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한국 시장에도 소셜 커머스가 몰려온다

일반입력 :2010/08/03 08:20    수정: 2010/08/03 08:47

류한석

사실 제목은 약하게 쓴 것이다.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마구마구 몰려온다”가 맞다.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그렇다.

소셜 커머스의 대표 주자는 단연코 그룹폰(Groupon)이다. 2008년 11월에 시카고에서 첫 서비스를 개시한 그룹폰은 현 시점에서 미국/캐나다 지역의 90개가 넘는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며, 지난 5월 시티딜(CityDeal) 인수를 통해 유럽에도 진출하여 현재 북미, 남미, 유럽 지역의 20여개가 넘는 국가에서 170여개 이상의 도시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그룹폰은 아직 국내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이지만, 최근 국내에서는 그룹폰 유사 서비스들이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먼저, 오리지널인 그룹폰 사업 모델의 핵심을 살펴보자.

그룹폰의 폭발적인 성장세는 과거 닷컴 시절 이후에 등장한 그 어떤 서비스들과 비교해 보아도 가히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룹폰은 창업 1년 6개월만에 8백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했으며, 기업 가치 13억 5천만 달러의 평가를 받았다.

또한 올해 연매출이 3억 5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억 7천 3백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서비스의 특성상 매일매일 현찰이 들어오고 있는데, 투자를 받아 실탄까지 든든하게 확보한 상태인 것이다.

그룹폰의 서비스는 외형적으로 보기에는 꽤 단순한 편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독특한 장치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다. 그룹폰은 도시별로 하루에 단 하나의 서비스를 50% 이상의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판매한다(그룹폰은 이것을 Today’s Deal이라고 표현한다). 주로 음식점이나 술집, 숙박, 공연, 여행, 스파, 마사지 등의 서비스업을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용자는 무조건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사전에 설정된 일정규모의 인원(대개 100, 200명 등의 단위로 설정된다)에 도달해야만 구매를 할 수 있다. 만일 24시간 내에 설정된 인원에 도달하지 못하면 결제는 자동으로 취소된다. 그래서 이용자가 자신이 혜택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해당 딜을 알리게 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렇듯 서비스 자체는 단순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여러 필살기가 결합되어 있다. 공동구매(상거래) + 광고 + 소셜 미디어 + LBS(위치정보)적인 요소가 모두 담겨 있는 것이다. 그룹폰 서비스의 특징을 세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그룹폰의 딜은 철저하게 지역성을 띠며 주로 서비스를 판다.

그룹폰은 도시별로 단 하루 동안 음식점, 숙박, 공연 등 단 하나의 서비스를 파격적인 가격에 판매한다. 바로 이 점이 공산품을 주대상으로 하는 원어데이(oneaday)류의 기존 ‘하루에 한가지’ 쇼핑 사이트와 크게 다른 점 중 하나이다.

공산품은 파격적인 할인 가격으로 판매를 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기껏해야 가격비교 서비스의 최저가보다 조금 싼 가격에 팔 수 있을 뿐이다. 반면에 그룹폰은 공산품이 아니라 지역의 서비스를 파는데, 그런 서비스들은 원가가 낮기에 파격적인 할인이 가능하다.

둘째, 그룹폰은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광고이다.

그룹폰을 통해 딜을 제공한 업체는 강력한 광고 효과를 볼 수 있다. 대폭적인 할인과 그룹폰 수수료로 인해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이 없지만(손해를 볼 수도 있다), 한 지역에서 하루에 단지 하나의 딜만 소개되므로 딜을 제공한 업체는 엄청난 주목을 받게 된다.

즉, ‘할인 금액+그룹폰 수수료’는 광고비인 것이다. 지금까지 인쇄물, 검색광고 등과 같은 광고 방법을 이용하던 레스토랑과 같은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그리고 엄청난 광고수단이 생긴 것이다.

대량 생산을 하는 공산품의 경우 판매 지역이 국한되지 않기에 광고를 할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지역에 기반을 둔 서비스업은 광고 수단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룹폰은 바로 그 틈새를 파고들어 업체로 하여금 파격적인 할인을 제공토록 유도한다. 그 결과로 업체는 커다란 광고 효과를 얻고, 이용자들은 큰 폭의 할인을 받아 서비스를 구매하게 되고, 결국 그룹폰은 상당한 수익을 챙기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업체, 이용자, 그룹폰 모두가 행복한 모델이다.

