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5 갖고 왜들 싸우는거야?

일반입력 :2010/07/26 15:28    수정: 2010/07/27 10:42

차세대 웹표준 HTML5를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HTML5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IT기업들 사이에서도 전략적 요충지로 떠올랐다.

최근 HTML5기반 개방형 웹 플랫폼 개발에 초점을 둔 정부 투자 소식이 들려오고, 국내 인터넷 업체와 일부 공공기관들이 모바일을 중심으로 HTML5기반 서비스를 준비하는 등 우리나라에도 HTML5는 관전 포인트로 급부상했다.

■브라우저는 요리사, 웹 표준은 요리법

HTML5는 주요 브라우저 업체와 웹표준 제정 단체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움(W3C)'이 만드는 표준 웹 기술 규격이다.

브라우저가 요리사라면 웹표준은 요리법에 해당된다. 요리사들이 음식을 만들 때 요리법을 충실히 따르는 것처럼, 웹브라우저는 문서를 표시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을 따른다. 웹문서는 '음식'에 해당되며 사용자는 '요리를 먹는 사람'이다.

표준화된 요리법을 정해 두면 여러 사람이 요리하더라도 먹는 사람에게 같은 맛을 보일 수 있듯, 웹표준을 통해 웹 사용자들이 어떤 브라우저에서든 같은 웹 환경을 쓸 수 있다.표준을 따르는 브라우저들끼리는 한 번 개발된 웹을 서로 동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반면 표준을 따르지 않는 경우 똑같은 웹을 보여주려면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멀리 갈것도 없다. 웹표준을 지원하지 않아 인터넷 익스플로러(IE)에서 잘돌아가는데, 파이어폭스나 오페라같은 다른 브라우저에선 깨지는 우리나라 다수 웹사이트들의 문제는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없다.

■플러그인, HTML5와 공존할까

HTML5는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만들고 기존 HTML 가치를 살리면서 브라우저 업체간 명확하지 않았던 표준 해석방식을 손질해 웹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손쉽게 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별도 플러그인을 설치하지 않고도 웹애플리케이션 환경에서 우수한 사용자 경험(UX)을 제공하겠다는 사상도 담겼다.

이에 따라 HTML5는 어도비 플래시, MS 실버라이트 등 플러그인 기술들과 대립 관계로 비춰지고 있다. 업체간 이해관계도 묘하게 엇갈린다.

애플은 HTML5가 리치 인터넷 환경을 위한 유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며 구글은 HTML5와 플래시를 비롯한 플러그인 기술 양쪽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구글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를 HTML5기반으로 시범 서비스중이지만 기존 플래시 기반 서비스도 계속한다. 구글은 지난달말 유튜브 공식블로그를 통해 “유튜브서비스에는 디지털 콘텐츠 권리 관리(DRM), 동영상 전체화면 보기, 고성능 스트리밍, 마이크와 화상카메라 연동 등 기능이 필요하다”며 “HTML5가 이를 모두 지원하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HTML5와 플러그인 기술을 함께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애플은 HTML5가 MS 실버라이트와 어도비 플래시같은 플러그인 기술을 대체할 것이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아이패드용 사파리 브라우저에 최적화된 HTML5기반 웹사이트에 ‘아이패드 레디’라는 인증을 내주고 있으며 지난달초 최신 HTML5기술을 예제로 구성한 사이트 ‘HTML5 쇼케이스’를 만들고 구현방식에 대한 설명과 소스코드를 공개해 업계 관심을 이끌었다.

애플과 구글로 대표되는 두 입장차는 웹 업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현재로선 애플의 논리가 당장이 현실화되기는 힘들 것이란게 중론이다.

■웹기반 동영상 코덱

애플과 구글은 HTML5에서 추가된 웹기반 동영상 기술에 대한 입장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HTML5 표준에서는 플래시나 실버라이트 등 플러그인 없이 브라우저가 ‘코덱’이라는 동영상 관련 SW만 갖추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유튜브나 비메오 등 동영상 서비스나 TED 등 학술 전문 사이트가 이를 지원한다.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는 ‘H.264’ 코덱만 지원하고 구글 크롬 브라우저는 H.264과 VP8이라는 오픈소스 코덱을 함께 지원한다. VP8은 구글이 코덱업체를 인수해 직접 오픈소스로 내놓은 기술이다.

