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투자사 결정권 인공지능에 넘겼다!

일반입력 :2010/07/14 17:35    수정: 2010/07/15 08:24

이재구 기자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뉴욕 월가에서 구글이나 넷플릭스가 사용하는 것같은 수학과 컴퓨터를 결합한 AI 예측모델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아직은 초창기이지만 수익률이 다우존스 평균을 넘어서고 있다. 수익손실을 볼 때도 다우존스 평균에 비해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기계가 사람보다 낫다”는 얘기다. 물론 그 기계는 사람이 만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현지시간) 월가의 헤지펀드 투자자들이 AI의 갈래인 ‘컴퓨터학습(computer learning)’능력을 가진 컴퓨터로 투자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시대가 됐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뉴욕을 비롯, 텍사스, 샌프란시스코,시카고 등 적어도 4개 도시의 5개 투자회사를 이러한 AI시스템 기반의 투자비즈니스 회사로 꼽았다.

특히 대표적 사례로 4명의 수학 및 컴퓨터 전문가들이 만든 ‘리벨리언(Rebellion)'이라는 이름의 헤지펀드사를 꼽고, 이 회사가 지난 3년간 수익률이 연평균 10%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사는 '스타(Star)'라는 AI의 갈래인 ‘컴퓨터학습 능력을 가진 시스템을 활용해 수익은 다우존스 평균을 크게 웃돌았고, 손실률은 그 반대를 기록했다. 또 이 기간 중 수익률역시 스탠더드앤푸어스(S&P)지수를 넘어섰다.

구글, 넷플릭스 등의 회사가 사용하는 프로그램

이들이 사용하는 AI방식인 이른 바 ’기계학습‘ 분석 방식은 단순히 입력한 자료만을 가지고 투자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는 않는다.

AI의 투자판단은 컴퓨터프로그램을 통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미래에 대해 예측하는 방식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IT기업인 구글이 웹검색을 통해 적절한 검색결과를 찾거나 넷플릭스같은 회사가 어떤 영화를 대여하고 싶어하는지를 예측할 때 사용하는 기술이기도 하다.

700만달러로 시작한 뉴욕 소재 헤지펀드회사인 리벨리언은 자체개발한 컴퓨터학습 프로그램을 투자에 끌어들여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연평균 10%의 세후 순익을 내면서 2007년 이래 스탠더드앤푸어스(S&P)의 500대주식 인덱스를 넘어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 물론 AI를 투자에 이용하는데 대해 모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뉴욕 이스트세터킷 소재의 르네상스테크놀로지 같은 복잡한 헤지펀드 회사도 AI를 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년간 이 회사는 예외였다. 일부 회사는 이것이 잘 작동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리벨리언 AI시스템을 설계한 스펜서 그린버그㉗는 “컴퓨터와 알고리듬은 더 빨라지고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학습 방식을 이용한 투자사례는 리벨리언 이외에도 많다.

샌프란시스코 소재의 자산 1천만달러규모인 헤지펀드인 세리블럼캐피털도 지난해 이방식의 시스템에 투자했다. 텍사스 오스틴 소재 RGM어드바이저나 시카고 소재 겟코같은 회사도 효율적인 주식 매입과 매각을 위해 이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변화를 학습하고 진행중인 전략도 조정해 반영

컴퓨터학습 방식의 옹호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짧은 시간동안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되풀이해 처리할 수 있고, 작업하는 것을 ‘학습’하며, 진행중인 전략을 조정할 수 있어 매우 효율적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전통적인 계량분석 방식에서는 하나의 전략, 또는 한번에 여러가지 복합전략을 채택하고 있지만 전략의 변경이나 프로그램이 최적으로 결정한 것에 기반한 수정을 할 수 없다.

리만 브라더스홀딩스 같은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AI를 사용했던 마이클 컨스 펜실베이니아 컴퓨터과학교수는 “어떤 사람도 이러한 작업을 할 수 없다. 사람이 이 작업을 하다간 머리가 터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리벨리언은 최근 장기 계량분석에 회의를 느끼는 유명한 가치투자자인 장모리 에빌라드로부터 수십만달러의 투자를 끌어들이기도 했다.

