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x 가입자 892만명' 쟁탈전 점화?…7월말 결정

SKT-KT-LG, 010 번호통합 '동상이몽'

일반입력 :2010/07/08 15:13    수정: 2010/07/08 15:21

“번호통합에 대한 이용자의 반발이 큰 상태에서 조기에 강제통합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하성호 SK텔레콤 상무)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번호통합 정책의 일정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공성환 KT 상무)

“이용자 측면에서 892만명의 01x 가입자가 남아있지만 010으로 전환한 4천만 가입자도 고려해야 한다. 010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이다.”(김형곤 LG유플러스 상무)

이달 말 010 번호통합 정책 결정을 앞두고 이동통신3사 모두 저마다 소비자의 편익과 선택권을 내세우며 합리적 정책 결정을 주문했지만, 그들에게 ‘소비자’는 없었다.

이동통신3사의 관심은 010으로 전환하지 않은 011·016·017·018·019 등 01x 가입자의 쟁탈전, 그리고 01x 번호 가입자 유지를 위한 네트워크 비용 절감방안 뿐이라는 것이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용경 의원 주최로 열린 ‘010 번호정책 전문가 토론회’에 소비자 입장을 대변해 패널로 참석한 이들은 이 같은 이유로 010 번호통합의 부당성을 주장하며 이 정책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010 번호통합은 옛 정보통신부(현 방송통신위원회)가 2004년 12월 010 번호통합 비율이 80%에 이르는 시점에 정책방향을 결정키로 한 바 있으며, 지난 2월 010 가입자가 80%를 넘어서면서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01x 가입자 3G 스마트폰 가입 허용해야

소비자 단체들은 01x 가입자가 3G 서비스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010으로 번호를 반드시 변경토록 한 것은 부당한 이용자 선택권 제한이라며 반발했다.

아울러, 최근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스마트폰이 크게 확산되고 있지만 번호변경이 불가능한 01x 가입자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01x 번호를 포기하거나 2개의 휴대폰을 사용해야 하는 부당함이 있다며 이 같은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번호정책은 정부가 통신사업자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011, 016, 017, 018, 019 등으로 나눠 사용할 때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며 “하지만 사용하고 있는 번호를 바꾸라는 것은 혼란만 야기할 뿐이고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번호의 브랜드화를 막고 공정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번호이동정책을 도입했는데 번호이동정책은 기존 번호를 유지하면서 사업자를 바꾸도록 해준 것”이라며 “그런데 01x에서 3G로 넘어갈 때는 번호이동을 금지시키는 것은 잘못된 것이고 이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민기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대표는 “프리랜서 등 생계와 직결된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번호를 바꾸게 되면 큰 손실을 입는다”며 “방통위가 스마트폰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도 01x 가입자가 3G 스마트폰으로 가지 못하도록 막는 것은 인종차별 정책과 다르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KT-LG “서둘러 통합시점 공개” vs. SKT “조기 통합 반대”

반면, 사업자들은 이용자 후생보다는 892만명에 이르는 01x 가입자의 쟁탈전과 3G 010 전환 시 걷어낼 수 있는 2G 네트워크에 대한 유지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3G 가입자 전환이 가장 많이 이뤄진 KT와 후발사업자인 LG유플러스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형평성을 내세워 010 번호통합의 시점을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했고, 2G 가입자의 3G 전환이 가장 늦은 SK텔레콤은 010 조기 통합을 반대했다.

하성호 SK텔레콤 상무는 “이용자의 반발이 큰 상태에서 조기에 강제 통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3~4년 내에 통합할 만큼 시급성이 있는가라는 것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며 “이용자 불편과 사업자 부담을 감안해 점진적 추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성환 KT 상무는 “KT의 경우 010 번호통합율이 90%를 넘어섰고 번호통합을 결정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가입자들이 사업자를 선택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 해결과 정부정책의 신뢰성, 소비자 선택권 확대와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번호통합 일정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곤 LG유플러스 상무는 “LG유플러스는 1.8GHz의 2G 리비전A 가입자도 그동안 정부정책에 따라 010 번호를 부여했는데 이를 다시 회귀시키는 것은 형평성, 일관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며 “892만명의 01x 가입자가 남아있지만 4천만 가입자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 01x 번호표시 서비스, 시민단체-KT ‘찬성’ vs. 방통위-SKT ‘반대’

이 같은 찬반 논란이 계속되면서 KT는 과도기적으로 010 번호를 사용하면서도 01x 번호를 표시해주는 ‘01x 번호표시 서비스’를 정부에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공 상무는 “번호통합의 현실적 어려움을 감안해서 번호변경 서비스를 번호통합 이전까지 한시적으로 모든 사업자가 실시할 수 있도록 하자”며 “이렇게 되면 번호통합 논의도 발전적 방향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민기 대표 역시 “01x 번호 유지를 위해 휴대폰을 2개 이상 유지해야 하는 데 이 때문에 연간 20만원 이상을 통신비로 더 사용해야 한다”며 “이 같은 이유로 01x 번호표시 서비스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 상무는 “010 번호표시 서비스는 010 가입자에게 무한정 제공된다는 바람직하지 않은 인식을 줄 수 있고, 이는 번호통합 정책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영상통화나 인증, 소액결제 등 부가서비스 제약에 따른 불편이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이달 말 010 번호통합 정책이 결정되기 전까지 이에 대한 답을 유보하고 있으나 현재까지는 010 번호통합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시키는 서비스로 보고 있다.

박준선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자원정책과장은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010 번호통합에 대한 소비자 편익 여부가 다를 수 있다”며 “010 번호통합은 지난 8년 간 꾸준히 추진돼 왔고 모든 상황을 고려해 이달 말 정책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방통위의 010 번호통합 정책 결정에 따라 당장 소비자의 편익에도 상당한 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면서도, 01x 892만 가입자를 둘러싼 사업자 간 쟁탈전이 본격화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