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콘 연쇄 자살, 세계 IT제품가 인상 '불똥'?

일반입력 :2010/06/09 15:32    수정: 2010/06/09 16:00

이재구 기자

최근 잇단 직원자살 사태의 후속조치로 임금을 크게 올린 세계최대의 전자제품 주문형상표부착생산(OEM)업체인 대만 폭스콘사 고위임원이 8일 “임금인상분을 원청업체에게 분담시키겠다”고 밝혔다.

폭스콘 고위임원이 말하는 원청업체란 다름 아닌 애플, 델,HP,모토로라,노키아 등 글로벌IT기기업체들이다. 따라서 앞으로 애플의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델이나 HP의 노트북컴퓨터, 닌텐도 게임기 가격이 오르는 등 후폭풍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이 회사는 당장 3분기 중 세계적 원청업체와 가격인상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에따라 이르면 연내 어느때라도 전세계적인 전자제품 가격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직원들의 잇단 자살사태를 달래기 위한 폭스콘 측의 임금인상은 당장 전세계전자제품 가격인상 바람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8일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새무얼 친 홍콩폭스콘인터내셔널 회장은 폭스콘 고객들과의 가격협상은 다음 분기중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폭스콘은 가능한 한 늘어난 비용을 그들에게 분담시킬 예정이라고 밝혔다.

테리 구 혼하이정밀(폭스콘 모기업)회장은 이에 앞서 지난 1일 직원들의 임금을 30%까지 인상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폭스콘은 지난 6일 중국 전역의 자사 공장조립라인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지난해 10월 1일 대비 66%의 성과급 인상을 발표했다. 이는 이미 지난 주 밝힌 30%의 임금인상 약속에 이어 추가로 나온 발표다.

■3분기 가격협상서 임금인상분 원청업체에 분담

새무얼 친 홍콩폭스콘인터내셔널 회장의 발언은 8일 테리구 혼하이정밀 그룹 회장의 잇단 임금인상 결정에 이어 나온 것으로 원청업체들의 제품 가격인상 등의 후폭풍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것이다.

이날 테리구 혼하이정밀그룹 회장은 이날 타이베이에서 폭스콘 모기업 혼하이정밀 주주들과 가진 모임에서 “산하 폭스콘 공장직원들의 잇단 자살에 따른 후속조치로 직원의 임금을 크게 올린 가운데 공장타운 모델을 없애기로 했다”고 밝혔다.

테리구 회장은 “30만직원이 한 공장타운에 밀집해 있는 선전 롱후아 폭스콘공장직원들의 자살, 그리고 혼다공장의 파업사태로 인해 기존의 공장타운 모델을 버려야 함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구 회장의 이 발언은 폭스콘 공장 타운 내의 다양한 직원 복지 및 편의시설 운영을 포기하겠다는 의사표시로 받아들여진다.

■지금까지 제공하던 직원 편의 복지시설 포기

테리 구 폭스콘회장은 8일 올들어 12차례 이상 이어진 직원들의 건물 투신자살 사태과 관련, 근본적인 처방책으로 오랜 성장모델이었던 거대한 ‘공장타운’ 모델을 버리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회장은 “오늘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좀더 빨리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 고임금 환경이 오면 “속도는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빠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테리 구 회장은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차단된 생산캠퍼스를 가지고 있는 폭스콘같은 회사는 자유주의와 경제발전 초기 중국에 진출한 폭스콘 초창기부터 공장주변에 커뮤니티를 만들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우리는 이러한 사회적 기능을 정부에 되돌려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올초부터 자살을 위한 투신사태가 끊이지 않았던 선전 롱후아 소재 폭스콘 전자제품생산공장에는 약 70개의 건물이 하나의 공장타운을 구성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쇼핑센터,병원, 수영장, 기숙사 등이 모두 하나의 공장 울타리 안에 있다.

■공장타운 운영은 폭스콘에 큰 부담

폭스콘직원들의 잇단 자살은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내 공장의 노동조건에 대한 관심을 부각시키면서 이 회사에 하청을 주는 애플, 델,HP등 세계 굴지의 IT기기 업체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움직임은 홍콩 및 대만의 제조업체들이 수년간 투자해 온 중국투자 모델에 대한 커다란 변화로 여겨진다.

테리 구 회장은 “폭스콘은 여전히 직원들의 일과 거주환경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자사의 모든 기숙사를 정부에게 팔거나 필요한 직원들에게 임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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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대만에서 직원이 정서적인 문제로 자살을 시도했다면 고용주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중국공장에서는 직원들이 공장내 회사 기숙사에서 잠자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일을 떠맡고 있다“고 말했다.

테리구회장은 “이는 폭스콘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