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트너냐 적이냐"…방송사업자가 본 '구글TV'

방송상품의 향신료로서 가치있지만, 제휴는 시기상조

일반입력 :2010/06/03 16:57    수정: 2010/06/03 17:16

케이블TV에게 구글TV는 적일까, 파트너일까? 이 질문에 그들은 ‘오월동주’라고 답한다.

지난달 24일 공개된 구글TV에 IT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웠다. 구글은 애플과 함께 세계 IT업계 트렌드를 주도하는 양대산맥. 구글이 만들 TV에 관심을 갖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 현지의 케이블TV업계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국내도 다르지 않다. 대부분 구글TV에 대한 입장 표명을 조심스러워 했다. 실체를 좀더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 성기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지금은 우선 구글TV의 정체를 면밀히 살펴야 할 시기”라며 “커넥티드TV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필요하지만 성급한 낙관론은 위험하다”라고 말했다.

성기현 총장은 “방송사업자들이 새로운 기술 트렌드를 너무 성급히 도입했다가 쓰라린 실패를 경험했음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국내 유료방송사업자들이 범해온 대표적인 실수다. 새로운 기술트렌드를 도입할 때 시청자 입장에서의 연구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케이블TV업계 고위 임원들의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구글TV에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어느 정도 실체가 밝혀질 때, 경쟁력있는 콘텐츠가 담겼을 때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구글TV는 향신료, 방송을 대체할 수는 없다”

국내 방송업계는 구글TV의 한국에서의 성공을 반신반의한다. 미국과 한국의 시장상황이 판이하기 때문에 사례검토 외에 지켜볼 점이 많다는 것이다.

국내는 지상파 방송과 실시간 방송의 비중이 매우 크다. 뉴미디어의 성패를 지상파가 좌우할 정도다. 소수 방송사 콘텐츠에 대한 이같은 의존현상을 고려할 때 구글TV가 단시간에 국내 방송시장을 흔들기는 어렵다는 것이 뉴미디어업계의 현재 시각이다.

때문에 구글TV는 케이블TV 가입자를 묶어두는 도구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어디까지나 방송이 중심이 되고 구글TV는 부가기능이란 의미다.

기능면에서 구글TV는 새롭지 않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검색은 이미 국내 디지털케이블TV, IPTV에서 모두 구현된다. TV화면에서 실행하는 애플리케이션도 위젯형태로 존재한다. 없는 것은 방송을 제외한 단독 사업모델로서의 성공 사례다.

성기현 총장은 “구글TV의 여러 기능들을 방송상품과 연계한다면 서비스 품질면에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라면서도 “구글TV의 기능은 방송사업 전체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책적으로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광고만 하더라도 방송광고로 볼지, 인터넷 광고로 볼 지 애매하다. 규제모델을 새로 짜야 할 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TV에 대한 상황예측을 위해서는 기술발전 속도를 정부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글TV의 기능보다는 에코시스템에 주목해야”

방송업계가 주목하는 부분은 기능보다 구글이 만들 에코시스템이다. 검색광고, 수익배분 등에서 잠재적인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구글은 맞춤형 검색광고를 내세워 성장한 회사다. 사용자 이용패턴에 기반한 맞춤형 광고를 TV상에서 구현하면 광고시장의 자금이 방송에서 인터넷 광고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

때문에 방송사업자로서는 구글TV를 무조건적으로 환영하기 힘들다. 특히 국내처럼 방송산업의 광고 의존도가 높은 경우 더욱 그렇다.

지난 4월 내한했던 리서치업체 오범의 얀 도슨 연구원은 “방송사업자가 인터넷 시대에 살아남으려면 구글의 전면적인 TV시장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고부분을 언급하면서 “구글과 협력을 하더라도 주도권을 쥘 수 있도록 독자적인 비디오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케이블TV가 성급히 구글과 협력했다가는 광고시장만 고스란히 넘겨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공에 대한 제휴모델도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또한 구글TV가 시청자의 이용패턴을 실시간 방송에서 VOD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을 때의 문제다. 미국 언론들은 구글TV의 콘텐츠 검색 서비스가 성공하면 ‘코드 컷팅’이 가속화될 것이라 지적한다.

미국은 훌루나 넷플릭스 등과 같은 VOD서비스의 인기가 높다. 구글은 이를 더 간편하게 해준다. 굳이 케이블TV에 가입해 실시간 방송을 고집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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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케이블TV업계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입자 이탈을 고심한다. 가입자가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면서도 수익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국내 케이블TV업계는 구글이 TV를 내놓은 저의를 궁금해 한다. 구글TV는 가전제품으로서의 TV플랫폼일 뿐 방송서비스는 아니다. 협력을 통해 얻을 것도 분명 있다. 하지만 자칫하면 수익을 빼앗을 수도 있는 구글TV에 방송사업자들은 지금도 어려운 선택을 놓고 고민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