은 인터넷 실명제 도입 이후 개인정보침해 신고가 53%, 주민번호의 해외 노출이 432% 증가했다고 7일 밝혔다.

인터넷실명제 하에서 무분별하게 수집된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는 해킹 등에 의한 유출의 위험에 항상 노출돼 있다고 최문순 의원은 밝혔다.

실제로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이 집계한 '개인정보침해신고' 건수에 따르면 2005년부터 평균 20%씩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다가 인터넷실명제가 도입된 2007년 2만5천965건에서 2008년 3만9천811건으로 53%나 급증했다. 인터넷실명제가 확대 적용된 2009년에도 3만5천167건에서 2010년 5만1천573건 46% 급증이 예상된다.

KISA에서는 주민등록번호가 노출된 웹페이지를 매년 1만개~2만개씩 찾아내고 있다. KISA에서 미처 발견해내지 못하는 경우까지 감안한다면 실제 노출 건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사이트의 경우에는 해당 웹사이트 서비스 사업자에게 '개인정보침해'를 사유로 삭제요청을 하기 때문에 삭제율이 97%에 달하지만, 해외 사이트의 경우 삭제율이 63%로 저조하다.

KISA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사이트의 경우 이메일과 전화로 삭제요청을 하는데 ▲아예 연락처가 공개되지 않아 연락이 불가능한 경우 ▲연락을 하더라도 무응답으로 일관하는 경우 ▲심지어 대가를 요구하는 경우까지 있고, 삭제를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에 삭제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중국의 삭제율은 공조강화로 인해 2008년 19%에서 2010년 80%로 높아졌으나, 삭제율이 낮은 베트남(15%), 일본(26%) 등의 사이트에 노출된 건수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등 우리나라 관리 권역 밖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특히 해외의 경우, '주민번호 노출페이지' 건수가 인터넷실명제가 시행된 2007년 306건에서 2008년 1천630건으로 무려 432%나 증가했다. 인터넷실명제가 확대 실시된 2009년 8천690건에서 2010년 1만9천575건(5월까지 건수를 바탕으로 한 추정치)으로 13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인터넷 실명제로 인해 무분별하게 수집된 정보가 국내외 사이트에 떠돌아다니고 있으며, 중국에서 우리 국민들의 주민번호가 한 개 당 1원 씩 거래되는 실정이다.GS칼텍스, 신세계 등 대기업에서조차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경제적, 기술적으로 이들보다 열악한 중소규모의 사이트들은 개인정보보호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정보보호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규모의 사이트에까지 인터넷실명제가 확대 적용되면서 개인정보유출 사고는 더욱 빈번히 발생되고 있다. 실제로 KISA에 따르면 정보보호관리체계를 구축해 인증을 획득한 국내 기업은 78개로 대상 기업 3천460개의 2.3%에 불과한 실정이다.

정부는 노출된 정보를 찾아서 삭제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교육, 홍보 등의 사업에 작년에만 67억 원의 예산을 사용했다. 그럼에도 노출 건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으며 해외사이트의 경우 100% 삭제도 불가능하다.

사이버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터넷실명제가 오히려 개인정보 유출의 근원이 되는 것. 이렇게 노출된 개인정보는 피싱 등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다. 인터넷실명제 도입 목적인 '범죄 방지'는커녕 '범죄에 이용'되는 모순까지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최문순 의원 측은 밝혔다.

최문순 의원은 인터넷실명제가 '범죄 방지'라는 목적은 잃고, '표현의 자유 침해'라는 치명적 부작용을 비롯해 '국내사업자에 대한 역차별' '실효성 논란' 등 사회적 비용만 남았다면서 인터넷실명제는 존재가치를 잃었으며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현재 사이버 공간에서의 게시판 이용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44조 5에 근거해 '인터넷 제한적 본인확인제(인터넷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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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만명 이상인 사이트를 이용하는 이용자는 실명, 주민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2010년 4월 현재 인터넷실명제 대상이 되는 사이트는 167개이다.

인터넷실명제 대상이 되는 사이트 외의 상당수 사이트들도 관례적으로 또는 장기적으로 본인확인제 대상이 될 가능성을 보고 사업자들이 주민번호를 요구하기도 한다. 실제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웹사이트는 19만개에 달한다. 이는 국내 총 30만개의 사이트(방통위 추산치)의 63%에 해당한다. 즉 국내사이트 3개 중 2개는 사실상 인터넷실명제를 시행하고 있는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