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200만 시대…경쟁은 ‘활성화’ 콘텐츠는 ‘제자리’

3스크린 시대, 법제도 개선 여전히 숙제

일반입력 :2010/04/14 09:18    수정: 2010/04/14 09:20

지난해 10월 상용서비스를 개시한 지 9개월 만에 100만 가구를 돌파한 IPTV 가입자가 또 다시 6개월 만에 100만 가구를 확보하며 200만 돌파를 코앞에 두고 있다.

100만 가입자 돌파 당시에도 케이블TV 4년5개월, 위성방송이 1년9개월이 걸린 것과 비교해 ‘뉴미디어 중 최단 시간 100만 돌파’라는 수식어가 따랐지만, 또 다시 1년3개월여 만에 200만 가구를 돌파하면서 ‘유료방송시장 안착’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경 실시간 IPTV 가입자가 200만 가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지난해 1월을 상용화 시점으로 감안하면 일평균 4200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0만 가입자 돌파 이후에도 콘텐츠 부족으로 인해 IPTV가 유료방송 시장에 안착하지 못했다는 업계의 시각이 우세했지만, 이번에 200만 가입자를 넘어서면서 이 같은 우려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분위기다.

이는 지난해 YTN의 뉴스채널 참여와 IPSN, 스포츠원 등 IPTV 전용 채널이 생기는 등 나름의 성과가 있었고, 지난 2월 KT와 SK브로드밴드가 콘텐츠 확보를 위해 오픈IPTV를 도입하는 등 IPTV업계의 콘텐츠 확보를 위한 지속적 노력의 결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IPTV3사가 기존 VOD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저가 마케팅에 힘입어 200만 가입자를 돌파했다는 비판적 분석과 함께, 여전히 양방향 서비스에 특화된 콘텐츠 부족이라는 과제는 해결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유료방송 시장 경쟁 환경 도입 가장 큰 성과

IPTV가 일궈낸 가장 큰 성과를 꼽으라면 역시 유료방송시장의 경쟁 환경 도입이다. IPTV 도입 당시 방송업계에서는 IPTV 사업자들이 돈 되는 곳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할 것(크림 스키밍, Cream Skimming)이란 우려를 쏟아냈지만,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IPTV 커버리지가 넓어지면서 자연스레 시청자의 선택권이 넓혀지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때문에 올해 들어 케이블TV 가입자의 순증세가 마이너스로 돌아가기도 했지만, 반대로 ‘싸지만 느린 초고속인터넷’의 이미지에 불편해했던 케이블업계도 망을 고도화하고, 인터넷전화 등의 결합상품을 선보이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이러한 오명을 벗을 수 있게 됐다.

또 케이블업계가 양방향, 디지털 기반의 IPTV를 경쟁매체로 인식하고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면서 소비자들 역시 품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IPTV 사업자의 기존 VOD 가입자가 통신사업자의 마케팅 전략에 따라 실시간 IPTV 가입자로 전환한 경우가 많은 만큼 이제는 숫자에 대한 집착보다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콘텐츠 경쟁에 본격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콘텐츠 경쟁은 여전히 제자리

지난 2월 KT와 SK브로드밴드가 경쟁적으로 오픈IPTV 전략을 발표하며 ‘TV 앱스토어’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한 달여가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구체적 실체가 없는 형편이다.

IPTV 사업자들이 이 같은 ‘TV 앱스토어’ 도입에 나선 배경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는 콘텐츠 수급비용을 ‘오픈’이라는 개방형 모델 도입으로 해결하고, 인터넷이 갖고 있는 양방향성을 최대한 TV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에서 출발했다.

또한 플랫폼 사업자가 창의성이 가장 중요한 콘텐츠 분야에서 자체 제작이나 수급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실시간 IPTV 가입자를 보유한 KT의 경우 지난해 콘텐츠 제작사인 올리브나인 등을 처분하고, 연간 1천억원 규모의 콘텐츠 비용을 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시청자들은 ‘볼 것이 없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 콘텐츠 등의 분야에서는 양방향성을 갖춘 IPTV가 유용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온미디어의 인기채널이나 지상파방송의 VOD 등의 의존성이 크다는 점은 여전히 극복해야 될 숙제다.

■ 기술·법제도 개선도 시급

실시간 IPTV 도입 초기 이용자들로부터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느린 채널 전환 속도나 끊김 현상, 리모콘의 복잡성 등도 아직 미해결된 과제다.

IPTV 이용자들이 초고속인터넷이나 인터넷전화를 함께 쓰는 경우 하나의 회선을 나눠 써야 하기 때문에 이따금씩 끊김 현상이 발생하고, 채널 전환 속도의 경우 많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케이블TV와 위성방송과 비교해 사용하는 데 불편함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IPTV 사업자들이 콘텐츠 활용의 극대화를 위해 ‘원 소스 멀티 유즈’ 개념에서 3스크린(TV, 이동전화, 인터넷) 전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도 법제도에 막혀 있는 상태다.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법(IPTV법) 제2조 정의에 ‘전파법에 따라 기간통신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할당받은 주파수를 이용하는 서비스에 사용되는 전기통신회선설비는 제외한다’고 돼 있어 모바일 IPTV에 대한 서비스 진입은 막혀 있다.

전문가들은 기술적으로 모바일 IPTV 도입에 문제가 없는 만큼 IPTV 정의에서 이 조항만 삭제해도 모바일 IPTV 도입에는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지만, 현재 IPTV에서 제공되는 콘텐츠들이 TV 상에서만 사용하는 것으로 제한돼 있는 것이 많아 저작권 문제도 해결돼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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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케이블진영의 PP들이 지상파DMB 사업자의 채널을 임대해 속속 모바일TV 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러한 법제도 개선 작업이 더 늦춰질 경우 과거 IPTV 도입 당시보다 더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한 업체 관계자는 “IPTV 기술은 가장 앞서 있으면서도 법제도에 막혀 상용화까지 3년 넘는 시간을 소비했는데 모바일 IPTV 도입마저 지연될 경우 IT강국 위상의 훼손은 물론 콘텐츠 활성화에도 큰 저해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