보도는 ‘스타(Star)'로 알려진 리벨리언의 ’기계학습‘방식 컴퓨터시스템은 시장펀더멘털 변화가 컴퓨터프로그램을 실수하게 만드는 변화를 가져온다면 작동을 멈출 수도 있다고 전했다.

그린버그는 ‘스타’시스템을 지능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거시경제와 급변하는 시장의 역동성에 기반해 전략을 조정하는 능력에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어느 하나의 투자접근방식에만 맞춰져 있지않다.

어떤 상황에서는 싸구려 주식을 살 수도 있고 다른 경우에는 급속하게 가격이 오르는 주식을 선호할 수도 있으며, 두가지를 동시에 선택하기도 한다.

리벨리언의 특징은 4개월에서 심지어 2년에 이르기까지 장기적으로 주식을 보유한다는 점이다. 이는 급박하게 이뤄지는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거래빈도가 높은 펀드와는 차별화된다. 또한 스타는 투자수익을 극대화려 하지만 동시에 위험을 높이는 공매도나 차입금을 이용하지 않는 특징을 가진다.

■어떤 프로그램이길래?

스타 프로그램의 경우 주가수익률(PER)이나 금리 등 주식의 퍼포먼스에 영향을 미치는 30개 요소를 모니터한다.

이 프로그램은 정규적으로 10년에 걸친 시장데이터와 최신 시장활동동향을 처리해 주식을 팔지 살지를 결정토록 한다.

일부 전략이 작동을 멈추면 이 프로그램은 자동적으로 이 정보를 배우고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한다.

예를 들면 주가수익률이 떨어지는 주식이 오르거나 몰리게 될 것 같은 분위기를 감지하게 될 수 있다. 그럴 때면 스타는 나중에 추진력을 잃게 될 것으로 보이는 주식으로 팔아치우고 훨씬 전망좋은 주식을 사들이게 된다.

스타는 매일 아침 사거나 팔아야 할 주식을 추천한다. 때때로 그대로 둘 것을 권하는 날도 있다.리벨리언 측은 결코 컴퓨터 프로그램을 누르려고 하지 않는 게 창립이래의 방침이라고 말한다. 이 회사는 항상 60~70개 종목을 쥐고 있다.

그린버그가 스타를 설계한 것은 지난 2005년 컬럼비아대에서 공학사 학위를 받을 즈음이었다. 그는 수학과 재무, 작곡가, 수학자들과 함께 이 AI프로그램을 설계하기에 이른다.

■실제로 “수익률은 높이고 손실률은 낮췄다”

스타는 지난 2007년 200만달러의 자본으로 종목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해 봄 전화,전기,통신 같은 사회간접자본주로 수세적으로 시작한 스타는 이 해에 다우존스 산업평균수익률인 6.4%를 2배 이상 넘어선 1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듬 해인 2008년에도 방어적인 전략을 취하면서 금,석유 및 전기,가스 등 유틸리티 주식을 매입했다. 이해 스타는 다른 투자자들처럼 26%의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이 손실률은 다우존스산업평균 손실률 34%를 감안할 때 훨씬 양호한 것이었다.

스타는 지난 해 초 금융위기로 인해 갈가리 찢긴 은행주과 증권주를 샀는데 이들은 경기회복과 함께 수혜주로 떠오를 주식이었다.

리벨리언의 플라이스 공동창업자는 “스타는 가치주식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며 “이 주식은 지난해 42%의 수익을 올렸는데 이는 다우존스의 수익률 19%를 배이상 넘어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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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금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는 AI기계 ‘스타’는 현재 투자 포트롤리오에서 방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중이다.

플라이스는 “(스타의)방어적 투자전략은 나를 걱정시켰지만 지금까지 이것은 똑똑한 판단으로 증명됐다”며 “나는 AI에 대해 의문을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