그룹폰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가장 돈이 되는 사업 모델인 상거래와 광고가 결합되어 있다(인간은 소비를 해야 생존할 수 있는 소비 동물이 아닌가?). 생각해보라. 상거래도 돈이 되고 광고도 돈이 되는데, 그룹폰은 그 두 가지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것이다.

그룹폰의 수익은 엄청나다. 그룹폰은 결제 금액의 50%를 수수료로 가져간다(놀랍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그룹폰은 원가가 낮은, 즉 원가가 원래 소비자 판매가의 25% 이내인 서비스업에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딜을 제공하는 업체들은 그렇게 엄청난 비용을 수수료로 지불하면서도 서로 그룹폰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일까?

실제로 그룹폰에 딜을 제공한 업체들이 응답한 바에 따르면, 그룹폰이 인쇄물에 비해서는 86%, 방송에 비해서는 94%, 온라인 광고에 비해서는 90%가 더 효과적이었다고 답했다. 지역 서비스 업체들의 입장에서 볼 때 구글의 검색 광고보다 훨씬 효과적인 광고수단이 등장한 것이다. 사실상 그룹폰의 본질은 상거래를 가장한 광고 사업이다.

셋째, 그룹폰은 소셜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다.

그룹폰 사업 모델에 있어서 일정규모의 인원에 도달해야만 구매를 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주 중요하다. 이것 또한 기존 ‘하루에 한가지’ 쇼핑 사이트와의 커다란 차이점이다. 바로 이 간단한 장치를 통해, 그룹폰 입장에서는 딜을 제공할 업체들에게 영업하기가 몹시 수월해지고, 업체 입장에서는 참여를 결정하기가 용이해지는 것이다.

딜을 제공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사전에 정한 구매 인원을 넘어섰을 경우에만 할인금액과 수수료를 부담하면 된다. 일정규모의 인원에 도달하지 않으면 아예 딜 자체가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일정규모의 인원을 넘어섰다는 것은 그만큼 광고 효과가 있었다는 걸 뜻하니 흔쾌히 할인금액과 수수료를 부담하게 된다. 그룹폰의 경우 딜을 제공한 업체들 중 96%가 만족감을 표시했으며 97%가 그룹폰을 다시 이용하겠다는 응답을 했다.

그룹폰에 있어서 소셜 미디어와의 연계는 아주 중요한 요소이며, 이용자들은 자신의 딜이 성립하기 위해 또한 좋은 딜을 공유하기 위해 간단한 방법으로 메일, 트위터, 페이스북을 통해 딜을 알릴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이 소개한 사람이 첫 번째 구매를 할 경우 그룹폰으로부터 인당 10달러를 받게 된다(무제한으로 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이 그룹폰은 소셜 미디어와 단순하게 연계되어 있는 정도가 아니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용자들이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다. 바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그룹폰은 딜을 제공하는 업체에게 소셜 미디어 활용 효과를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그룹폰 유사 서비스 현황은?

필자는 수개월 전부터 그룹폰 사업 모델에 관심을 갖고서 계속 연구를 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이기심을 맘껏 충족시키는 이런 류의 서비스는 성공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룹폰은 필자가 국내외 인터넷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지난 5년 동안 만난 서비스들 중에서 가장 위력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보는 눈이 비슷하기에, 한국에서도 얼마 전부터 그룹폰 유사 서비스들이 경쟁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그룹폰이 등장한 이후 무려 400여개 이상의 유사 서비스들이 쏟아진 바 있는데, 국내에서도 만만치 않은 붐이 일고 있다. 정말, 닷컬 시절 이후에 해외의 특정 서비스를 카피한 유사 서비스들이 이렇게 많이 쏟아진 적은 처음인 거 같다.

필자가 파악한 국내 서비스들만 꼽아도 티켓몬스터(ticketmonster.co.kr), 딜즈온(dealson.co.kr), 위폰(wipon.co.kr), 쿠폰(coopon.co.kr), 쇼킹온(showkingon.com), 키위(qiwi.co.kr), 데일리픽(dailypick.co.kr), 할인의추억(couponmemory.com), 슈가딜(sugardeal.co.kr), 파티윈(partywin.co.kr), 반토막티켓(bantomak.co.kr), 원데이플레이스(onedayplace.com), 체리데이(cherryday.co.kr), 쿠팡(coupang.com), 하프바코드(halfbarcode.co.kr) 등이 현재 서비스를 하고 있거나 곧 개시할 예정이다.

