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시가총액에서 MS 눌렀다

일반입력 :2010/05/27 08:37    수정: 2010/05/27 18:23

황치규 기자

애플이 마침내 'SW제국'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비싼 IT업체로 우뚝 섰다. 90년대말에만 해도 오늘내일 하던 회사가, 10여년만에 지지않은 해로 비춰진 MS를 시가총액에서 따라잡은 드라마를 연출했다.

26일(현지시간) 씨넷뉴스는 이날 장중 MS, 애플 모두 시가총액이 약 2천220억달러 안팎을 기록했으나 한때 애플이 약 30억달러 가량 MS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오후 4시 현재 MS 시가총액은 2천192억달러, 애플은 2천221억달러를 기록했다.

애플은 10년전 비해 시가총액이 열배 이상 뛰어올랐고 MS는 18% 감소했다.

애플 스토리는 말그대로 한편의 반전 드라마였다. 흥했고 망할뻔 했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긴장과 스릴은 지금도 느낄 수 있다.

애플은 IBM 등 20세기를 지배했던 다른 기술 업체들과는 뭔가 다른 코드를 지녔다. 디지털과 엔터테인먼트를 절묘하게 결합하면서 사람들의 생활 방식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음악과 방송 시장까지 넘나든다.

애플은 1976년 4월 1일 만우절에 창업했다.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은 21세의 나이에 '애플I'를 내놓고 개인용 컴퓨터 시장을 열었다.

이후 발매된 '애플II'는 8비트 컴퓨터 시장의 주역이 됐다. 당시만 해도 스티브 잡스와 애플이 꽤 오랫동안 탄탄대로를 달릴 것임을 의심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반전이 펼쳐졌다. '빅블루' IBM이 PC사업에 진출하며 애플을 향해 칼을 빼든 것이다. 애플은 자신만만했다. 81년 월스트리트저널에 PC 시장에 뛰어든 IBM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는 제목을 단 대담한 광고를 실을 정도였다.

그러나 승자는 IBM이었다. IBM에 밀린 애플은 이후 계속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IBM은 다양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를 활용할 수 있는 개방형 구조를 앞세워 폐쇄적인 애플을 압박했다. 컴팩, 휴렛팩커드는 물론 대만, 일본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업체들이 IBM 호환 PC 시장에 뛰어들며 애플을 고립시켰다. 무명에 가까운 MS도 IBM을 등에 업고 SW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IBM 호환 PC 생태계가 주도권을 확보하면서 애플은 변방으로 내쳐졌다. 처참한 역전패였다. 애플 신화를 연출했던 스티브 잡스도 1986년 스스로 만든 회사에서 축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애플 스토리는 그렇게 끝날 듯 보였다. 다른 장면이 펼쳐질 것이라고 기대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반전이 펼쳐졌다. 신호탄은 스티브 잡스의 복귀였다.

97년 애플 이사회가 위기 극복을 위해 스티브 잡스를 다시 불러들였을때만 해도 회사는 부도위기였다. 사실상 사망선고가 내려진 상태였다. 천하의 잡스라고 해도 손을 쓰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대세였다.이런 가운데, 애플은 98년 신개념 PC 아이맥을 내놓고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다. 애플은 '아이맥' 판매 호조와 강력한 구조조정을 앞세워 흑자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살아남기 위해 숙적 MS와 화해하는 의지도 보였다.97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맥월드 엑스포'에는 스티브 잡스가 MS 빌 게이츠 창업자와 함께 등장했고, 이 자리에서 MS는 애플 주식 1억5천만달러어치를 매입하고 맥용 오피스와 익스플로러를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21세기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시대였다. 애플은 PC를 넘어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2001년 MP3플레이어 아이팟을 내놨고 2003년에는 회의론이 팽배했던 가운데, 온라인 음악 서비스 아이튠스를 발표했다. 하드웨어와 SW 그리고 서비스로 이어지는 삼각편대를 앞세워 애플은 디지털 음악 시장에서 제국을 건설했다.

2007년에는 아이폰을 내놓고 스마트폰 시장까지 덮쳤다. 애플 아이폰은 휴대폰 시장에서 게임의 법칙을 하드웨어에서 SW와 콘텐츠 중심으로 바꾸는 전환점이었다. 아이폰이 대박을 터트리자 내로라하는 휴대폰 업체들이 애플의 방식을 따르기 시작했다.

애플이 하면 다르다는 인식도 굳어졌다. 2010년도 애플에게는 의미있는 시점이다. 아이패드를 앞세워 태블릿 시장에 진출한 것. 아이패드는 지금까지 100만대가 넘게 팔리면서 대박이 예고되고 있다. 6월초에는 또 한번의 애플표 빅 이벤트가 열린다. 애플이 신형 아이폰을 발표할 가능성이 유력시되고 있는 것이다. 애플표 TV의 등장설도 설득력있는 시나리오로 나돌고 있다.

시가총액의 거침없은 상승은 지금까지 애플이 거둔 성과와 앞으로 펼쳐질 미래에 대해 투자자들이 아직까지는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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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그럴까? 일각에선 애플이 PC시장에서 겪었던 역전패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또 한번 겪게 될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은 경우도 많다. 스마트폰 시장이 20년전 PC시장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번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보는 것은 오버로 비춰질 수 있다.

애플은 과연 어떤 길을 걷게될까? 거대 기업들의 거센 반격속에서 PC시장에서 겪었던 아픔을 또 한번 반복하게 될까 아니면 아이팟 신화를 아이폰, 아이패드까지 연결시켜 쉽게 흔들리지 않는 21세기 최고의 디지털 아이콘으로 우뚝서게 될까? 세계 IT업계가 다시 한번 애플의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