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테일즈 “日RPG 특유의 재미 물씬”

일반입력 :2010/05/13 12:51

정윤희 기자

액션 RPG가 주를 이루는 국내 모바일 RPG 시장에 정통 일본식 RPG가 나왔다. 주인공은 지난달 28일 윈디소프트(대표 백칠현)가 내놓은 모바일게임 ‘테일즈 오브 코몬즈(이하 TOC)’.

언뜻 보면 수수한 그래픽, 만만치 않은 용량이 이미 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청소년층 이용자의 입맛에 맞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먼저 출시된 KT 및 LGT 이용자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가는 가운데 모바일게임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아직 미출시 된 SKT 이용자들의 출시 요구도 날로 높아지는 상황이다. 윈디소프트의 입장에서는 기존 ‘테일즈’ 시리즈 마니아들뿐만 아니라 신규 이용자들에게도 호평을 얻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방대한 시리즈가 증명하는 게임성

이미 다수의 타이틀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이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꾸준히 이용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방증이다.

‘테일즈’ 시리즈는 그동안 패미콤, 닌텐도 게임큐브(NGC), DS, 플레이스테이션2(PS2),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들며 약 28개 정도의 타이틀을 선보였다. 워낙 많은 시리즈가 나오다보니 ‘사골국처럼 우려먹는다’는 의미의 ‘테일즈 오브 사골’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

이번에 출시된 ‘TOC’는 일본에서는 이미 지난 2005년에 나온 모바일게임으로 국내 이용자가 플레이하기까지는 5년의 세월이 걸린 셈이다.

‘TOC’는 동양적인 세계관을 바탕으로 가치관이 다른 서양의 나라들과 공존하는 ‘디오니스’를 배경으로 한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고향으로 가고 있던 ‘알빈’이 ‘세피나’와 인간의 탄생에 맞춰 나타나는 용 ‘질픽시’를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게임은 만남, 태동, 격진, 결별, 슬픈 노래 등 총 5장으로 구성됐으며 일본식 RPG답게 감동적인 시나리오를 자랑한다. 단순 노가다에서 벗어난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유기적으로 연결된 메인 퀘스트, ‘유피텔’과 ‘융파양’ 두 나라 사이의 갈등 속에서 통일을 위해 싸우는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끝을 알 수 없는 반전이 게임의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100시간에 달하는 방대한 플레이 타임은 가격 대비 효율을 따지는 알뜰한(?) 모바일게임 이용자들의 구미를 만족시킬 전망이다.

■특유의 전투 시스템 ‘눈길’

‘TOC’에 대한 편견 중 하나는 ‘턴제 전투일 것이다’라는 점. 실제로는 ‘리니어 모션 배틀 시스템(LMBS)’이라는 ‘테일즈’ 시리즈만의 전투 시스템을 탑재했다.

‘LMBS’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과는 상관없이 필드에서 몬스터와 마주쳤을 때 자동으로 일어난다. 전투는 횡스크롤 방식으로 진행되며 이용자는 ‘알빈’, ‘세피나’, ‘세이운’, ‘유우’ 4명의 주인공 중 2명을 골라 전투에 참여시키게 된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은 캐릭터도 얼마간의 경험치를 나눠받을 수 있어 캐릭터를 골고루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테일즈’ 시리즈를 접해보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투방식일 수 있으나 인공지능(AI)을 통한 오토모드, 세미모드 등이 준비돼 전투 자체가 크게 어렵지는 않다. 너무 잦은 전투로 지루하다면 양끝 방향키를 사용해 맵 끝으로 이동해 전투에서 도망치는 것도 가능하다.

이밖에도 게임 내 다양한 재미요소가 준비됐다. 캐릭터마다 상황에 따라 다른 일본 성우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화면에 ‘스킷(SKIT)’이라는 표시가 나올 때 휴대폰의 우물 정(井)자 키를 누르면 게임 진행에 도움이 되는 대화를 듣는 것도 가능하다. 아울러 레시피를 조합해 식료품으로 캐릭터가 직접 체력 회복에 도움이 되는 요리를 만들거나 게임을 진행해 가며 캐릭터들의 칭호를 획득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명작, 그러나…

다만 ‘TOC’의 고전적인 그래픽은 화려한 그래픽에 익숙해진 국내 이용자들의 입맛에는 다소 심심해 보인다. 그다지 눈에 띄는 전투 효과도, ‘영웅전설’의 느낌도 살짝 나는 전체 맵 그래픽 등이 ‘고품질 그래픽’, ‘현란한 액션’ 등의 문구에 익숙해진 이용자들 눈에 차기에는 약간 부족해 보인다.

5메가에 육박하는 용량도 아쉽다. 3메가 대에서 형성되는 다른 모바일 게임 용량에 비하면 꽤나 크다. 윈디소프트는 24메가에 이르던 일본 버전 ‘TOC’에 비해 무려 19메가나 압축했다고 설명했지만 데이터에 따라 요금이 바뀌는 국내 사정상 이용자들 입장에서는 아쉬운 건 아쉬운 거다.

가장 큰 문제는 버그가 많다는 점. 각종 모바일게임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게임 중 멈춤 현상 등 ‘TOC’ 내 버그를 신고하는 이용자들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아무리 명작이고 잘 만들었더라도 게임을 즐기는데 불편이 따른다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짜증나기 마련. 분명 출시 전 버그 테스트를 거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안타까움을 남긴다. 윈디소프트는 커뮤니티, 카페 게시판을 통해 신속히 버그를 수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TOC’는 분명 아쉬운 점이 있지만 플레이 해보지도 않고 포기하기에는 뭔가 아쉽다. 게다가 단순 노가다가 아닌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탄탄한 시나리오가 준비됐다는 점이 높이 평가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