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안드로이드TV 체험해 보니

일반입력 :2010/04/20 18:06    수정: 2010/04/20 19:29

류준영 기자

아이폰, 아이패드, 그 다음은 아이TV(iTV).

애플발(發) 디지털 패러다임의 전환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전세계 IT시장도 동시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애플의 독주체재를 견제할 수 있는 마땅한 경쟁자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국내 디스플레이 전문중소기업이 ‘애플을 따라잡겠다’라며 당차게 나섰다. 지피엔씨(대표 박용음)가 빼든 전술카드는 ‘TV 플랫폼 비즈니스’이다.

구글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를 인터넷TV와 결합시킨 LED TV(제품명: 레드로이(LEDROI))를 전면에 내세웠다. '레드로이'는 LED TV에 'LED'와 안드로이드(Android)에 '로이'를 더한 합성어다. 전 세계 시장 통틀어 안드로이드 OS를 탑재한 상용화TV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박용음 대표는 “3~4인치 스마트폰 액정에 적격인 안드로이드 OS를 대형 디스플레이에 적용하면서 말 못할 고충도 많았다”라며 “지금은 3D TV 중심의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추긴 보단 TV를 통한 플랫폼 비즈니스가 훨씬 더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아래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또 “소니와 인텔의 안드로이드TV 합작품이 곧 나올 것이란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라며 “삼성과 LG전자에 대한 소니의 설욕전은 3D TV가 아닌 콘텐츠 사업과 연계된 안드로이드TV일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말했다. 어디까지나 그가 떠올린 가상시나리오이나 분위기를 봐선 설득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구글폰과 같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TV에서도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는 안드로이드TV.

박사장은 “안드로이드폰에서 ‘영화를 본다’라는 개념이 TV를 만난 순간 ‘감동을 느낀다’라고 바뀐다”라며 자사 TV 성공을 확신했다.

지난주 지피엔씨의 안드로이드TV 보도가 일제히 나간 후에 인터넷쇼핑몰, TV홈쇼핑, 멀티플렉스극장체인 등 애플리케이션마켓 가능성을 저울질하던 업체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고 한다.

박대표는 “게임업체들의 제휴문의가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쇼핑몰이나 TV를 사용하지 않을 때를 감지해 화면을 보호하는 스크린세이버, 집중력 향상이나 숙면을 취할 수 있는 MC스퀘어 등 정말 다양한 업체들의 문의가 쏟아졌다”고 말했다.

안드로이드TV는 ‘애플리케이션 마켓’과 ‘제휴마켓’으로 양분된다. 이중 지피엔씨는 제휴마켓을 통한 수익모델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피엔씨는 “향후 은행과 증권, 영화관, 서점 등 주요 콘텐츠 사업자들과 손잡은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본격 판매일은 내달 중순이며, 온라인쇼핑몰을 통해 판매된다. 판매가는 150만원~200만원 사이에 책정될 계획이다. 현재는 쿼티키패드가 결합된 리모컨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안드로이드TV 직접 체험해 보니

이 제품의 강점은 인터넷 브라우저를 화면 가득히 띄울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만든 인터넷TV는 위젯을 통해 접속해 서비스가 다양하지 않고, 무엇보다 대형 스크린의 화면을 100%활용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박용음 대표는 말했다.

다시 말해 일반 인터넷TV에선 홈페이지를 화면에 띄울 경우 양측면에 여백이 남는다. 세로 길쭉한 홈페이지가 화면 정중앙에 위치한다. 하지만 레드로이는 전 화면에 인터넷 웹페이지가 자리해 화면상 빈 공간이 없다.

기존 인터넷TV가 정해진 인터넷 사이트에만 접속할 수 있었다면 ‘레드로이’는 어떤 웹사이트든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강점 또한 지녔다. 기자가 본 브라우저 화면은 실제로 PC모니터상에 웹 브라우저를 실행한 것과 동일했다. PC모니터와 달리 멀리서 본다는 TV특성상 인터넷 홈페이지에 작은 글자나 사진을 확대해 볼 수 있는 기능도 리모컨에 함께 탑재돼 있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 마켓'은 초라했다.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의 수가 많지 않았던 것. 지피엔씨는 “점차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브랜드파워가 약한 데다 수익모델에 대한 개발자 혜택도 명확치 않고, 게다가 TV애플리케이션 개발 경험을 가진 개발자도 드물어 애플리케이션 마켓 활성화는 요원해 보였다. 다만, 게임기능을 한층 더 강화하면 제품 알리기엔 적잖은 도움을 받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3D 입체화면과 여러 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는 다중 플레이 등 최근 게이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고사양 게임을 과연 받쳐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일 기자가 본 레드로이의 게임들은 단순한 게임 일색이었다. UCC사이트인 유튜브 재생화면은 뮤직비디오나 영화예고편 등을 TV프레임 전체로 크게 펼쳐 봐도 화면이 깨지지 않았다. 수려한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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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은 안드로이드 OS가 버전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업그레이드되며, 판매를 앞둔 제품은 안드로이드 OS 1.5 버전이다. 향후 2.0 버전 업데이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암(ARM) 프로세서를 포함 내부부품을 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해 새로운 서비스에 맞는 TV를 또다시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