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수리비 83만원?…소비자 분통

일반입력 :2010/07/20 14:36    수정: 2010/07/21 13:05

김태정 기자

# 지난 3월 아이폰을 구입한 김모씨. 한 달 만에 터치 인식이 안 돼 리퍼폰으로 교환받았다. 그러나 그 제품도 버그가 발생, 총 5번이나 교환받았지만 다시 고장을 일으켜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환급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작년 말 아이폰을 구입한 이모씨는 자신의 실수로 인한 제품 고장으로 수리를 요청했다가 후회했다. 수리비가 무려 83만1천600원이 나온 것. 액정만 깨졌다고 생각했는데 A/S센터가 내부 부품까지 교체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소비자원 조정신청…법적효력 없어

횡포에 가까운 애플 아이폰 사후서비스(A/S)에 대해 소비자 불만이 폭증했다. 높은 인기에 비해 A/S 수준이 낮아도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소비자원은 애플 아이폰 A/S가 소비자에게 돌리는 불이익이 크다고 판단,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에 KT를 상대로 조정 신청을 냈다고 20일 밝혔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아이폰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지난해 4분기 94건에서 올해 1분기 299건, 2분기 491건으로 급격히 늘었다. 이 중 절반 이상이 품질과 A/S에 대한 불만이다.

소비자원 분쟁조정국 백승실 서비스팀장은 “아이폰 A/S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쏟아져 분쟁 조정 신청이 불가피했다”며 “조정위가 KT에 배상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명령에 법적 효력이 없다는 것. KT와 애플이 ‘고유의 A/S’ 정책임을 강조하며 조정안을 거부 가능하다. 애플의 경우 이제까지의 전례로 볼 때 우리나라 조정위의 말을 들을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결국 소비자가 배상을 받으려면 KT와 애플을 상대로 민사재판까지 가야하며, 조정위 명령은 ‘아이폰 A/S 지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냈다는 데에 만족해야 할 상황이다.

■수십만원 들여 중고폰 받아?

애플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가 고시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을 적용하지 않는다. 오로지 자사 고유의 품질보증책임(WARRANTY)만 내세울 뿐이다.

예를 들어 제품에 하자가 발생하면 수리 대신 다른 제품으로 교체한다. 일명 ‘리퍼폰’이라 불리는 이 제품은 A/S 과정에서 회수한 다른 제품을 조립한 ‘중고’다. 소비자 부주의로 고장 혹은 파손된 경우 해당 부품만 수리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 휴대폰 손상 정도에 따라 최소 29만400원에서 최대 83만1천600원을 리퍼폰 가격으로 지불하는 것으로 소비자원은 파악했다.

애플은 이 같은 유상수리를 보증기간 1년 중에도 적용한다. ‘가벼운 손상, 수리가능 손상, 심각한 손상’의 3단계로 구분한 후 ‘가벼운 손상’에 해당되는 경우에만 무상 A/S(리퍼폰)를 제공한다.

제조상 하자가 보여도 외관의 손상정도가 애플 기준을 벗어나면 리퍼폰의 비용을 내야 하는 등 막무가내다.

이 같은 애플의 A/S 정책에 대해 세계적으로 수년째 찬반논란이 이어져왔고, 반대 입장이면서도 아이폰의 높은 상품성에 끌려 참아왔던 이용자들이 적잖다.

결국, 이번 분쟁 조정 신청은 그동안 참아왔던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의 분노가 수면위로 드러났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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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소비자들이 KT를 피해 용산의 사설 수리점에서 아이폰을 맡기는 현상까지 나타났다. 덕분에 용산의 애플제품 수리점들은 호황기를 맞았다는 소식이다. 단, KT가 이렇게 사설로 고친 제품은 A/S 대상에서 배제함을 유념해야 한다.

한편, KT 자회사 ‘모비션’이 대행한다. 애플은 한국내 아이폰 판매와 관련한 업무 대부분을 애플코리아가 아닌 KT 책임으로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