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월드컵 축구는 16강인데....

일반입력 :2010/08/04 09:24

정태명

남아공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16강에 진출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 개최했던 해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16강에 진출했다고 야단이다.

그런데 어느새 축구 경기장은 한산하다.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소란스러움에 비해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의 바람이 뜨겁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를 중심으로 한 앱스토어 열풍이 불면서 하드웨어에 일관해 온 한국 IT 업계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세계 시장의 2%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국내 소프트웨어 현실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축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전격적인 패러다임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면 소프트웨어 강국은 요원하다.

우선 축구 16강에 오르기 위해 박지성이나 이청용과 같은 실력을 갖춘 우수한 선수가 필요했던 것처럼 IT 최강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수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필요하다. 특히 골잡이라고 불리우는 영웅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영웅“ 만들기도 필요하고,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전문가가 게임을 리드해야 한다.

실력없이 시합에서 이기는 행운을 바라기보다는 창의적인 개발 능력을 키우는 길이 소프트웨어 강국을 건설하는 지름길이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의 기본이 되는 학문적 기반이 취약하다. 너무 실적만 앞세우는 경영전략이 기둥을 갉아먹은 탓이다. 이제라도 소프트웨어의 기반이 되는 알고리즘, 운영체제, 시스템, 수학 이론 등을 중시해야 한다.

축구에는 전략이 있다. 세트플레이도 해야 하며, 정해진 전략에 따라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한다. 세칭 “똥볼” 만 차서 골에 우겨 넣으려는 팀은 승리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의 중심에는 감독이 있다.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에 필승 전략이 있는가? 국가적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어떤 방법으로 성장시키고, 벤처들은 어떠한 환경에서 육성하며, 328조원을 넘나드는 세계 시장은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는가 말이다.

핸디소프트, 한글과컴퓨터, 티맥스소프트 등 한국의 대표적 소프트웨어 기업이 인수합병에 시달리는 것이 과연 전략에 포함되어 있는 것인가 살펴보아야 한다. 누가 이러한 전략을 총괄하고 리드할 것인지도 불투명하다. 정부인가? 대기업인가? 정부라면 모든 부처마다 소프트웨어 정책의 일부를 걸머쥐고 우왕좌왕한다면 감독 없는 축구팀처럼 전략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축구에서 팀웍은 승리의 필수 요건이다. 정확한 패스와 서로 협력하지 않는 경기를 하면 아무리 우수한 실력으로도 상대방을 제압할 수 없다. 우리의 소프트웨어는 이렇게 팀웍에 의해 발전하고 있는가 반성해보자.

창의력적인 아이디어와 높은 지적 수준의 기술이 팀웍을 이루는 중심에 있는지도 검토해 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기 위해 서로 소통하지 않고, 부처와 부처간의 협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과연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일이 가능할까? 경영자와 기술자의 협력은 감독과 선수들과의 협력관계와도 같다. 서로에게 골 넣을 기회를 양보하는 긍정적 협력이 아쉽다.

소프트웨어는 우리나라의 미래 경제를 담보할 수 있는 산업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청년 실업률을 낮추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산업임은 이미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IT강국의 면모를 계속 유지해 나가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미래의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산업의 육성에 동참하는 국민적 의지는 부족하다. 일시적 유행이 아닌 끊임없는 관심이 요구된다.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대한민국의 축구가 이제 4강의 꿈을 안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축구장에 모이고, 선수를 격려하는 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세계 최강의 소프트웨어 강국이 되기 위해 소프트웨어에 제 값을 지불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를 제대로 대우하면 소프트웨어의 강국은 결코 꿈만은 아니다. 청소년들이 미래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되기를 꿈꾸는 토양에서 소프트웨어 강국은 실현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