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참사 10개월…‘DMB 재난방송’ 제자리 걸음

일반입력 :2010/07/20 14:07    수정: 2010/07/20 14:29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을 발표했던 DMB 재난방송이 관련부처와 업계의 협력부족으로 실현되지 못하고 있다. 점차 모바일 환경으로 사회가 변하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IT강국이란 이름마저 무색할 정도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가 재난방송의 DMB 활용사업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국토해양부, 소방방재청, 기상청, 방송사 등이 동원됐지만 이번 휴가철에도 실제 활용은 어려워졌다.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주요정책과제로 선정될 당시의 기세는 찾기 힘들 정도다. 휴가철이 머지않은 시점에서 올해도 국민만 재난위협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추진협의체 구성도 안 돼 서로 눈치보기만

 

지난해 발표된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안에 따르면, 국가차원의 재난방송 SOC 구축을 위한 관련 협의체가 나왔어야 했다. 현재까지 협의체는 구성도 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구성 계획도 나오지 않았다.

 

우선 구성 주체 문제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소방방재청 중 누구를 주체로 할 것인지 정해놓지 않아 혼선을 빚으면서 구성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소방방재청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했다. 재난방송 담당부서와 민방공 담당부서가 업무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면서 실질적인 업무진행은 공중에 떠버린 상황이다.

 

국토해양부는 수도권 지역의 지하철, 터널 등에 DMB 중계기를 설치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예산과 비용문제에 부딪혀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용경 의원도 지난 6월 임시국회에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에게 DMB를 활용한 재난방송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요구했고, 최시중 위원장도 많은 관심을 가진 사업이라며 빠른 사업추진을 약속했다. 하지만 방통위가 타 정부부처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근거가 없어 행동에 제약이 많다.

 

때문에 주무부처들과 방송사 간의 협조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처간 이견을 조율하고 사업을 이끌 주체가 나오지 않는 한 난맥상 타개가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국무총리실에서 추진하는 업무라면 총리급에서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출은 하는데…나오는 곳이 없다

 

방송사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지난해부터 재난방송 사업을 추진한 결과 방송송출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친 상황이며 실제 방송도 이뤄진다.

 

하지만 정작 재난방송이 나와야 할 장소에서는 DMB전파가 닿지 않는다. 재난방송이 가장 필요한 곳은 산간, 계곡 등 자연재해에 취약한 지역, 터널, 지하대피시설 등이다. 하지만 중계기가 없어 이곳에서 DMB수신은 불가능하다.

 

방송사가 올해초 DMB 커버리지를 95%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관련성과는 없다. DMB 음영지역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는 한 재난방송은 무용지물이다.

 

DMB 단말기도 재난방송의 여러 기능을 지원하는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 내비게이션의 티팩을 통한 재난방송은 방송자막, 경고메시지 등을 지원하지만 유사시 팝업 형태로 경보가 나오는 방송은 지원하지 않는다. 휴대폰은 방송자막 외에는 어떤 기능도 이용할 수 없다.

 

이는 제조사들이 새로운 DMB기능을 지원하기를 꺼리면서 발생한 문제다. DMB의 새로운 기능을 지원하려면 DMB모듈을 새로 채택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비용이 상승한다는 것. 더구나 기능을 추가하더라도 실질적인 효용성이 얼마나 높은지 확신이 없어 판단을 주저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들이 상정됐다. 하지만 과잉규제 논란에 휩싸이며 통과를 확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선교 의원(한나라당)은 재난발생시와 민방위사태시 재난방송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과 재난 정보전달시 수신기에 대해 정보표시를 의무화 하는 내용의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지난 5월 강용석 의원(한나라당)은 재난방송의 원활한 수신을 위해 터널과 지하철에 DMB 중계설비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강 의원의 개정안은 DMB 중계설비 설치비용을 국가가 보조하고 DMB 시청이 불가능했던 터널이나 지하철역에서 DMB 수신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모바일 환경의 재난방송 위한 인프라 마련돼야

 

재난방송에 대한 DMB활용 논의는 지난해 9월 북한의 임진강 황강댐 방류사태 이후 기존 재난방송 전달체계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사전 경보체제가 미흡했고, 라디오나 이동통신을 이용한 상황전파가 한계를 보였다는 것이 당시 분석결과였다.

 

DMB는 이동통신보다 도달거리가 멀고, 주파수 활용도가 높아 여러 형태의 재난상황전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차량 내비게이션, 휴대폰 등을 통한 DMB는 현재까지 3천만대가 보급돼 성인 대부분이 활용한다. DMB이 보유한 보도채널이 8개에 달한다는 점도 장점. 무엇보다 정전상황에서도 DMB는 중단되지 않아 유사시 활용도가 높다.

 

하지만 이런 DMB의 장점들은 인프라부족에는 유명무실하다. 설비와 인식 등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환경에서 재난방송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관련 인프라의 구축이 시급하다”이라며 “수신설비, 수신기, 방송시스템은 물론 정부정책과 재난방송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여기서 최근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시행령에 재난방송 조항이 주목할 부분이다. 이 시행령은 방송형태별로 재난방송의 방식을 지정하고 있다. TV는 속보와 자막특보를 수행하고, 라디오는 속보를, DMB는 별도 방식으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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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DMB의 기술에 맞춘 다양한 활용을 법적으로 보장해준 첫 사례다. 그 관계자는 "방송통신발전기본법의 사례처럼 재난방송 관련법을 정비하고 적절한 활용을 위한 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면서 "무엇보다도 정부가 큰 밑그림을 갖고 강도높게 추진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