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IT강국의 선거 모습은 아직도 옛날

일반입력 :2010/06/04 10:20

정태명

지난 6월2일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전국적으로 실시됐다. 올해의 전체투표율은 54.5%로 지난 18대 총선의 46%에 비해 상당히 높고, 15년만의 최고치라고 자랑까지 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겨우 유권자의 절반정도가 투표에 참여한 것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지대했던 것 치고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보여진다. 특히, 선거에 참여하면서 30여년전이나 변함없이 선거인 명부를 들쳐놓고 대조해 보는 모습을 보고는, 과연 우리나라가 IT 강국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를 지향하면서도 변하지 않는 이러한 서비스를 정부는 무어라 변명할 수 있을까?

물론 사이버투표를 실시하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대리 투표도 막아야 하고 해킹에 대한 우려도 완전히 불식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투표소를 지정해 그곳에 가야만 투표할 수 있는 방식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현재의 투표 방식에서도 모든 정보가 컴퓨터에 저장되고 활용하고 있으므로, 이제는 실제적인 투표의 방식을 진화시킬 수 있는 준비는 되어 있다. 단지 결심과 실행이 남아있을 뿐이다.

각자 집에서 투표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방식에서 종이 투표를 전자 투표로 전환하는 일은 가능하다. 전자투표 방식으로의 전화는 사실상 이미 개발된 기술과 구축된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면 너무 어렵지 않게 실시할 수 있다. 특히 터치스크린이 유행하고 있는 지금은 투표소에서 터치스크린을 통해 투표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투표 도우미가 유권자를 확인하고 해당 투표 대상의 화면을 띄워 주는 방식으로 가능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비밀 투표 보장을 위한 정부의 신뢰가 전제 되어야 한다.

이렇게 전자투표로 전환하면 개표 시간을 월등히 단축시킬 수 있다. 전자투표는 투표즉시 개표할 수 있으므로 오류를 수정하고 보정하는 시간만 지나면 즉시 결과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권자는 아무 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게 되어 투표율의 상승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유권자가 아무 투표소에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함으로서 투표일의 날씨에 대한 걱정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단지 선거 개표 결과를 보면서 흥분하던 낭만과 스릴은 포기해야 되겠지만,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선거를 위해서 버려야 할 것인지도 모른다.

투표하는 유권자들에게 출마자들의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제공해주는 서비스로 국민이 좀 더 정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필요하다. 이번 선거처럼 다수의 선택을 하는 경우에 출마자들의 변을 세심히 점검하고, 기억하고 투표하는 비율이 어느 정도나 될까?

앞으로는 선거기간동안 인터넷을 이용해서 출마자들의 정책을 점검하게 하고, 선거 당일에도 투표소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면 유권자들의 의사가 좀 더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게 될 것이다. 출마자들에게 약력과 출마의 변, 그리고 세부 공약을 주어진 시간 동안 설명하는 동영상을 제출하도록 하면 전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적어도 무작정 1번을 뽑는 경우는 사라질 것이다.

국민의 혹은 주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일은 정부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아주 중요하다. 점차적이라도 IT를 활용해 국민의 정치 참여를 촉진하고 국민의 의사를 반영시키는 것이 IT 강국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민주주의는 정보화에서부터 온다고 했다.”조금만 노력하면 그리이스의 아테네에서 광장에 모여 실천하던 직접민주주의의 모습을 사이버에서 재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