구글이 VP8을 공개한 이유는 W3C에서 확정하지 않은 표준 동영상 코덱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일반적이다. H.264는 유료기술이라는 것이 흠이었고, VP8 이전에 있던 오픈소스 코덱 ‘오그테오라’는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모질라와 오페라는 오그테오라 코덱만 지원해왔다가 구글이 유료기술이었던 VP8을 공개하자 이를 환영하고 곧바로 지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S도 IE9를 처음 선보일 당시 H.264만 가능하다고 밝혔다가 VP8 공개후 지원하기로 선회했다. 업계는 구글이 라이선스 관련 문제를 충분히 해결했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애플은 VP8 코덱 성능과 라이선스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며 지원 코덱을 늘릴 생각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내서도 HTML5 열기 꿈틀

국내의 경우 삼성전자, SK텔레콤 등 국내 대기업이 W3C 회원사로 등재돼 있지만 구체적인 활동 소식을 알리거나 홍보하는 사례는 접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들어 분위기는 달라지는 듯 하다. 참여가 조금씩 늘고 있다.

현재 국내 HTML5 관련 활동은 대체로 현업 개발자와 비영리 단체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내 웹표준화 커뮤니티 ‘한국 웹 표준 프로젝트’는 이달초 HTML5를 주제로 한 ‘HTML5 오픈 콘퍼런스’를 진행했다. 지난 21일 국내에서는 W3C 회원사 워크숍도 열렸다.

W3C에서 HTML5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한국전자통신원(ETRI) 이원석 박사는 “우리나라에서 HTML5 표준을 위한 일종의 워킹그룹(Korean Interest Group)을 구성중”이라며 “국내 웹 개발자, 관련업체들이 원하는 HTML5 기능을 제안할 수 있는 창구 역할을 맡고 국내 HTML5표준 관련 논의도 맡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심도 크게 늘었다. 검색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도 HTML5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중소규모 업체 입장에서는 HTML5 끌어안기는 만만치 않은 일이다. 확정되지 않은 HTML5 표준안이 변경될 때마다 서비스를 수정해야하다보니 점유율 95%를 넘어가는 인터넷 익스플로러(IE)6,7,8 사용자들을 위주로 개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모바일 웹, HTML5 확산의 키워드

MS IE가 대중화되지 않은 모바일 웹 환경이 오히려 국내 HTML5 확산의 실마리가 될 전망이다. 국내 모바일 웹 사용자 기반은 애플 아이폰과 구글 안드로이드 등 스마트폰 플랫폼을 통해 최근 급증해왔다. 네이버, 다음 등 검색포털뿐 아니라 공공기관이나 벤처업체들도 모바일에 최적화된 웹표준 사이트를 구축하는 추세다.

안드로이드2.2 버전이나 아이폰 운영체제 iOS 4.0 버전에서 쓸 수 있는 웹브라우저들은 PC용 브라우저와 비슷한 HTML5 기능을 지원한다.

실제로 HTML5표준에는 터치스크린 입력방식이나 GPS를 활용한 위치정보 연동기술 등 모바일, 특히 스마트폰 환경에 대응한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가 추가되고 있다. 업계는 이를 기반으로 모바일 중심 HTML5서비스와 애플리케이션이 계속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다.

기다릴 것인가, 지금 도입할 것인가?

HTML5은 아직 표준 제정 작업이 진행중이다. 확정되려면 적지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W3C는 2012년 표준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일정대로 안굴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언 힉슨 HTML5 편집자는 표준화 작업에서 업체간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합의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를 꼬집어 농담조로 “이대로 가다간 2022년이나 돼야 확정안이 나오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W3C 표준 진행 일정은 초안(WD)에서 '최종 작업 초안(Last Call WD)', '권고 후보(CR)', '권고 안(PR)', '권고(REC)' 단계를 밟아나간다. REC 단계로 가려면 회원사들이 내용에 모두 합의를 한 상태여야 한다. 그 이전 PR단계에서는 작성된 표준에 오류가 없으며 2개 이상의 브라우저에서 구현과 테스트를 마치는 것이 최소 조건이다.

이원석 박사는 “REC단계가 되기 전에 산업계는 이미 HTML5 기능을 대부분 사용할 것”이라며 “표준 확정은 단지 산업계가 더 이상 변경될 내용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안정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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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따르면 브라우저 업체들이 HTML5를 놓고 경쟁중이고 HTML5를 지원하는 애플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지원하는 모바일 기기도 확산되고 있는 만큼, 개발자와 서비스 업체 입장에선 HTML5를 무시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발이 완료된 뒤에야 이를 도입하고 활용하는 SW와 달리, 웹 표준은 산업계에서 먼저 활발히 도입돼 사용한 다음에야 합의를 거쳐 표준화가 이뤄진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