이런 그룹폰류의 서비스는 한국에서도 분명히 성공할 사업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이용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라).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모든 업체가 다 성공할 수는 없다. 문제는 “승자의 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이다.

필자가 현재까지의 성적표와 딜의 품질, 바잉 파워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보았을 때 가장 주목할 만한 서비스는 티켓몬스터이다. 티켓몬스터는 동종 서비스들 중에서 가장 먼저 일매출액 1억원을 돌파했으며(물론 매일매일의 딜에 따라 매출액에 변동이 있다), 이 상태로 성장할 경우 서비스 개시 1년후에는 연매출액이 5백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티켓몬스터가 5월 10일에 서비스를 개시했다는 사실을 볼 때, 서비스한 지 3개월도 안 된 서비스가 일매출액 1억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무척 놀라운 점이다. 매출액 증가에 따라 티켓몬스터의 직원 수도 30명 이상으로 급증한 상황이다(며칠 전 필자가 티켓몬스터 사무실에 방문하여 직접 확인한 부분이다). 물론 이 분야는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더욱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1년 정도면 승자가 거의 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1위 자리를 차지할 서비스의 조건은 무엇일까? 워낙 심플한 모델이기에 겉모습은 다들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보이는 측면보다 보이지 않는 측면을 봐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력과 딜의 품질 및 딜에 대한 AS이다. 파격적인 할인에 구매하는 만큼 이용자 입장에서는 제대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의심을 가질 수 밖에 없고, 이용자가 홀대를 받았다고 생각할 경우 업체와의 잡음이 일어나기 쉽다. 분명히 이용자 및 업체와의 잡음으로 인해 문을 닫는 서비스도 생길 것이다.

딜을 구매한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도록 딜의 품질을 개런티하고, 문제 발생시 업체/이용자 불만이 없도록 신속하게 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이 사업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브랜드 경쟁이 될 것이다.

또한 소셜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국내 서비스들 중에서 소셜 미디어를 제대로 활용하는 서비스는 없어 보인다. 그러한 이유에는 해외와는 달리 국내에서 트위터, 페이스북이 아직 완전히 대중화된 서비스가 아니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크게 성장하고 있으므로 앞으로는 이 두 서비스를 잘 활용하는 게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기존의 한국적인 커뮤니티(독특한 게시판 문화), 블로그, 포털, 싸이월드 등을 활용하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낸다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그룹폰의 경우 이용자 성별 통계를 보면 여성 이용자가 77%, 남성 이용자는 23%에 불과하다. 한국의 경우에도 비슷한 경향을 보일 것으로 추측된다. 구매 연령층의 경우 18~34세의 이용자가 68%를 차지하고 있다. 결국, 국내의 경우에도 젊은 싱글 여성이 주고객층이 될 것이며 그들을 사로잡은 서비스가 승리하게 것이다.

마지막 요인으로, 모바일에서의 경쟁에서 앞서가는 것도 중요하다. 그룹폰의 딜은 기본적으로 충동 구매를 전제로 한다. 알지 못했으면 구매하지 않았을 딜을 파격적인 할인에 혹하여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바일을 통해 딜을 확인하는 즉시 구매를 할 수 있다면 더욱 효과적일 수 밖에 없다. 모바일의 즉시성(리얼타임)을 잘 활용하는 서비스가 유리할 것이다.

정말 오랜만에 우리는 대단한 사업 모델을 만났다. 이것이야말로 돈이 오고 가는 진짜 비즈니스다. 1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해도 여전히 돈이 안 되는 그런 서비스가 아닌 것이다. 이용자 하나하나가 다 돈을 벌어준다. 앞으로 2년 정도 후에는 연매출액 1천억원이 넘은 업체가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매출액과 순수익 규모를 바탕으로 단기간 내에 코스닥에 상장을 하거나 또는 그룹폰 본사가 상당한 금액으로 인수를 할 수도 있다. 그 성공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이러한 서비스의 파워가 실감이 안 나는 독자는 지금 당장 위에 소개한 사이트들에 방문하여 딜을 살펴보라. 그 파격적인 가격으로 인해 구매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바로 그러한 중독성에 이 사업의 비밀이 있다. 성공하는 서비스에 필요한 것이 바로 중독성이다. 이것은 소셜 커머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벤처를 하고 있거나 하려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이용자들이 찾아올 수 밖에 없고 돈을 쓸 수 밖에 없는 그런 서비스를 하라는 것이다.

(필자 블로그 http://peopleware.kr, 트위터 주소: http://twitter.com/bobbyr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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